알피노를 찾아서
수정공
알피노를 만나러 가겠다고?
알았다. 그럼 설명해 주마.
현재, 이곳 크리스타리움에서 그가 있는 '콜루시아 섬'까지
편하게 갈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야.
타고 갈 날짐승을 특별히 마련해야 하지.
그래서 소개장을 준비했다.
도시 입구 부근에 있는 '성스러운 군생지 목장'으로 가서
조련사장인 '젬 졘마이'에게 주도록 해.
그럼 그 사람이 알아서 처리해 줄 거다.
무사히 알피노를 만나기를 기원하마.
젬 졘마이
응? 처음 보는 얼굴이네.
이 목장에는 무슨 일인가, 친구?
-젬 졘마이에게 보내는 편지: 젬 졘마이에게 보내는 봉인된 편지.
……흐음, 수정공이 보냈군.
동료를 찾으러 '콜루시아 섬'에 가고 싶다고…….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아마로'를 내어 줘야지.
너와 어울리는 아이로 골라 주마.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아마로를 타고 다니는 게 일반적인가?
역시 초코보가 아니구나……
그래. 여기 있는 날개 달린 회색 '아마로'가
여기서는 가장 일반적인 이동 수단이지.
아마로가 낯설다니 희한하네.
극히 일부 지역에서는 초코보가 중심이라던데……
너도 그런 데서 왔나 보군.
……아무튼 아마로가 낯설다면
내가 같이 가서 도와줄게.
나 말고도 즌족은 모두
뛰어난 아마로 사육사이자 기수지만……
수정공의 손님을 그 땅에 데려가는 건 책임이 막중한 일이니까.
그럼 준비를 해둘 테니까
너도 출발 준비를 마치고 '아마로 승강장'으로 와라.
거기서 '신입 아마로 조련사'에게 말을 걸어 봐.
신입 아마로 조련사
……아마로를 타고 콜루시아 섬에 가신다고요?
흐음, 젬 졘마이 님이 같이 가시니까 괜찮으려나…….
알겠습니다, 승강장을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다가
졘마이 님과 아마로가 오면 출발하세요!
['콜루시아 섬'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아마로 승강장의 '신입 아마로 조련사'와 대화하면
이동할 수 있습니다.]
바닷바람과 끊임없는 파도 소리
그 섬에서는 그 어떤 시간의 흐름조차 잔잔해진다
낮게 드리운 빛 아래에서는 더욱더
움직임 없는 한 폭의 그림 같다
화려한 연주가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들려온다
멀리 보이는 도시까지는 그저 황야가 펼쳐져 있을 뿐――
젬 졘마이
수고했어.
여긴 콜루시아 섬 동쪽에 있는 '깨진 조개 해안'이야.
일단 무사히 상륙했단 얘기지.
……아, 아니. 딱히 여기가 위험한 섬이란 뜻은 아니야.
노르브란트 전체로 따져 보면
죄식자의 습격도 비교적 적은 편일걸.
다만…….
저 멀리 도시가 보이지?
저기가 이 섬을 다스리는 '율모어'야.
크리스타리움과 어깨를 견줄 만한 대도시인데,
옛날에는 죄식자를 상대로 함께 싸우기도 했다더라고.
저들은 계속 자기들이 세계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결국에는 '세계 정부'를 자처하며……
다른 세력들에게 자기들 밑으로 들어오라고 제안을 했었어.
하지만 여러모로 사상이 달라서 말이야…….
크리스타리움을 포함한 모든 조직이 그 제안을 거부했고
그 후로 적대시까진 아니지만 썩 사이가 좋지는 않아.
그러니까 이 섬에서는 웬만하면
수정공의 관계자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아.
특히 도시와 가까운 곳에서는 말이지.
좋아, 그럼…… 수정공의 허락도 받았으니까
이 섬에서 '수색'을 하기 위한 비법을 가르쳐 주마!
움직이지 않는 파도
젬 졘마이
잘 들어…….
이 해안의 남쪽으로 가면 어부의 작은 오두막이 있어.
거기에 있는 '에이보르'라는 남자는
크리스타리움의 조력자야.
향초 레이크랜드 백리향을 건네면 바로 알아채고
이 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거다.
물론 네가 찾는 동료에 대해서도.
자, 이게 레이크랜드 백리향이야.
네가 목적을 달성하고 올 때까지 난 여기서 아마로와 기다리마.
……행운을 빈다, 친구.
에이보르
……넌 뭐야?
생선이라도 사러 왔냐?
-레이크랜드 백리향: 레이크랜드에 자생하는 향기로운 들풀.
호오, 그래…….
이건 일단 받아둘게.
오랜만에 생선 구이에 풍미를 더할 수 있겠군.
……그래서 궁금한 게 뭐야?
한동안 특별한 이변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아, 알피노를 찾으러 왔구나.
물론 알고말고.
요새 '해결의 달인'으로 유명하거든.
율모어 시내는 모르겠지만 이 근방 마을은 많이 가난해서……
자기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녀석들이 많은데
자진해서 사람들을 돕고 다니는 별난 친구지.
지금 어디 있는지도 알 것 같으니 일단 연락은 해줄게.
……하지만 의심받지 않도록 다른 장소에서 만나도록 해.
여기서 북쪽으로 가면 '멈춘 물결'이라는 어촌이 있는데
'구멍난 조각배 주점'이라고, 낡아 빠진 주점이 있어.
거기로 오라고 알피노에게 전해 두지.
알피노에게 꼭 전해줄 테니까
멈춘 물결이란 마을에 있는 '구멍난 조각배 주점'에서 기다려.
세바
어머, 왜 그래?
주문하지 않을 거면 장난으로 말 걸지 마.
……이봐, 거기서 왜 그러고 서 있어?
여긴 주점이니까 오래 있을 거면 뭐라도 주문해줄래?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맥주
벌꿀주
물
오케이.
근데 계산은 뭘로 할 거지?
……이게 뭐야? 처음 보는 동전인데.
어디서 가져 온 거야?
미안한데 우리 가게에는 가치를 측정하는 시금석이 없어서
이게 우리 돈으로 어느 정도 금액인지 알 수가 없어.
이를 어쩌나, 돈을 못 내는 손님의 주문을 받을 순 없는데…….
아, 그래…… 대신 일을 좀 해줘.
마을 북쪽에 '지사님의 밭'이란 공동 농원이 있어.
요새 해충이 심각하다니까 가서 좀 없애 줄래?
끝나면 밭 근처에 사는 관리인에게
벌레 좀 제때 잡으라고 한마디만 해 줘.
원래는 저장 창고였던 건물이라 보면 금방 알 거야.
그 일을 마치고 나면 얼마든지 여기에 있어도 좋아.
북쪽에 있는 '지사님의 밭'으로 가서 해충을 없애 줘.
일이 끝나면 근처에 사는 관리인에게 한마디 해주고.
캐티
어부들이 잡아오는 물고기는 우리의 귀중한 식량이야.
모두 함께 아껴 먹어야지.
아르나르
오, 이런 벽촌에 여행자라니 드문 일이군.
나라도 괜찮다면 뭐든지 물어 봐.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난 이 마을에서 어부를 하는 아르나르다.
그래 봤자 최근엔 잡은 물고기를 율모어의 도매상에게 넘기기 위해
간단한 관리 업무를 할 때가 많지만.
율모어 자유시민들의 수요는 매우 다양해.
맛이 좋고 진귀한 물고기를 잡으면 비싼 값에 팔 수 있지.
뭐 그래 봤자 쥐꼬리만한 수입밖에 안 되지만.
'빛의 범람' 때문에 물고기가 잡히는 해역은 얼마 남지 않았어.
각자 자신들의 식량을 확보하려고 매일 분투 중이지.
그래도…… 난 이곳의 바다와 마을이 좋아.
>여기는 어떤 곳인지 물어본다
이 마을은 '멈춘 물결'.
나 같은 어부들이 사는 마을이지.
'빛의 범람'이 먼 바다에 영향을 주는 바람에
조류의 움직임이 둔해졌다고 하던데……
파도가 없는 바다란 뜻으로 '멈춘 물결'이란 이름이 붙었다더군.
율모어로의 이주를 꿈꾸며 문전촌으로 가는 자도 있었어.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구걸은 할 수 없단 일념으로
우린 지금까지 버텨 왔어.
[……대답이 없다.
다시 노크해 보자.]
[…………여전히 대답이 없다.
한 번만 더 노크해 보자.]
[안에서 희미하게 어떤 울음소리가 들린 것 같다.
과감하게 문을 열어 보자…….]
[……실내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살림살이도 모조리 치워버린 모양이다.
버려진 채소 찌꺼기를 생쥐가 갉아먹고 있었다.]
세바
어서 와.
어떻게 됐어? 관리인이 반성하고 있어?
……그래, 떠났구나.
결국 그 사람도 율모어를 꿈꾸며 가 버렸나 보네.
어머,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구나?
난 너도 율모어로 이주하고 싶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뭐, 아무려면 어때.
일은 충분히 해 줬으니까 아무 데나 마음대로 앉아.
딱 한 잔만 서비스로 줄게.
???
이보게, 장사는 좀 어떤가?
세바
어서 와.
놀라지 마, 외지에서 손님이 와 있어.
알피노
……오랜만이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부탁했던 밀 씨앗일세.
지난번 씨앗보다 낱알이 많이 열릴 걸세.
세바
어머, 용케 구해 왔네.
역시 알피노야…… 고마워.
그럼 난 늘어난 빈집이나 정리하고 올까?
여기는 마음대로 쓰도록 해.
알피노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군.
도마에서 포로 교환이 있었던 이후로 처음인가…….
나는 이쪽 세계에 온 후로 시간이 좀 지났다네.
정말……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찾느라고 많이 고생했어
하하하하…….
알리제도 여기서 다시 만났을 때 똑같은 말을 하더군.
오랜만에 호되게 혼났다네.
일단은 우리 둘 다 무사하니 다행일세.
그래, 여기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나? 서로 이야기해 봄세.
그렇군…….
수정공과 알리제한테서 사정을 듣긴 했지만
역시 제국과의 전쟁은…….
게다가 타타루에게도 걱정을 끼치고 말았군.
어떻게든 다 같이 무사히 돌아가야 할 텐데…….
사과의 뜻으로 좋은 소식을 잔뜩 갖고 말일세.
그러기 위해서라도 원초세계와 제1세계의 통합……
제8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못 본 척할 수는 없네.
위리앙제가 본 미래는
정말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네.
위리앙제의 말에 따르면
원초세계에서 제8재해가 일어난 계기는
제국이 사용한 형체 없는 죽음의 병기였다더군…….
'검은 장미'라는 독가스 병기가 틀림없네.
난 가이우스와 함께 각 지역을 돌아다닐 때
그 병기가 재개발되고 있는 걸 직접 확인했다네.
가이우스는 과거에 폐기된 연구라고 했지만
인간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한
한 번 만들어진 병기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걸세…….
원초세계에 현존하는 '검은 장미'만 폐기한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제1세계로 소환된 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지.
우리는 수정공과 지식을 모은 결과
세계 통합이 일어나는 진정한 조건을 어느 정도 밝혀냈네.
자세한 얘기는 언젠가 위리앙제가 하겠지만……
세계 통합은 흡수하는 쪽과 흡수당하는 쪽
양쪽이 모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발생한다네.
그리고 지금 이곳 제1세계의 위기는
바로 '죄식자' 문제.
그래서 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네.
설사 그것이…….
내가 태어난 세계의 일이 아니라고 해도 말일세.
눈앞에서 고통받는 사람을
못 본 척하고 싶지 않다네……!
그래서 그 첫걸음으로
세계 정부를 자처하며 사실상 거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도시,
'율모어'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었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하기 위해……
괜찮다면 자네도 동행해 줬으면 하는데, 어떤가?
기쁘군…… 오랜만에 자네와 여행을 할 수 있겠어.
여기서도 잘 부탁하네.
환영의 문
알피노
그렇다면 당장 움직이세.
일단 자네를 율모어 앞까지 안내하겠네.
시간만 잘 맞으면 거기서 알게 될걸세…….
그 도시를 조사하고 싶다면서 왜 내가 아직도 밖에 있는지.
그리고 이 세계 전체의 실정도 말일세.
……자, 우선 이 마을의 서쪽으로 가도록 하지.
작은 다리가 있으니 그걸 건너세.
알피노
……콜루시아 섬은 평화롭지 않은가?
크리스타리움도 그렇지만 어느 세계든
사람이 사는 곳은 비슷하다네…….
원초세계에서 재해는 위협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서
이런 거울 세계가 통합되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여자의 비명
아, 안 돼…… 누, 누가 좀 도와줘요!
알피노
뭐지? 이 비명 소리는……!?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
흩어져서 찾아보세……!
겁먹은 노부인
당신은……!?
조심해요. 죄식자예요……!
겁먹은 노부인
아아……!
구해 줘서 고마워요.
알피노
이쪽이었군……!
자네가 찾아서 다행이야……!
부인,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겁먹은 노부인
네, 넘어지기만 했어요.
이분이 죄식자를 처치해 주셔서 난 무사해요.
하지만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난 이제 빨리 달릴 수도 없고……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여기도 빈집이어서.
……나도 이제 내 집을 지키는 건 포기하고
율모어에 신세를 져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아무래도 나 같은 늙은이를
쉽게 들여보내 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율모어 근처에 있는 편이 안전하겠죠.
알피노
……저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하지만 부디 본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십시오.
되도록 혼자 다니지 마시고요.
겁먹은 노부인
날 구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당신은 아주 강해 보이지만
이 부근은 황폐한 곳이니 조심하도록 해요.
알피노
저 부인 말대로
이 부근엔 이제 사람이 별로 없다네.
다들 율모어 쪽으로 이주해 버렸지.
죄식자가 공격해와도 몰아낼 힘을 가진 자는
이제 거의 없네…….
……그러고 보니 자네, 죄식자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을 들었나?
그래, 알리제에게 벌써 들었군.
아므 아랭에 비하면 여긴 평화로운 편이지만……
그래도 죄식자의 습격이 아예 없지는 않다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희생자가 더 늘었겠지.
……아무튼 여기는 이제 걱정할 필요 없겠군.
다시 율모어로 출발하세.
아까 그 갈림길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서쪽 길로 가세.
그대로 길을 따라서 가면 목적지에 도착할 걸세.
알피노
자, 여기일세…….
저 안쪽에 있는 것이 '환영의 문'……
그 너머로 보이는 도시가 목적지인 율모어라네.
그리고 여기는 '문전촌'이네.
율모어에서 살고 싶어 하는 자들이
선택받기를 기다리며 사는 곳일세.
꾀죄죄한 남자
오오……!
늘 오던 이상한 꼬마가 오늘은 신입을 데려왔네!
헤헤헤……
특기가 있는 놈이라면 대환영이야.
그래, 넌 뭘 할 줄 알지?
알피노
이 사람은 이주 희망자가 아니네.
자네들을 방해하지 않을 테니 내버려 두게나.
꾀죄죄한 남자
뭐라고~?
기껏 좋은 뜻으로 물어봐 줬더니!
???
자아~!
여러분, 모두 주목~!
붉은 광대
전도유망한 시민 후보자 여러분!
잘들 있었어~?
오늘은 말이지, 어떤 귀부인께서
아주아주 맛있는 생선 요리를 드시고 싶으시다네~!
푸른 광대
그래서 그걸 만들어 줄 사람을 찾으러 왔어!
부인을 만족시키면 물론 도시 안에서 살 수 있지.
생선을 먹지 않는 날에도 쭈욱~!
붉은 광대
어때? 지원할 사람?
추천도 받을게~!
생선이라!
누가 있더라?
그 여자는 어떨까?
알피노
……율모어는 세계 정부를 자처한다고 했지?
사실 저 도시에는 다른 이름도 있다네.
마지막 환락 도시…….
'빛의 범람'에서 살아남은 귀족과 부호가
남은 시간 동안 즐겁게 놀고먹으며 지내는 곳…….
'가진 게 없는' 일반인이 그 낙원에서 살려면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저런 식으로 팔려 가는 수밖에 없다네.
붉은 광대
응, 나쁘지 않네!
널 율모어로 데려가줄게!
행복의 도시에서 앞으로 쭈~욱 실력을 발휘해 봐!
푸른 광대
자…… 다들 기대에 찬 얼굴이네!
뭘 기대하고 있는지 말 안해도 다 알지~!
자, 오래 기다렸지?
그녀의 멋진 새 출발을 축복하며 '메올'을 임시 배급할게~!
알피노
저 '메올'이란 건, 문전촌 주민에게
율모어에서 무상으로 나눠 주는 식량일세.
도시 안에서도 주식으로 먹는다더군.
먹고살기 힘든 시대다 보니
메올 배급에 생계를 의존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네.
하지만…… 나는 도무지…….
알피노
……마치 인신매매 같은 입국 심사 같지 않았나?
이것이 내가 좀처럼 율모어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라네.
약 20년 전에 지금의 통치자가 취임한 후로
계속 이런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더군.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죄식자와 싸우기는커녕,
자립해서 생활하는 것조차 점점 더 어려워질 걸세.
나는 이곳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개선안을 제시했지만…….
…………아니, 자네도 직접 보는 편이 좋겠지.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문전촌을 한 바퀴 돌고 오게.
문전촌의 상황을 둘러보고 오게.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네.
꾀죄죄한 남자
뭐야, 아까 그놈이네.
봤지? 율모어가 얼마나 관대한지.
너도 그런 꼬마와 어울리지 말고 여기서 살아!
여기가 얼마나 좋은데…….
겉보기에는 좀 허름해도 다른 곳보다 안전하고
무엇보다 배급받는 메올이 아주 맛있어!
크흐흐, 새로운 메올은 어떻게 먹을까…….
[커다란 솥 안에서 수프가 끓고 있다.
내용물은 아까 그 하얀 식품…… 메올뿐인 듯하다.]
먼 곳을 바라보는 여자
저기 봐…… 오늘도 율모어는 아름다워…….
나도 빨리 시민으로 선택받고 싶어…….
저 안에서는 분명 꿈 같은 생활이 기다릴 거야.
이 황폐한 세계에 남은 마지막 낙원인걸…….
아아, 오늘도 근사한 율모어…….
시셀바스
당신도 위로 올라가고 싶어서 왔어?
헤헷…… 그야 가고 싶겠지!
아름다운 누님들과 매일 즐겁게 살고 싶다고!
이스탈
율모어에 들어가려면 특기가 있어야 해!
특기…… 내 특기…….
특기 따위 없어어어어어!
시즈
……이곳 일대는 악취가 코를 찌르지?
난 여기 온지 아직 얼마 안 됐지만
이 거리에 대해 알고 싶다면 알려주지.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원래는 근처 어촌에 살고 있었는데
빈곤한 생활이 지긋지긋해지더군.
그래서 율모어에서의 생활을 꿈꾸며 얼마 전부터 여기서 살고 있지.
딱히 이렇다 할 재주도 없어서 '위쪽'으로 올라갈 가망은 없지만
악취에 익숙해지니 이곳 생활도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아.
여긴 미친 곳이지만 고향에 돌아갈 생각은 없어.
난 집도 가족도 전부 버리고 여기에 왔거든.
떨어지는 찌꺼기나 받아먹으며 기회가 오길 기다려야지.
>여기는 어떤 곳인지 물어본다
여긴 '문전촌'이다.
나처럼 율모어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사람들이
'위'에서 떨어지는 찌꺼기를 받아먹으며 살아가는 장소지.
율모어의 원수, 돈 바우스리의 비호 아래에 있는 한
이 문전촌도 죄식자의 습격을 받을 걱정은 없어.
더구나 무상 식량 배급까지 해주니…… 최고잖아?
그래도 율모어에 가게 된다면 여기와는 하늘과 땅 차이겠지.
뭔가 특기라도 익혀 두면 귀한 분들의 눈에 들 가능성이 있어.
그렇게 되면 인재로 팔려서 주인을 모실 수가 있는 거지!
알피노
문전촌의 상황을 보고 왔나?
그들의 식생활은 메올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데다가
율모어를 강하게 동경하는 사람도 많다네.
여러 번 얘기해 봤지만
지금보다 나은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네…….
흔들리는 삶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그들이 사는 방식이 못마땅해?
알피노
못마땅한 게 아니라 역겹다네.
나 혼자 착각하는 건지 몰라도…….
>율모어가 마음에 안 들어?
알피노
글쎄…….
아직 내부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잘 모르겠네.
모르기 때문에 더욱 불길한 느낌이 드는 건 확실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이 땅에 사는 주민들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나도 납득할 수 있을 테지.
하지만 아까 자네가 구한 부인처럼……
율모어에 의존하지 않는 주민은 방치당하는 거나 마찬가지일세.
그 상태로는 살 수 없으니 사람들은 결국 도시로 몰려든다네.
콜루시아 섬 곳곳에 버려진 마을과 밭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이 땅은 점점 더 황폐해지고 있는 거지…….
……율모어가 제시하는 길이
과연 진정한 주민의 행복으로 이어질런지.
모든 걸 원만하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건 알고 있어도
도저히 고민을 멈출 수가 없다네.
가난한 마을들, 그리고 여기서 기꺼이 팔려 가는 사람을 보면서.
이 의문의 답을 찾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려면
역시 율모어에 들어가야 할 것 같네.
자네가 온 시기가 마침 지금이라 다행일세.
저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일이
이제 마무리만 남았으니 말이네.
이 섬의 인근 해역에는
'온도족'이라는 종족이 살고 있다네.
원초세계에서 말하는 사하긴족이지.
그들은 평소 해저에서 조용히 숨어 살기 때문에
인간과 교류가 많지 않다네.
……하지만 그런 곳일수록 거래의 기회가 있는 법이라고
위대하신 타타루 스승께서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셨거든.
난 온도족과 접촉을 시도해봤네.
그리고 사실은 그들이 지상에서 나는 농작물……
특히 과일을 기호품으로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그걸 제공해줄 수 있으면 진주를 주겠다고도 하더군.
그래서 그들과 거래를 통해 진주를 얻고
그 실적을 보여주면서 나를 고용하라고 하면……
율모어가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했다네.
후후…… 나도 이제는 부르는 대로 값을 쳐주고
칼을 사던 그 알피노가 아니라고!
곧 온도족과 거래를 하러 갈 걸세.
농작물을 마련한 후에 해안에서 그들과 만나기로 했지.
그래서 준비에 착수해야 하네만……
자네도 함께 가 주겠나?
고맙네. 든든하군.
농작물은 여기서 북서쪽에 있는 '직공 마을'의
'모샤 모아' 씨가 제공해 주기로 했다네.
바로 가 보세.
알피노
이쪽이 모샤 모아 씨라네.
모샤 모아
응? 처음 보는 사람이네?
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
알피노
모샤 모아 씨, 이쪽은 제 동료입니다.
요전에 값을 치른 농작물을 받으러 왔습니다.
모샤 모아
이상하네……?
방금 어떤 남자아이가 당신 심부름꾼이라며 찾아와서
약속한 분량을 받아 갔는데…….
알피노
심부름꾼……!?
이 일은 아무한테도 부탁한 적이 없는데……!
모샤 모아
흐음, 짙은 파란머리를 짧게 깎은 미스텔족 소년이었어.
알피노의 인상착의를 정확하게 말하길래
나는 의심을 못 했지.
알피노
짙은 파란머리…… 도통 모르겠군.
아까 우리가 하던 얘기를 몰래 들었나…….
찾아보세. 방금 왔다 갔다면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걸세.
자네는 우선 마을 남쪽을 부탁하네.
주위를 잘 둘러볼 수 있는 곳부터 살펴보게!
모샤 모아
미안해,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어…….
나를 찾아온 사람은 짙은 파란머리를 짧게 자른
미스텔족 소년이었어.
[짙은 파란머리를 짧게 자른 미스텔족' 수색을 시작합니다.
해당되는 인물을 발견하면 카메라로 확대/축소한 후
좌클릭으로 확인하세요!]
[……당당한 모습이다.
하지만 미스텔족은 아니다.]
[수상쩍은 인물을 발견했다!]
알피노
리오넬!
이쪽은 어땠나!?
……알겠네, 붙잡도록 하세!
알피노
찾았다!
내 심부름꾼이라고 속이고 농작물을 받아간 사람이 자네지?
그건 중요한 거래에 쓸 물건이네…… 돌려주지 않겠나?
파란머리 미스텔족
아…… 으…………
용서해주세요!
어떻게든 율모어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만……!
전 가족도 없고 여기서 생긴 친구들은
모두 진작에 뽑혀서 율모어로 가버렸어요…….
그 뒤로는 주변 사람들과 친해지지도 못하고……
배급받는 메올조차 저한테는 남은 찌꺼기만 돌아온다구요.
뭘 하든 저를 추천해 주는 사람도 없고
배도 고프고…… 너무 비참해서…….
그래서 이렇게 죽을 바엔
남의 기회라도 빼앗아서 율모어에 들어가려고…….
알피노
……자네, 이름이 뭔가?
카이 시르
카이 시르입니다…….
알피노
그래, 카이 시르.
율모어에 들어가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없겠나……?
예를 들어 크리스타리움에 가 보는 건 어떤가.
그곳에 가면 공짜로 음식을 주지는 않지만
일한 만큼 확실한 보상은 받을 수 있을 걸세.
카이 시르
안 돼요…… 율모어가 아니면…….
제 친구들이 저 도시에 있는걸요…….
언젠가 저 호화로운 도시에서 다 함께 살자고
약속했단 말이에요…….
알피노
……온도족과 거래하기로 한 곳은 빗장 등대일세.
지금부터 내가 하려고 했던 거래와 율모어에 뭘 팔아서
들어가려 했는지 설명해줄 테니 잘 듣게나.
카이 시르
야, 양보해 주시려고요……!?
알피노
어디까지나 기회를 빌려주는 것뿐일세.
그 다음부터는 자네가 스스로 노력해야 이룰 수 있어.
카이 시르
네, 네……!
감사합니다!
알피노
우리에겐 단순한 조사고…… 다시 기회를 만들 수도 있네.
하지만 저 아이에게는 인생이 걸린 중대사 아니겠나.
양보한 걸 후회하지는 않네.
저 아이의 성공도 바라고 있어.
하지만…… 어쩌면 좋은 판단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군.
한시라도 빨리 이 세계를 구하려면……
그래야 많은 사람들과 자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거라면
저 아이를 제치고 내가 갔어야 했을지도 몰라.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알피노는 지금 그대로가 좋아
그러니 다음 계획을 생각해줘
그런가…….
에스티니앙 공이 있었다면 여전히 철부지 도련님이라고
나무랐겠지.
그래도 고맙네.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다시 노력해야지.
그럼 일단 직공 마을로 돌아가세.
저게 뭐지……?
멀어서 잘 안 보이는데…… 누가 쓰러져 있는 건가……!?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겠군.
어서 구하러 가세!
알피노
이 사람이야……!
의식이 없군. 빨리 치료해야 해!
알피노
좋아, 일단 응급 처치는 끝냈지만…….
쇠약해진 조난자
으, 으윽…….
제발…… 제발 용서를………….
알피노
진정하고 천천히 숨을 쉬십시오.
괜찮습니다…… 해치지 않아요.
환자의 몸이 아주 차갑네.
내가 불을 피울 테니
자네는 여기서 계속 이 자를 보고 있어 주겠나?
쇠약해진 조난자
살아 있다는 게 정말 기적 같아요…….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알피노
당신은 누구죠……?
왜 이런 곳에 쓰러져 있던 겁니까?
트리스톨
……저는 트리스톨이라고 합니다.
율모어에 화가로 고용됐었어요.
어느 부부의 집으로 팔려 갔는데
제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해고하더군요.
그 뒤로 절 거둬주는 곳도 없고…….
제 운명은 율모어의 원수 손에 맡겨졌어요.
그분이 저에게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어보는데……
완전히 자신감을 잃은 저는 도시를 떠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으아아……!
저를 율모어에서 바다로 던져 버리지 뭡니까……!
알피노
그, 그 높은 곳에서……!?
그러다 죽을 수도 있을 텐데……!
트리스톨
네…… 저는 그나마 운이 좋았나 봅니다…….
그래도 여러분이 저를 발견해 주시지 않았더라면
그게 끝이었을지도 몰라요.
알피노
말도 안 돼…….
그 도시에서는 그런 횡포가 가능하단 말입니까……!?
트리스톨
……하지만 그걸 횡포로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원수가 그걸 처벌이라고 부르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죠.
율모어에서는 원수……
'돈 바우스리'가 곧 법이자 도덕인걸요.
트리스톨
덕분에 몸이 따뜻해졌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알피노
……리오넬.
난 역시 율모어에 대해서 더 알고 싶네…….
아니, 알아야만 하네.
어서 도시에 들어가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야 해.
분명 방법이 있을 걸세…….
일단 트리스톨 씨를 직공 마을까지 데려다주세.
계속 여기에 있다가는 다시 체온이 내려갈 테니까.
트리스톨
그랬군요…… 여러분은 그런 생각을…….
알피노
트리스톨 씨는 앞으로 어쩔 생각일까…….
트리스톨
두 분 다, 정말 감사합니다.
목숨도 구해 주셨는데 여기까지 데려다 주시고…….
그래서 말인데 저기…… 아까 말씀을 들으니
두 분은 율모어에 가시려는 것 같던데, 맞나요?
솔직히 제 은인을 그런 곳에 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무슨 사정이 있으신 것 같으니
이걸 가져가 보세요.
제가 사용하던 붓입니다.
제가 추방되었으니 곧 새로운 화가를 찾겠지요.
그때 이 낡은 붓을 보여 주면
숙련된 화가라고 믿어 줄지도 모릅니다.
알피노
괜찮겠습니까……?
이건 당신에게 중요한 장사 도구일 텐데…….
트리스톨
두 분께는 뭘 드려도 아깝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마 전 앞으로 두려워서 붓을 잡지 못할 겁니다.
아무튼 율모어의 눈 밖에 난 이상, 이 땅에는 머물 수 없습니다.
다른 곳에서 새로운 일을 찾아야겠어요.
……두 분이 무사하시기를 빌면서요.
부디 조심하세요…….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마지막 환락 도시
알피노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더니
이런 기회를 얻게 될 줄이야…….
당장 트리스톨 씨의 제안대로 해 보세.
다행히 나도 그림에는 일가견이 있다네…….
물론 전문 화가만큼은 아니지만 흉내는 낼 수 있을 걸세.
자네는…… 흐음…… 조수라고 해도 되겠지?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게 가장 자연스럽겠군.
……좋아!
그럼 어서 문전촌으로 돌아가서
그 광대들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세!
알피노
이 부근에서 그 광대들을 기다리세.
알피노
왔군……!
인신매매를 하는 광대들일세……!
붉은 광대
어머, 여러분, 안녕?
당신들은 운이 좋은가 봐, 오늘은 우리가 아주 바쁘거든!
푸른 광대
아까는 스스로 지원한 젊은 상인을 맞이했는데……
이번에는 화가가 필요해졌어!
붉은 광대
자, 내가 딱이다 싶은 사람 있으면 어서 나서 봐!
알피노
그림을 그리는 일, 특히 초상화라면
제가 도움이 될 겁니다.
붉은 광대
호오…….
새로운 얼굴들이 보인다 싶더니
그래, 화가였구나.
푸른 광대
실력은 어느 정도지?
지금까지 그린 작품은 있어?
알피노
아뇨, 저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신세입니다.
그림은 전부 돈으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이 낡은 붓을 보시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아시겠죠.
푸른 광대
호오, 흐음…….
많이 더러워져 있기도 하고 최근까지 쓴 게 맞는 것 같네.
붉은 광대
좋아, 그럼 한 번 시험해보지, 뭐!
당장 율모어에 와서 일을 해줘!
푸른 광대
근데 이쪽은 누구?
알피노
이쪽은 제 조수입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이 친구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꼭 같이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푸른 광대
흐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네 고용주가 될 분들이 거부하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어.
붉은 광대
그럼 사랑과 행복의 도시, 율모어로 초대할게!
문전촌의 주민들
………….
푸른 광대
아이쿠! 메올, 메올 말이지!?
물론 알고 있지!
붉은 광대
얼른 나눠 주고 우린 레츠 고하자!
세계는 구원받을 수 없다――
지금 이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자는
성인이 아니면 바보이거나 이 도시의 주민일 터
견고했던 바다의 도시는
세계의 종말을 앞두고 흥청망청 들뜨기 시작했다
슬픔을 잊기 위해 희극을 연기하는 것인가
아니면 오로지 이곳만 영원을 약속받은 것인가――
알피노
드디어 율모어에…….
푸른 광대
이렇게 바로 밑에서 보니까 어마어마하지?
붉은 광대
우리 율모어에 온 것을 환영해!
어때? 감동했어? 울어도 돼!
뭐? 안 울 거라고? 알았어!
……아무튼 일단 이주 수속부터 해야 돼!
얘기는 미리 해 뒀으니까
너희는 이 길을 쭉 따라 기쁨의 회관으로 가도록 해.
통로 왼쪽에 있는 첫 번째 방이 '입국관리실'이야.
거기서 이름과 직업을 말하면 나머지는 가르쳐 줄 거야.
아, 그래그래. 이 길 양쪽에 있는 사람들은
문전촌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건물 안에 들어갈 권리가 없어.
괜한 시샘을 받기 싫으면
곧장 기쁨의 회관으로 가도록 해.
……그럼 빛나는 낙원 생활을 보내길 바랄게!
알피노
……우선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게 좋겠네.
먼저 '입국관리실'이라고 했던가?
하스번
너, 설마 춤이 특기는 아니겠지?
이곳에 나보다 잘 추는 녀석이 있으면 안 되거든.
내가 율모어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아지잖아!
자오 모스크
너, 정말로 초대받은 하층민 맞아?
영광의 문을 지나갈 생각이라면
반드시 입국관리실로 가서 확인을 받아야 해.
츠이 시르
좌초한 배를 해체하거나
쓸 만한 부분은 그대로 이용해서 생겨난 곳이 이 폐선 거리야.
여기저기 멀쩡한 곳이 없긴 하지만!
뭄베르트
내 참, 너도 이 녀석한테 한 마디 해줘!
맛도 영양도 끝내주는 메올이 있으니까
궁상맞은 밥만 먹지 말고 메올도 먹으라고!
스리스티알라
요리 솜씨를 인정받아 하루빨리 율모어로 가고 싶어.
그러면 아이들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
마니엔
저 녀석들이 치고받는 게 신경 쓰여?
신경 꺼, 그냥 기분 전환일 뿐이야.
이런 곳에서는 오락거리가 저런 거밖에 없거든.
베스렌
저는 방치된 집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원래 주인은 안으로 초대받았는지, 나갔는지,
아니면…….
주인이 없는 집은
다른 이주자에게 양도하거나 해체할 예정입니다.
여기서는 땅도 자재도 매우 귀중하니까요.
마시솔
율모어를 동경해서 폐선 거리에 온 것까진 좋은데……
특기라고 할 게 없으니 윗분들 눈에 들지 못해서
판잣집 신세만 몇 년째야.
다딘
메올을 배급받지 못하는 날에는 먹을 게 없으니까……
알은 언제 낳나, 하고 감시하고 있어.
셸레트
너, 하센버트 씨에게 인사하러 갈 거야?
그렇다면 예의를 제대로 갖춰.
이 일대를 쥐고 있는 분이니까.
하센버트
뭐야? 넌 신입이냐?
귀하신 분들께 초대받기를 기다리면서 여기서 살겠다면
먼저 나한테 메올을 상납하라고.
모셰이 리
저 배의 잔해를 보고 있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어.
'빛의 범람'이 일어나기 전에는 저 커다란 배가
대양을 가로질렀다니, 믿을 수가 없거든.
캬르메
콜루시아 섬에 비스가 있는 게 신기해?
나도 화려한 생활을 해보고 싶어서
크리스타리움에서 이주해왔어.
결과는 뭐…….
여기서 죽치고 있을 뿐이지만.
괜찮아, 시간은 남아 도니까.
그웬포트
이 주변에는 버려진 보석 장식이 자주 흘러들어와.
그걸 가공해서 윗분들의 보석공예가가 되려고 해.
어이쿠, 넌 다른 데를 알아보라고!
소어리치
……이힛!
이런 늙은이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고.
지아 보스트
여기는 식재료를 조달하는 것도 큰일이야.
메올이나 상한 식재료를 윗분들께 얻어먹거나,
낚시를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신다
율모어에서 뭐 떨어지는 게 없나, 감시하고 있어.
괜찮은 물건이라면 바로 주우러 갈 수 있게 말이야.
음식, 안 쓰는 가구, 사람, 온갖 게 다 떨어지지.
초라 루
이 주변은 윗분들이 안 쓰는 물건을 버리는 곳이야.
얼마 전에 빗을 발견해서 오랜만에 머리를 빗었어!
이제 윗분들 눈에 들 수 있을지도 몰라!
조이 초르
뭐야, 신입이냐?
그런 것치고는 옷차림이 말쑥한데…….
그런 옷을 어디서 손에 넣었냐?
보스타 로
여기 있는 물건은 이곳 사람들의 공유 자재니까
마음대로 가져가면 안 된다?
관리 담당인 내가 혼나거든.
로시
율모어에서는 메올뿐만 아니라
윗분들이 남긴 과자 같은 것들도 배급해줘.
가끔씩 손에 넣으면 이렇게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지.
펀릭
친구를 쫓아서 율모어에 온 건 좋은데……
정말 이상한 도시군…….
눈시 루
……응?
나한테 무슨 볼일?
아니면 나한테 뭐 주려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난 벌써 오랫동안 '폐선 거리'에서 살고 있어.
10년 전에 엄마와 함께 이주해 왔었지만
지금은 나 혼자야.
딱히 외롭지는 않아.
이제 더 슬퍼할 일도 없거든.
율모어에 올라가겠다는 희망도 포기한지 오래야.
'위'에서 떨어지는 걸 받아 먹으면서
하루하루 연명할 뿐이지.
>여기는 어떤 곳인지 물어본다
이곳은 '폐선 거리'라 불리는 장소야.
'빛의 범람'으로 수요를 잃고 폐기된 배가 여기저기 보이지?
우리는 그 배에서 판자를 뜯어내 집을 짓고 있어.
보면 알겠지만
여기 눌러 사는 녀석들은 율모어 시민이 아니야.
위에서 떨어지는 것들에 개미처럼 달라붙어 살아갈 뿐이지.
코르넨
이 건물은 크게 3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어.
알려줄까?
지금 있는 곳이 '나무뿌리층'.
바로 위층이 군의 사령본부가 있는 '나무줄기층'.
맨 위층이 자유시민이 사는 '나뭇가지층'이야.
유리그
이 앞은 노동시민 등록실이야.
하인에 적합한 자가 있으면 가로채는 것이
현명한 자유시민이지.
라라스무드
아주 드물게……
율모어에 초대받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들어오는 자들이 있다.
이 도시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경비를 소홀히 할 수 없어.
입국관리실 직원
행운아 여러분, 율모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알피노
화가인 알피노와
조수인 리오넬입니다.
입국관리실 직원
알겠습니다.
이미 얘기는 되어 있으니 심사는 통과된 걸로 하겠습니다.
이제 등록용 서류를 작성하셔야 합니다.
이곳 율모어에는
원수가 허가한 '자유시민'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노동시민'이 있습니다.
두 분은 노동시민으로 등록될 것이고
화가를 구하고 있는 자유시민분을
모시게 될 겁니다.
만약 해고당했을 경우에는 다른 분을 모시거나
도시 전체를 위해 일하게 되실 거고요.
알피노
……알겠습니다.
그런데 화가를 구한다는 자유시민은
어떤 분이십니까?
입국관리실 직원
미스텔족 명사이신 차이 누즈 님과
그 분의 부인, 둘리아 차이 님이십니다.
여기서는 '차이 부부'로 불리고 계시죠.
좋은 분들이지만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서도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여기, 두 분의 등록용 서류입니다.
그 서류를 옆에 있는 방……
'시민등록실' 접수처에 제출하세요.
도장을 받으면 등록이 끝납니다.
두 분 모두 빛나는 낙원 생활을 보내시길 바랄게요!
제가 드린 노동시민 등록 신청서를
옆에 있는 '시민등록실' 접수처에 제출하세요.
입국관리실 직원
행운아 여러분, 율모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니, 당신은 심사받을 필요가 없을 텐데요?
도다나
돈 바우스리의 관대한 마음씨 덕분에
우리 노동시민은 이 도시의 운영이라는 중대한 임무의
일부분을 맡게 되었습니다.
시민등록실 직원
그래, 그래! 여기가 '시민등록실'이야.
서류는 가져왔겠지?
-노동시민 등록 신청서: 율모어의 노동 시민 등록을 신청하는 서류.
화가 알피노와 조수 리오넬.
고용주는 차이 부부…….
좋아, 좋아!
특별히 문제는 없으니까 도장 찍을게.
그럼 곧바로 부부의 집으로…………
시민등록실 직원: 응……?
아이고 세상에…….
당신들 좀………… 이상한 냄새가 나!
으아아…… 대체 어디를 돌아다니다 온 거야?
익숙하지 않은 땅 냄새랑…… 정체 모를 짐승의 냄새……!
마치 역전의 현상금 사냥꾼 같잖아!
어휴, 옆에 '세민실'이라는 샤워실이 있으니까
구석구석 박박 씻고 와.
샤워기는 아무거나 써도 되니까.
그리고 이거 받아. 노동시민용 향수야.
다 씻고 나면 온몸에 촥촥 뿌리도록 해!
다 하고 나면 차이 부부를 찾아가도 돼.
자세한 위치는 계단 앞에 있는 '코르넨'이란 경비병에게 물어봐.
알피노
…………우리 냄새가 그렇게 지독한가?
시민등록실 직원
청결은 기본이야!
가서 깨끗하게 샤워해!
츄 즘
나도 드디어 율모어 시민이 될 수 있어……!
이런, 너무 좋아서 떨림이 멈추지 않아……!
체이 라드
자유시민이 버린 걸 가져다 쓰고 싶으면
교환할 만한 물건을 가지고 와야지.
지금 수요가 있는 건…… 과일과 건어물, 진주 같은 거야.
테마니
여기서는
자유시민 분들께서 원하시는 물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납품 보상은 메올이나 자유시민이 버린 물건으로 지불합니다.
알피노
여, 여기서 샤워를……?
[……샤워로 몸을 씻었다!]
-노동시민용 향수: 자유시민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하기 위한 향기로운 향수.
[노동시민용 향수를 뿌렸다.
우아한 장미 향이 몸을 감싼다……!]
알피노
그, 그래…….
자네는 벌써 끝냈나…… 그렇군…….
저, 그게…… 괜찮나……?
이런…… 개방적인 장소에서 샤워를…….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됐으니까 빨리 씻어
>에스티니앙이 어이없어 하겠어
……알리제와 왔어야 했는데
…………!
어, 얼른 다녀오겠네!
알피노
휴우…….
내가 기다리게 했군. 나도 준비가 끝났네.
아주 개운한 기분이군그래.
자, 차이 부부를 만나러 가세.
위치는 '코르넨'이라는 경비병에게 물어보라고 했지?
조이스포트
상인도 아닌 노동시민이 교역 창고에 무슨 볼일이지?
만약 돈 바우스리를 위한 교역품에 손을 대기라도 한다면……
등골이 얼어붙을 정도로 험한 꼴을 보게 될걸.
아일레나
너, 귀중한 교역품을 건드리면 안 된다?
여기에 놓여 있는 물건들은 몽땅
우리 노동시민과는 인연이 없는 물건이야.
알피노
차이 부부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세.
코르넨
뭐? 차이 부부에게 고용됐다고?
흐음…… 일단 이 건물은 말이야,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금 있는 여기가 '나무뿌리층'.
이 위층이 군의 사령본부가 있는 '나무줄기층'.
그리고 제일 위층이 자유시민들이 지내시는 '나뭇가지층'이지.
차이 부부는 '나뭇가지층'에 있는
'귀부인의 거실'에 계실 거야.
일단 계단 맨 위까지 올라가면 돼!
계단 맨 위까지 올라가 봐!
차이 부부가 계신 '귀부인의 거실'은
'나뭇가지층'에 있으니까.
트리아라
이곳은 군 사령본부가 있는 나무줄기층이다.
일개 노동시민이 무슨 일이지?
자드릭
율모어는 마물이 드글거리는 육지와 약간 거리가 있잖아.
기본적으로는 도시의 방어도 그리 버겁지 않지만……
그래도 먼 바다의 바다짐승들은 경계하고 있어.
차드릭
율모어군은 뜻이 있는 소수의 자유시민과
다수의 노동시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율모어에 충성을 맹세했지.
콜덴
율모어에서는 물자 관리도 군의 중요 업무 중 하나다.
자유시민과 돈 바우스리의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해
항상 일정량을 확보해야 해.
류이나
뭐야, 당신, 못 보던 얼굴이네.
최근에 종업원으로 들어온 노동시민이야?
식재료가 있는 곳은 창고 안에 있는 샤이 사트에게 물어봐.
샤이 사트
잠깐, 부탁이니 문은 잠그지 말아줄래!?
난 좁아터진 곳은 딱 질색인데
여기서 물자 확인 작업을 하게 됐단 말이야.
돈덴
이곳은 자유시민이 사는 나뭇가지층이다.
실수하면 안 돼.
모웬
당신은…… 어디선가…….
아뇨, 실례했습니다……. 꿈속에서 본 손님과
많이 닮아 보였거든요…….
아이마크
죄송합니다만 이쪽은 아직 준비 중입니다…….
나중에 다시 와 주세요.
즈미 모아
이분은 과음을 하면 금방 몸이 안 좋아지셔.
기분 좋은 정도로만 마셨으면 좋겠기도 하고,
마음대로 살았으면 좋겠기도 해서, 어렵네.
린덴
당신, 자유시민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누군가의 심부름꾼이야?
로이텐
나는 요리 솜씨를 인정받아 노동시민이 되었지.
가족까지 이주시켜준 덕분에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게 됐어.
타차 로이
나는 자유시민이지만 내 의지로 종업원을 하고 있어.
모두에게 최고의 한잔을 제공하기 위해, 매일 정진하고 있지.
빌리디아
하아, 취한다…….
맛있는 술이 잔뜩 있으니, 끝내주네…….
애너
귀부인의 거실에서 과음한 바람에
술 좀 깨려고 밖을 보고 있는데……
이 하얀 하늘은 언제 봐도 소름 끼쳐…….
레레베르드
이 앞은 자유시민 분들의 거주지로 이어진다.
전문 노동시민이 아니면 들어가지 말도록.
렌다 수
율모어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훌륭한 전망이지!
이따금 죄식자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이지만 무섭지 않아.
왜냐하면 돈 바우스리가 있으니까.
카르나
행복과 쾌락이 교차하는 사랑의 환락 도시,
율모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어머, 저한테 관심이 있으신 거예요?
저는 나뭇가지층에 오신 손님의 목소리를 듣고
각 층을 안내해 드리고 있답니다!
우후후…… 가끔씩 비밀스러운 대화 내용도 들려서
그걸 잘 이용하면 자유시민님이 저를 고용해 줄지도……!
……어머나 내가 무슨 말을, 방금 얘긴 잊어 주세요!
>여기는 어떤 곳인지 물어본다
이곳은 율모어 상층부 '나뭇가지층'입니다.
율모어를 큰 나무에 빗댄다면
나뭇가지에 해당하는 화려한 층이죠!
큰 나무의 가지와 잎이 그렇듯이
이 나뭇가지층에 사는 사람들은 햇빛이라는 가장 큰 영광을 누리며
매우 우아하고 화려한 생활을 보내고 계시답니다!
차이 누즈
음……?
뭐야, 넌…….
둘리아 차이
어머, 넌 누구지……?
알피노
처음 뵙겠습니다.
화가를 구하시는 차이 부부가 맞으신지요?
차이 누즈
오오, 그럼 너희가 새로운……
둘리아 차이
어머, 어머, 어머!
어쩜 이렇게 귀여운 소년이 있을까!
부드러운 머리카락, 기품 있는 외모……
게다가 왠지 꽃향기도 나는 것 같아~!
여보!
나 이 아이, 마음에 쏙 들어!
분명…… 아니, 반드시 멋진 그림을 그려줄 거야!
차이 누즈
흐음…….
얼마 전에 해고한 그 실력 없고 음침한 화가보다는
나아야 할 텐데…….
둘리아 차이
그럼 정식으로 잘 부탁할게.
이름이……
알피노
알피노라고 합니다. 사모님, 그리고 주인님.
그리고 이쪽 제 조수도 함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차이 누즈
흐음…….
간혹 고용되면서 가족을 데려오는 놈은 있지만
그 나이에 조수를 데려오다니 희한하군?
알피노
사실상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핏줄은 이어져 있지 않지만
제가 힘들 때마다 늘 곁에 있어준 자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제 그림을 이해해 줍니다.
조수와 함께 완성해야만
두 분께 걸맞은 그림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만큼은
저 혼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 조수가 잠시 도시를 견학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지금까지 저를 도와준 답례로
그토록 꿈꾸던 율모어를 빨리 보여주고 싶습니다.
둘리아 차이
어머, 어쩜 이렇게 착한 애들이 다 있지?
그런 거라면 마음껏 견학하고 와도 된단다~!
……괜찮지, 여보?
차이 누즈
그, 그래…… 뭐…… 당신 뜻이 그렇다면야…….
둘리아 차이
그럼, 실컷 도시를 구경하고 와.
바깥쪽에 둘러진 '하늘관람석'은 조금 좁으니까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
차이 누즈
아내가 괜찮다고 했으니 넌 마음껏 견학하고 와.
단, 너무 들떠서 소동을 일으키면 안 된다.
품위 없는 행동도 삼가도록!
율모어 견학
알피노
……그럼 자네는 이 도시의 내부를 살펴보고 오게.
있는 그대로…… 속속들이 말일세.
우선 이 '나뭇가지층'부터……
특히 사람들이 모이는 상점 주변을 보는 게 어떻겠나.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다니며 율모어에 대해 알아보게나.
한차례 견학한 후에 여기로 돌아오게.
……부탁하네, 리오넬.
자, 나는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해야겠군.
침착하게 허둥대지 말고…… 차분히.
우아한 자유시민
어머나……?
처음 보는 얼굴인데
혹시 새로 왔나?
반가워, 앞으로 잘 부탁해.
……그런데 혹시 내 하인 못 봤어?
머리를 묶은 건장한 남자인데.
함께 쇼핑하던 중이었는데
내 정신도 참, 도중에 손수건을 잃어버렸지 뭐야.
하인이 찾아오겠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인데…….
역시 혼자 기다리고 있으려니 불안해.
혹시 내 하인을 만나면
손수건은 됐으니까 그만 돌아오라고 전해 줄래?
손수건은 이 광장에 들어오기 전에
복도에서 떨어뜨린 것 같아.
내 하인도 그 부근을 찾고 있을걸?
건장한 노동시민
사, 살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지나가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실은 소중한 마님의 손수건이
바람에 날렸는지 난간의 바깥쪽에 걸려 있어서……
간신히 그걸 잡기는 했는데 그 참에 발이 미끄러졌지 뭡니까.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고작 손수건 때문에?
>고용주가 그렇게 소중한가?
물론이죠!
지금은 저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 처음에 조금 편하게 살고 싶다는 얕은 생각으로
이 도시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율모어에는 부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이곳에서는 아무도 싸우지 않고
주민들은 서로를 아끼고 있습니다…….
마님도 저한테 정말 잘해주십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행복한 곳은 없어요!
……앗, 저도 모르게 흥분했군요.
죄송합니다. 워낙 행복하다 보니…….
괜찮으시다면 저를 구출해 주신 당신을
마님께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분명 너그럽게 사례해 주실 겁니다.
네……!?
마님이 외로우니까 저를 데려오라고 하셨다고요!?
아아, 이럴 수가……!
어서 저와 함께 마님께 가시죠!
건장한 노동시민
다시는 마님 곁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우아한 자유시민
얘기는 다 들었어.
내 하인을 구해 줘서 정말 고마워.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당신은 훌륭한 주인이라던데……?
어머머, 내가 딱히 특별한 건 아니야.
노동시민들 덕분에 매일매일 생활할 수 있는걸.
우리 자유시민은 모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
>하인이 소중해?
물론 가족처럼 생각하지!
하인 덕분에 매일매일 생활할 수 있는걸.
우리 자유시민은 모두 노동시민들에게 감사하고 있어.
밖에서는 신분이 다르면 편견이나 대립도 일어난다지만……
여기서는 그런 씁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훌륭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
그중 하나가 자유시민의 재산 포기야.
시민으로 등록할 때, 개인의 재산……
돈, 이권, 지식 등을 도시에 양도하지.
그 대신 아무 불편 없이 살 수 있을 만큼
금전과 물자를 도시에서 지급받고 있어.
그러면 돈을 운용해야 하는 불안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남들과 우열을 가리지 않아도 되거든.
아무도 상처 입힐 필요가 없어.
……그럼 난 하인과 계속 쇼핑을 즐겨 볼까.
손수건을 찾아 줬으니 뭔가 선물을 해 줘야지.
내 하인을 찾아서 말을 전해준 당신에게도…… 자, 받아줘!
다가오는 유혹
우아한 자유시민
그러고 보니 당신, 하던 일이 있었던 건 아니야……?
어머나, 도시를 견학 중이었구나!
그렇다면 '벌집 주점'에 가 보면 어떨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늘 북적북적하거든.
거기 가면 '티스타 바이'라는 여성이
입구 근처의 자리에 앉아 있을 텐데,
그 사람이라면 다양한 얘기를 해줄 거야…… 당신하기에 달렸지만!
우린 계속 쇼핑을 해야겠어.
당신은 '벌집 주점'에서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랄게.
미나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꿀벌'이라 불리지.
경비 담당인 나도……
물론 꿀벌이다.
사샤 레이
후후후!
어머, 우리 꿀벌도 참!
어쩜 말을 이렇게 예쁘게 할까!
루리메
이곳은 '벌집 주점'입니다.
평온한 생활에 질린 자유시민 여러분께
아주 약간의 자극을 드리는 시설이지요.
안프리그
칵테일을 주문하실 건가요?
노동시민께는 술을 내드리지 않는 게 규칙입니다만……
꼭 드시고 싶으시다면 영업 시간이 아닐 때 살짝 방문해주세요.
베일리
당신, 지배인인 여왕벌과 만난 적 있어?
모습은 거의 드러내지 않지만, 믿음직스러운 분이야.
벌집에 흘러든 손님을 달콤한 꿀로 사로잡고 놔주지 않는다더군.
아산
너 말이야, 무대에서 춤 좀 춰 봐!
난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좋거든!
카스나
내 꿀벌이 술을 가지러 가서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아……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이봐요, 당신. 가서 불러주시겠어요?
어떻게 생겼냐고요?
그야, 이 가게에서 가장 매력적인 꿀벌이지요!
그레웬
오, 형씨는 노동시민이야?
술안주가 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줄래?
리스탄
맛있는 술과 밥, 그리고 사랑스러운 꿀벌들…….
여기는 정말 끝내줘!
아, 신난다, 신나!
티스타 바이
벌집 주점에 온 걸 환영해.
우아한 일상에 벌에 쏘인 듯한 자극 한 방, 어때?
너, 새로 왔구나?
이곳 분위기에서 겉도는 게 딱 봐도 알겠네.
……난 너 같은 애가 그렇게 관심이 가더라.
나랑 카드로 대결 한 판 어때?
누구의 카드 숫자가 더 큰지 맞히는
아주 간단한 '하이 앤 로우' 게임이야.
네가 이기면 뭐든 부탁을 하나 들어줄게.
생각이 있으면…… 말만 해.
나랑 '하이 앤 로우' 게임을 해 볼래?
>예
['하이 앤 로우'는
내가 받은 3장의 카드에 적힌 숫자의 합계가
상대방의 합계보다 높을지 낮을지 예상하는 게임입니다.
본 게임에서는 1~9의 숫자가 적힌 카드를 사용합니다.
같은 숫자가 중복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예상이 적중하면 승리합니다.
만약 양측의 카드 합계치가 동일한 경우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티스타 바이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그럼 3장씩 카드를 나눠 줄게.
넌 그중 1장을 뒤집고, 난 2장을 뒤집을 거야.
자…….
네 카드의 합계가 내 카드의 합계보다
낮을까? 아니면 높을까?
호오, '높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럼 답을 확인해 볼까.
내 카드의 숫자 합계는 '15'.
자, 네 카드는……?
'16'!
축하해. 네 예상이 적중했어.
너의 승리! ……그런데 이렇게 끝내도 좋지만
이것도 인연인데 한 번 더 도전해 보는 건 어때?
생각이 있으면 내게 다시 말해.
티스타 바이
나와 다시 '하이 앤 로우'를 해 보면 어때?
부탁할게, 귀여운 신입 씨.
고마워, 그럼 다시 해 보자…….
그럼 3장씩 카드를 나눠 줄게.
넌 그중 1장을 뒤집고, 난 2장을 뒤집을 거야.
자…….
네 카드의 합계가 내 카드의 합계보다
낮을까? 아니면 높을까?
호오, '낮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럼 답을 확인해 볼까.
내 카드의 숫자 합계는 '18'.
자, 네 카드는……?
'8'!
오…… 네 예상대로야.
축하해. 이번에는 정말로 네가 이겼어.
약속대로 뭐든지 부탁을 하나 들어줄게.
그래, 부탁이 뭐야?
신분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말해 봐.
……새로 왔으니까 이 도시에 대해 알고 싶다고?
뭐, 그야 상관없지만…… 참 귀여운 부탁이네.
율모어의 가장 좋은 점은
뭐니 뭐니 해도 죄식자에게 습격당하지 않는다는 거야.
이곳의 원수, 돈 바우스리는 태어날 때부터
'죄식자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대.
그래서 이 도시는 싸울 필요가 없어진 거지.
……이 정도 정보면 되겠어?
궁금한 게 더 있으면 저기서 술에 취해 있는 '아산'이
신이 나서 얘기해 줄 거야.
오, 나와 다시
'하이 앤 로우'를 해 볼래?
난 언제든지 대환영이야.
흐음, 게임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나한테 말을 걸고 싶었나 보네?
그건 그거대로 기쁜걸.
아산
응……?
이 도시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
아하하, 뭐 이렇게 성미 급한 청년이 다 있나!
가르쳐 주는 건 상관없는데 즐겁게 수다를 떨려면
여유가 좀 더 있어야지!
그래, 일단 무대 위에서 '춤'이라도 추고 오는 건 어떤가.
몸도 마음도 풀어져야 무슨 얘기를 하든 말든 하지!
무대 양쪽에 딱 좋은 위치가 있지?
마음껏 '춤'을 춰 봐!
/춤
아산
우와!
제법인데!
캬아, 춤 실력이 제법이네? 아주 개성 있어!
이곳 무대는 언제든지 들어가서 춰도 되니까
마음이 내킬 때 또 춤을 춰 보라고!
아…… 그래, 이 도시에 대해 가르쳐 달랬지?
지금 이토록 평화로운 율모어도 선대 원수가 통치하던 시절에는
죄식자와 싸웠던 건 알고 있어?
율모어군은 최강을 뜻하는 대명사나 다름없는데
그런 율모어군조차 죄식자와 전투할 때는 피해가 막심했었어.
상황이 바뀐 건 20년 전……
선대의 아들인 바우스리 님이 원수로 취임하고 나서부터야!
그의 힘 덕분에 더 이상 죄식자는 적이 아니게 되었거든.
오히려 돈 바우스리의 비호 아래서 우리와 함께 지내는
동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도 전투가 계속된다는데……
정말 어리석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돈 바우스리 만세!
너 말이야, 무대에서 춤 좀 춰 봐!
난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좋거든!
[일단 몇 가지 정보를 획득했다.
알피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보자.]
차이 누즈
……응? 돌아왔군.
둘리아 차이
어머나, 어서 와.
그래, 견학은 잘 끝냈고?
시간은 걱정하지 말고 더 천천히 구경하다 와도 돼.
알피노도 아직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거든.
차이 누즈
아, 걱정하지 마라.
너와 함께 온 그 화가라면 곧 돌아올 테니까.
……저길 봐.
알피노
주신 옷으로 갈아입고 왔습니다.
마음에 드시는지요……?
둘리아 차이
어머, 어머, 세상에!
아까 입어 본 옷도 근사했는데
이 옷도 늠름하고 좋네~!
알피노는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뭘 입혀야 될지 고민되잖아~!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화가……라더니?
>일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이네요
차이 누즈
내 말이 그 말이야!
저 녀석은 화가지, 모델이 아니라고.
슬슬 그림을 그리게 해야 할 거 아냐!
둘리아 차이
꼭 그래야 해……?
물론 그림을 그리라고 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도 이렇게 즐거운데…….
차이 누즈
아니, 내 말은 안 된다는 게 아니라…………
그…… 그림 그릴 준비도 시켜줘야지…….
일을 못 하면 저 녀석도 초조할 텐데…….
둘리아 차이
후훗, 알았어~!
이번에는 같이 보석을 골라 보자, 여보!
알피노는 좀 더 하늘하늘한 옷도 어울리던데……
자기는 가급적 여행복 같은 옷이 편하다면서 사양하더라고.
그래서 그 옷으로 골랐어.
율모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차림이라 아주 강렬하지!
차이 누즈
어떻게든 그 화가가 일을 하게 만들어야 해…….
안 그러면 부부 초상화를 결혼 기념일에 맞춰 완성할 수 없어!
기쁨으로 가득찬 사람들
알피노
둘리아 부인은 아주 미의식이 뛰어난 분이군.
화가의 복장까지 이렇게 까다롭게 고르다니…….
덕분에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을 것 같네.
괜찮다면 이 틈에 다시 '견학'을 다녀오지 않겠나?
이번에는 아까 지나왔던 한 층 아래……
군의 사령본부가 있다는 '나무줄기층'도 보고 오게.
……부탁하네.
이참에 다른 장소도 보고 오게.
차이 부부에게는 내가 잘 얘기하겠네.
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
으윽…… 훌쩍…… 훌쩍…….
다, 당신은……?
당신도 누군가를 모시는 노동시민이야……?
그렇다면 부탁이야, 나 좀 도와줘……!
난…… 나는…… 가수인데 목이 상하는 바람에
노래를 잘 부를 수 없게 되었어…….
그동안 요리조리 피해 왔지만 이제 한계야.
주인님이 이 일을 아시면…… 아니, 그 전에 나아야 해!
있잖아, 당신이 나 대신
건물 밖 '폐선 거리'에 있는
'소어리치'라는 약사를 찾아가 줄래……?
내 목의 증상을 적은 메모랑 약값으로 낼 메올을 줄게.
제발…… 제발 부탁이야……!
폐선 거리는 이 건물 바깥에 있는데
시민이 아닌 사람들의 주거지야…….
기쁨의 회관을 나가면 바로 갈 수 있어.
그곳에 '소어리치'라는 약사가 있다고 들었어.
제발…… 나 좀 도와줘……!
소어리치
……이힛!
뭐야, 약이 필요해?
-맡겨진 쪽지: 가수라고 하는 노동시민의 병세를 기록한 쪽지.
-약값용 메올: 약값으로 준비된 메올.
흐음, 이 메모에 적힌 증상을 고칠 약이 필요하단 말이지…….
미안한데 이건 약으로 고칠 수 있는 증상이 아니야.
아마 목에 좋지 않은 뭔가가 생겼겠지…….
그걸 제거해도 목소리가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을 거야.
이히힛, 가여워라…….
이 아이는 버려질까, 아니면 사라지게 될까…….
뭐야, 몰랐어?
율모어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오지만
나가는 녀석은 거의 없어…… 시체조차 말이야.
가끔 바다로 버려지는 바보는 있지만 나머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거든.
참 무서운 동네야.
나처럼 이렇게 건물밖에 떡하니 자리 잡고 앉아서
찌꺼기나 받아먹고 사는 팔자가 딱 좋은데 말이지.
……자, 수다는 여기까지!
그래도 진단은 해 줬으니까 메올은 받아 둘게!
여기서 아무도 나가는 사람이 없다는 건 고참이면 다들 알아.
하지만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잖아.
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
어, 어떻게 됐어……? 약은 받았어……!?
윽…… 으윽……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니…….
난 이제 어쩌면 좋지…….
신사적인 자유시민
오오, 나의 카나리아가 여기 있었구나.
왜 이런 데서 울고 있지?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은 또 뭐고……?
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
아아, 주인님……!
그게, 저기…… 사실은…… 제가…….
신사적인 자유시민
……그랬구나, 네 목에 병이 생겼을 줄이야.
미리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괜찮아. 지금까지 나를 위해 노래해 준 카나리아를
버릴 생각은 없단다.
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
감사합니다…… 주인님…….
하지만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면 전 쓸모가 없잖아요.
언젠가 정말로 필요 없어질까 봐…… 겁이 나요…….
신사적인 자유시민
그렇다면 돈 바우스리께 부탁을 드려서
너를 하늘로 올라가게 해 달라고 하자꾸나.
고통도, 병도 없는 그곳이라면
너도 목을 걱정하지 않고 또 노래할 수 있을 거야.
……아니면 그곳에서는 날 위해 노래하는 게 싫은 게냐?
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
저, 정말요……?
그래도 되나요……!?
신사적인 자유시민
그럼, 물론이지.
너의 맑은 노랫소리가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나도 하늘로 올라갈 날이 기다려지는구나.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하늘로…… 올라가……?
영 수상하군
그래, 혹시 자네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나?
물론 처음에는 믿기 어렵겠지만…… 이번 기회에 기억해 두게.
죄식자는 죄를 지은 사람은 잡아먹지만,
죄 없는 자의 혼은 멸망을 앞둔 이 땅에서 구원해
하늘에 있는 낙원으로 인도해 주지…….
돈 바우스리가 분명 그렇게 말했어.
이 도시 주민들은 그의 백성이니 구원을 받을 거라고도 했지.
그러니 우리는 이 도시에서 사랑하면서 즐겁게 살고
그것을 충분히 만끽한 후에는 하늘로 올라가는 거야.
노동시민도 주인이 허락하면 올라갈 수 있고.
화려한 차림의 노동시민
바우스리 님은 정말
희망의 빛 같은 분이시죠.
신사적인 자유시민
그럼 우리는 이만 실례해야겠군.
내 카나리아를 도와준 자네도
영원한 구원을 받게 되길 기원하겠어…….
둘리아 차이
있잖아, 여보.
역시 그 장갑도 사 둘걸 그랬나?
차이 누즈
으, 으응…… 그래…….
알피노
아, 돌아와서 다행이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서 걱정하던 참일세.
나는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네만…… 흐음……
지금은 이들 부부도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모양이네.
자네의 견학 성과를 들어 보세.
돈 바우스리가 죄식자를 다스릴 수 있다고……?
그래서 시민들의 신망을 얻은 모양이군.
하지만 죄식자가 시민의 혼을 하늘로 올려 보낸다는 건…….
'율모어에 들어오는 이는 많아도 나가는 이는 없다'는 말과
관련이 있을까……?
나뭇잎에 비치는 하늘빛
차이 누즈
……응? 잠깐 안 보는 사이에 조수와 잡담 중이군.
밑그림은 잘 진행되고 있겠지?
아, 아니 이럴 수가……!?
이봐, 이게 뭐야!
이건 너무…… 있는 그대로 그렸잖아!
화가라면 좀 더 센스 있게 그려야 할 거 아냐!
호사스럽고 화려하면서도 기품이 넘치고
보는 사람을 모두 압도할 정도로 아름답게……!
알피노
하지만 주인님…….
이건 결혼 기념일을 기념하는 부부의 초상화 아닙니까?
두 분은 있는 그대로가 가장 정답고……
차이 누즈
있! 는! 그! 대! 로 라니!?
우리는 현실을 원하는 게 아니라고!
완성됐을 때 '정말 아름답다!'고 감탄만 할 수 있음 돼.
알아들었으면 당장 처음부터 다시……!
남자의 비명
으윽, 으아아아아악……!
차이 누즈
뭐지……?
위층에서 나는 소리인가……?
붉은 광대
여러분~!
큰일이야, 큰일! 엄청난 사건이라고!
이 도시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파렴치한이 나타났어!
아아, 너무 무서워!
푸른 광대
하지만 안심하시라!
그 파렴치한은 이미 잡았거든!
정의의 철퇴, 질서의 회복!
돈 바우스리의 심판을 보고 싶은 사람은
어서 '원수의 집무실'로 모여줘!
둘리아 차이
어머나…… 파렴치한이라니 무서워라…….
알피노
저기, 심판이라는 건……?
차이 누즈
아, 궁금하면 다녀와도 좋다.
집무실은 여기보다 한 층 위……
원수를 위한 '나뭇잎층'에 있어.
평소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지금은 괜찮을 거다.
남쪽의 '왕관 승강기' 앞에 있는 경비병에게 부탁하면
안내해 줄 거야.
알피노
……가 보세.
둘리아 차이
파렴치한이 당신들을 공격할까 봐 걱정이야.
바우스리 님의 앞이니까 괜찮을 것 같긴 하지만…….
차이 누즈
집무실은 한 층 위인 '나뭇잎층'에 있어.
남쪽에 있는 '왕관 승강기'를 타면 금방 갈 거다.
차덴
돈 바우스리 님의 뜻에 따라 지금은 집무실을 개방 중이다.
……너도 가겠나?
'원수의 집무실'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요
알피노
저자가……
율모어의 원수, 바우스리로군!
저 옆에 있는 건 죄식자……?
인간을 공격하지 않다니…… 저자의 힘인 건가…….
???
윽…… 으윽………….
알피노
아니, 이 아이는……!
카이 시르 아닌가!
이게 무슨……!?
바우스리
하아……? 너희는 뭐냐…….
멋대로 끼어들다니 무례한 놈들…….
알피노
돈 바우스리!
이게 무슨!! 왜 이 아이가 피를 흘리고 있습니까?
바우스리
왜냐니……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지.
그놈은 거짓말을 했거든.
수완 좋은 상인이라길래 들어오게 했더니
털면 털수록 밑천이 드러나더라니까?
율모어는 서로 돕고 사는 사랑의 도시라 이 말이다!
줄 능력도 없는 주제에 받기만 하려 하다니
용서받을 수 없는 쓰레기 아닌가!
그~래~서~!
거짓말을 한 죗값으로 저기서 뛰어내리라고 명령했거든?
그랬는데 그것만은 제발 봐달라면서
빽빽 울어대지 뭔가…….
그렇다면 자비로운 지도자로서
다른 방법으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하지 않겠나?
안 그래……?
알피노
무슨 짓을…… 시킨 거지……!
바우스리
죄식자는 율모어의 동포다.
그리고 생명체를 구성하는 에테르는 그들의 먹이지…….
그래서 저 녀석더러 고기를 바치라고 명했다!
제 손으로 제 몸을 잘라 내서 말이야!
그~런~데~!
그것마저도 제대로 못 하다니!
내참,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어!!
알피노
……물론 카이 시르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 도시를 정말로 동경하고 있었어.
그런 소년에게 이런 식의 폭력과 굴욕으로 대응하는 것이
율모어의 방식이란 말인가!
바우스리
하아…… 멍청한 녀석…….
이 망가진 세상에 꿈이 넘치는 낙원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영원히 위협받지 않을 안전과
흔들림 없는 단 하나의 질서가 필요한 법이라고.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건
죄식자를 복종시킬 수 있는 나밖에 없다 이거야…….
따라서 내가 절대 정의다!
내 말을 따르지 않는 자는 처벌받아 마땅한 악당이야!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말이다!
알피노
이런 곳이 낙원이라고……!?
바우스리
그런데 너도 여기에 있는 걸 보면 무슨 재주가 있어서겠지?
무슨 일을 하기 위해 고용됐나?
알피노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바우스리
오호, 화가라?
그렇다면 나를 위해 한 장 그려 보거라.
잘만 그리면 이 무례는 용서해주지.
계속 율모어에 살게 해 주겠다는 말이다.
어이, 멋대로 무슨 짓이냐?
그림 그리라고 한 소리 못 들었어?
알피노
당신에게 필요한 건 그림이 아니라 거울이다.
추악한 혼이 썩어 문드러진 본인의 모습을
똑똑히 보길 바란다.
걸을 수 있겠나?
네, 네…….
바우스리
저것들이 나, 나를?
감히 나를? 모욕…….
저것들, 저것들, 용서하지 않겠다!!
인형으로 만들 가치도 없어!
치욕스럽게 고통스럽게 죽여버리고 말겠어!!
카이 시르
저…… 감사합니다…….
알피노
………….
……홧김에 여기까지 나오게 해서 미안하네.
다시는 안에 돌아가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으니
이대로 콜루시아 섬을 떠나세.
세계 정부를 자처하는 율모어의 실태는 충분히 알았네…….
우리가 죄식자 토벌을 목표로 삼는 이상,
쉽게 손을 잡을 수 없으리라는 것도.
난 자네와 함께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겠네.
새로운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카이 시르…….
사과해서 끝날 일은 아니지만 자네에게는 진심으로 미안하네.
자네가 순수했기 때문에 더욱……
나는 자네에게 거짓말을 시키면 안 되는 거였어.
카이 시르
그러지 마세요…….
많은 걸 가르쳐 주셨는데 제가 제대로 못 한 거예요.
전부 자업자득이에요.
그런데도 두 분은 저를 구해 주시고…….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알피노
어떤가, 자네만 괜찮다면
함께 크리스타리움으로 가지 않겠나?
분명 일자리가 있을 걸세.
카이 시르
아뇨…….
그럼 저는 또 남에게 의지하는 사람이 되어 버려요.
당분간은 혼자서……
착실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려고요.
알피노
……알겠네.
하지만 율모어에서 추격자가 따라붙을지도 몰라.
그것만은 조심하도록 하게.
카이 시르
네, 두 분도 조심하세요.
이 은혜는 언젠가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때까지 무사하셔야 합니다.
???
허억, 허억…… 알피노!
알피노
차이 부부…….
차이 누즈
너희들,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안에서는 지금 화가는 어디 갔냐고 난리가 났어!
둘리아 차이
……알피노.
난 당신이 그린 밑그림을 봤어.
지금까지 아름답고 호화로운 그림을 많이 받았지만
당신의 그림은 좀 달랐어…….
마치 우리 부부가 그대로 그림 속에 들어간 듯했지.
정말 마음에 들었어.
그러니 제발 여기에 남아서 그림을 완성해 줘……!
돈 바우스리께는 잘 설명해 줄게. 걱정할 필요 없어!
알피노
……아닙니다, 마님.
죄송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제가 해야 할 일이 없습니다.
둘리아 차이
해야 할 일……?
매일매일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 말고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는 말이야?
알피노
……역시 저희는 가야겠습니다.
이 옷도 돌려 드리죠.
둘리아 차이
안 돼……!
적어도 그 옷은 그냥 입고 가줘!
그리고 내가 따로 부탁해서
도시의 문은 몰래 빠져나갈 수 있게 해 둘게.
그러니까…… 언젠가 꼭 다시 돌아와 줘.
알피노
……알겠습니다.
그럼 이 옷을 제 분노의 기억, 맹세로 삼겠습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이 도시의 기만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그 다짐을 늘 잊지 않기 위해서.
젬 졘마이
어서 와, 친구.
언제든지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갈 수 있어.
알피노
리오넬…….
여기까지 함께해 줘서 고맙네.
바라던 결과는 아니지만
율모어의 실태와 사상을 알게 된 건
제1세계를 구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데 있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네.
자, 수정공이 기다리는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세.
그곳에서 다시 몇 번이 됐든…… 난 포기하지 않을 거라네.
위병단 경비
수정공에게 볼일이 있으십니까?
제가 '성견의 방'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알리제
알피노도 만난 모양이군.
그 이야기도 나중에 자세히 들려줘.
수정공
알피노와 함께 율모어를 보고 왔군.
소감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
알피노
콜루시아 섬까지 여행하느라 수고했네.
알리제를 만나는 건 오랜만이지만…….
그래, 알리제도 각오를 한 것 같군.
자네도 두 지역을 여행하며 제1세계의 상황을 파악했겠지.
이곳과 원초세계, 양쪽을 위해 뭘 해야 할지……
지금이 바로 수정공과 얘기할 때가 아니겠나.
모든 마을이 크리스타리움처럼
자립심이 넘쳤다면…… 여기 돌아와서 다시금 이런 생각을 해.
하지만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지는,
그야말로 하나로 한정할 수 없어.
콜루시아 섬에 모인 사람들은 설득만으로는 움직이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