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좌의 부름
리세
욜이 제대로 오는 것도 알았으니
히엔과 고우세츠도 빨리 돌아오면 좋겠다.
혹시 괜찮으면 기다리는 동안
바르담 패도에서 어떻게 싸웠는지 들려줄래?
참고하고 싶거든!
어서 와!
……그쪽도 무사히 끝났어?
히엔
그래, 도중에 만난 커다란 석상은 정말이지 놀랍더군.
아짐 대초원의 신비 그 자체였어!
고우세츠
흠, 그대들도 당연히 통과했나 보구려.
이로써 모두 참가 자격을 얻게 되었구먼!
체격이 좋은 남자
바르담 패도를 통과한 새로운 전사들이여.
우리 족장님의 명에 따라 너희를 데려가야겠다.
리세
옷을 보니까 오로니르족 사람 같은데?
……어떻게 할까?
히엔
흠, 졸병 같으니 처리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전투가 열리려면 아직 시간이 있을 거다.
이 틈에 적진을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어차피 나중에는 같은 편이 될 사람들이네.
……그러니, 잠시 들렀다 가도 되지 않겠나?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바라던 바다
정도껏 해야 돼
리세
시리나를 너무 걱정하게 하면 안 돼.
무슨 일이 생기면 강제로라도 끌고 갈 거야!
히엔
그 소환에 응하도록 하지.
어디든 데려가거라.
리세
깃발이 두 개네……?
오로니르족만 있는 게 아닌가……?
체격이 좋은 남자
위대한 큰형님, 마그나이 님이시여.
그자들을 데려왔습니다.
마그나이
……너희들은 바르담 패도의 시련을 극복했다.
내 말이 맞나?
히엔
맞네, 몰족의 일원으로서 자격을 얻었지.
그대가 족장인 것 같네만, 우리를 끌고 온 이유가 무엇인가?
동료로 삼으려는 건가?
마그나이
틀렸다.
우리 오로니르족은 태양신 아짐의 자손이며,
신의 자손은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내 땅에 침입자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그것이 단순한 여행자라면 가진 것을 빼앗으라 명하였다.
하지만, 바르담 패도를 통과하고
젤라의 전사가 되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신께 헌신하며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어.
그러니 신의 아들인 내게 몸 바칠 것을 윤허하노라.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면 이 몸이 내리는 자비를 베풀어
너희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줄 수도 있다.
리세
……일을 하라는 거야?
우리를 너무 깔보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 말에 따르지 않으면 어쩔 건데?
마그나이
제대로 헌신하지 않는다면
아버지 태양신의 위엄을 무시한다는 뜻이 되지.
대역죄로 다스려야 하나, 한 번 정도는 용서할 수도 있다.
평생 내 형제들의 노예가 되어
몸과 마음의 구석구석까지 신의 위엄을 깨닫게 하리라.
훗…… 나는 너무 관대해서 탈이야.
흠…… 우리와 동맹을 맺은 부두가족에서도
너희를 원한다는구나.
단, 남자만이다.
부두가족은 남자들만으로 구성된 부족으로,
볼라크족과는 정반대지…… 이렇게 말해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받아줄 곳은 있으니 안심해도 좋다는 소리다.
히엔
그렇군, 잘 알았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막 전사 자격을 얻은 신참이라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도통 모르겠는데?
마그나이
나를 말로써 희롱하려 들다니…….
불경하도다. 두 번은 용서하지 않겠다.
내가 바라는 것을 들으면 아무리 어려워도 반드시 이뤄야만 한다.
그럴 각오가 있다면야 다시 질문하는 것을 허락하지.
리세
아…… 알았다…….
이 사람은 위리앙제처럼
괜히 말을 어렵게 하는 사람이야……!
고우세츠
사람들 앞에서 사내가 사랑이다 뭐다 함부로 입에 담다니…….
오로니르족은 괜찮을지 몰라도 본인은 이해할 수 없구려.
히엔
조금 전의 그 살기…….
멋으로 옥좌에서 으스대는 건 아닌 모양이군.
바아투
우리 큰형님 앞에서는 결례가 없도록 해라.
다이두쿨
……여자와는 할 말이 없다.
마그나이
넌 여자로군……. 흐음…….
그래도 우선 어떻게 일하는지 봐야겠지.
이 몸이 무엇을 바라는지 똑똑히 듣고 받들어 모시거라.
이 시기에 이 몸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계절끝 합전'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합전은 고대부터 이어진 신성하고 엄격한 의식.
아무리 오로니르족이 신의 자손이라 해도
빈틈없이 준비하지 않으면 발목을 잡히리라.
그러니 포로들이여, 합전 준비에 공헌하라.
저기 있는 너희를 끌고 온 자……
'바아투'의 지시를 따르도록 하라.
우리 오로니르족은 젤라의 비호자다.
따라서 노동력을 헌상하면 그에 따른 자애를 배풀지.
……자, 일해라.
오로니르족이 준 난제
바아투
잘 들어라……!
우리 큰형님은 너그럽게도 네놈들에게
젤라의 전사로서 오로니르족에 공헌할 것을 허락하셨다.
큰 영광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 기쁨을 곱씹으면서 노동력을 바쳐라.
그럼 먼저…….
리세
잠깐만.
궁금한 게 있어…….
'큰형님'이라고 부르는데 당신은 족장의 동생이야?
바아투
우리 오로니르족은
가장 강한 자를 큰형님으로 모신다.
다른 이들은 모두 동생들이다.
쓸데없는 질문으로 내 말을 끊지 마라.
……지금부터 일거리를 주마.
넌 누이동생들과 함께 가축의 젖을 짜라.
합전에 나갈 전사들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우유술과 버터, 치즈를 만드는 일도 중요한 준비다.
리세
……그 정도야 뭐.
까짓거 얌전히 도와줄게.
바아투
거기 덩치 큰 사내는…… 흐음, 노인이었군…….
너는 군 장비를 손질하도록.
자세한 건 만물상에게 물어봐라.
고우세츠
본인은 섬세한 일에 서툴건만.
어쩔 수 없구려……. 정진하도록 하겠소.
바아투
그럼 다음, 거기 불손한 턱수염은…….
다이두쿨
……이자의 능력은 우리 부두가족이 확인하겠다.
괜찮나? 물론 괜찮겠지.
오로니르족은 노란색, 우리 부두가족은 녹색 옷을 입는다.
밖에서 짐을 나르고 있는 녹색 옷의 사내와 얘기해라.
몇 가지 일을 줄 것이다.
히엔
오, 그런가!
그럼 이번 기회에 부두가족에 대해서 배워야겠군.
병법과 전력에 대해 가르쳐주면 큰 도움이 되겠어!
바아투
……마지막으로 남은 너는 내가 직접 설명해주마.
일단 밖으로 따라 나와라.
차락하
이 옥좌에 사는 사람은 모두 솜씨가 뛰어나지.
다른 부족이나 여행자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자도 있지만
강자의 자존심 때문에 그러는 것이니 이해해 주게.
바아투
왔군…….
그런데 넌 이름이 뭐냐?
……좋다, 리오넬.
너는 이 '여명의 옥좌' 바로 아래에 있는 호수로 가서
호수 바닥에 있는 칼풀을 모아 와라.
칼풀은 전투에 꼭 필요한 약의 재료이다…….
그래, 8개 정도 있으면 충분한 양을 만들 수 있겠군.
……말 안 해도 다 안다.
호수 깊숙이 잠수하는 게 무서워서 떨고 있는 거지?
물속은 태양신 아짐과 달의 신 나아마의 손길조차 닿지 않는,
이곳과는 동떨어진 세계니까 말이다…….
하지만 큰형님께 바치는 노동력이 그 정도는 되어야지!
보초병에게는 내가 얘기해 두마.
그에게 말을 걸어 아래로 내려가 칼풀 모으는 일에 종사해라.
끝나면 여기로 돌아오면 된다.
후샬
집어먹지 마라.
여행자에게 선뜻 대접할 수 있을 정도로, 식량이 넉넉하지 않다.
부구누테이
옥좌에 출입하는 자는 내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수상하게 굴지 마라.
구유그
비가 내리든, 바람이 불든, 이 등불은 꺼지면 안 돼.
태양신 아짐이 만든 최초의 아우라
여명의 아버지가 태어난 장소이기 때문이지.
오고데이
양은 우리의 생명을 이어주는 소중한 가축.
그런 양을 돌보는 건 중요한 역할이야.
소로찬
이곳은 다른 곳보다 높으니까
양에게 줄 물과 풀을 옮기는 것도 힘들어.
짐승에게 습격 받을 걱정이 없어서 좋긴 하지만.
우두타이
늙은이라고는 하지만 오로니르족이다.
젊었을 때만큼 싸우지는 못하지만
모두를 위해 최선을 다할 거라네.
오로니르족 창병
아, 그래. 얘기는 들었다.
여기로 들어가서 아래로 내려가라.
……웬만하면 살아서 돌아오고.
오로니르족 창병
마그나이 형님께서 인정한 자라면, 여명의 옥좌의 문을 열어주지.
만나뵙고 싶나?
바아투
……!? 서, 설마 벌써 칼풀을 다 모은 거냐!?
-칼풀: 칼처럼 가늘고 긴 수초.
그, 그래. 틀림없군…….
대체 이 전사는 얼마나 겁이 없는 건가…….
덕분에 마비약을 만들 수 있겠군.
계절끝 합전에서는 그걸로 다른 부족을 꼼짝 못하게 만들 거다.
합전에서는 '순결한 땅'이라는 곳에
처음으로 선 부족이 승자가 된다…….
다만 그곳이 어디가 될지는 전투가 시작되어야 알 수 있지.
우리는 가장 먼저 '순결한 땅'에 도달하기 위해
약은 물론이고 모든 수단을 준비할 것이다!
……이번에 네가 한 일은 충분한 공헌이라 볼 수 있겠지.
어서 옥좌로 가서 큰형님께 은총을 내려주십사 간청해봐라.
아바카
이 앞은 큰형님의 방이다.
엄숙한 곳이니,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가라.
히엔
나와 그대만 돌아왔나 보군.
바아투
큰형님을 알현하기 전에 옷은 제대로 말려라.
물의 기운을 두른 채로 가면 불길하니까.
마그나이
호오…….
그 사내에 이어 네가 돌아왔겠다?
히엔
그대는 무슨 일을 맡았지?
난 어이없을 정도로 쉬운 일이었다네.
그냥 짐을 옮기는 일을 도우라더군.
부두가족이 졸졸 쫓아다니는 바람에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마그나이
……호수 바닥에서 칼풀을?
그래, 그 정도면 잘했다고 할 수 있겠군.
히엔
마그나이 공, 일을 하면 원하는 바를 들어주겠다고 하셨소만
만일 우리를 풀어달라고 한다면……
받아들이시겠소?
마그나이
애초에 너희를 동료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노동에 상응하는 은총을 베풀지 않으면
신의 자손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 질문에는 돌려준다고 대답하겠다.
단, 지금까지 한 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히엔
……그렇다면 그대들 오로니르족에 대해
조금 더 배우고 가겠다면 허락하시겠소?
아, 이곳에 오고 나서 궁금한 게 있어서 그렇다.
저들은 스스로를 태양신의 자손이라고 칭하는데
예전에 테물룬 할멈에게 들은 아우라족의 신화는 이랬지…….
세계를 창조한 태양신 아짐과 달의 신 나아마.
두 신은 세계의 지배권을 두고 대립하며
그들을 대신해 싸울 두 명의 인간을 낳았다……
그게 바로 최초의 아우라족이야.
태양신은 '여명의 아버지'라는 남자를,
달의 신은 '황혼의 어머니'라는 여자를 낳았다더군.
두 인간은 한동안 서로 맞서 싸웠지만 결국 화해했네.
그걸 지켜보던 신은 하늘로 떠났고 지상은 인간의 것이 되었지.
'여명의 아버지'의 후손은 하얀 아우라 렌,
'황혼의 어머니'의 후손은 검은 아우라 젤라가 되어 번창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른다는 게 전설의 내용일세.
그런데 오로니르족은 아우라 젤라면서
어찌 태양신 아짐의 자손이라고 하는 것이오?
이것은 모순이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소!
마그나이
……말로는 풀어달라고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나 보군.
좋다. 이곳에 있는 동안, 일족에 대해 배우는 것을 허락하마.
오로니르족의 신화야말로 진정한 창세 신화…….
똑바로 배워서 그 존귀함을 가슴에 새겨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내가 허락한 일이다, 일족에 대하여 열심히 배워라.
바아투
어이…… 몸은 잘 말렸어? 옷도?
축축하게 젖은 사람이 돌아다니면, 다들 겁먹으니까…….
필요하다면 바깥의 모닥불을 사용해도 돼.
태양과 달의 설화
히엔
……휴우, 간신히 다음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됐군.
합전 준비만 돕다가 돌아가면
무슨 면목으로 시리나를 보겠나.
상대방에 대해 배우는 데 신앙만 한 소재도 없다.
깊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념의 일부는 알 수 있겠지.
마침 아까 짐을 옮기면서
'우두타이'라는 이야기꾼을 만났다네.
고우세츠와 리세가 올 때까지 그를 만나러 가보세.
히엔
이 노인장이 내가 말한 우두타이다.
우두타이
으응……?
왜 하필 이런 때에…….
난 바빠 죽겠구만.
히엔
노인장, 조금 전에는 실컷 농땡이를 피우면서
내게 얘기를 들려주려고 안달이더니!
……무슨 일 있었나?
우두타이
풀어 놓았던 양떼를 모으는 중인데
어디서 노는지 어린 양 몇 마리가 돌아오질 않고 있다네.
볼기짝을 때리고 소리를 내어 몰아야
어미 양 쪽으로 데려올 수 있는데 말이지.
……젊은이들, 날 좀 도와줄 수 없겠나?
히엔
어쩔 수 없군……. 후딱 해치우지.
미안하지만 그대도 좀 도와주게, 리오넬.
우두타이
어린 양들은 아래쪽 초원으로는 못 내려가네.
건물 근처나…… 바깥 계단 위쪽도 잘 찾아보게.
히엔
자, 가자! 어서 움직여!
어미가 너희를 기다리고 있다!
히엔
어떤가, 어린 양은 다 돌아왔나?
눈에 띈 놈은 다 몰고 왔는데…….
우두타이
그래, 덕분에 다 제 발로 돌아왔다네.
이거 아무래도 답례를 해야겠구만.
……나한테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히엔
있고말고.
그대는 이야기꾼이니 오로니르족이 왜 아짐 신의 자손인지
그대들의 신화를 들려주게.
우두타이
좋아, 그런 얘기라면 얼마든지.
그럼 젊은이들, 거기에 앉게.
그래, 자네들은
아우라족의 신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아짐 신과 나아마 신이 싸워서……
여명의 아버지와 황혼의 어머니가 태어나서……
뭐야, 어지간한 건 이미 알고 있구만.
오로니르족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도 기본적인 내용은 같다네.
하지만…… 다른 부족의 신화에는 없는 핵심이 있지.
아짐 신과 나아마 신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네.
물론 처음에는 서로 싸웠지.
그런데 사이가 좋아진 여명의 아버지와 황혼의 어머니를 보고
두 신도 서로에게 이끌렸다네…….
하지만 둘은 태양신과 달의 신 아닌가?
그들이 합쳐지면 지상에는 낮과 밤이 사라지고
생명의 순환도 멈추지.
신들은 마음을 접고 각자 낮과 밤의 하늘로 떠났어.
그 후 그곳에서 번성하는 인간을 바라보고 있었다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서로를 향한 마음은 깊어 갔어.
아짐 신은 사랑하는 나아마 신을 위해
뭔가 해줄 일이 없는지 생각했지.
'그래, 나의 분신을 지상으로 보내어
나아마의 자손들을 영원히 지켜주리라.'
그렇게 아짐 신은 자신의 일부를 잘라 분신을 만들었네.
나아마 신의 자손인 아우라 젤라 틈에서 살며
그들을 지킬 수 있게 몸에 검은 비늘을 둘렀지…….
……그 분신이 바로 오로니르족의 시조라네.
그래서 우리는 아우라 젤라면서도
태양신의 혈통인 것이지.
히엔
흐음…….
참으로 낭만이 넘치는 이야기로군.
그런데 어째서 오로니르족은 계속 합전에 나가지?
아우라 젤라의 수호자라면 그들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될 텐데?
우두타이
그렇긴 하지만 이것도 지키는 방법 중 하나라네.
우리는 지배자로서 군림하여 다스리면서
더 많은 아우라 젤라를 보호하는 것이지.
히엔
……그렇군.
그게 수천 년에 걸친 신들의 사랑이 만든 결과인가.
귀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고맙네.
노인장, 아주 훌륭한 이야기였어.
우두타이
벌써 가려는 겐가?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신화의 결말을 듣고 가게.
……밤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던 나아마 신은
아짐 신의 분신이 지상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그리운 마음에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다네.
지상으로 떨어진 눈물은 새로운 생명으로 피어나
그 시대를 사는 아짐 신의 핏줄……
즉, 오로니르족과 운명으로 맺어진다고 해.
그래서 오로니르족은 모두 자신의 나아마를……
오직 하나뿐인 운명의 상대를 찾는다네.
……물론 이 시대에도 변함없이.
언제든지 또 오게나.
이 초원에는 수많은 전설과 노래가 있으니까 말이야.
히엔
……리오넬.
나는 오로니르족과 도마가
의외로 좋은 동맹을 구축할 수 있을 것 같네.
그들이 지키기 위해 군림한다면
그 선을 넘지 않는 한, 손을 잡을 수 있을 거다…….
물론 그러려면 합전에서 이겨야겠지만.
그럼 이제 옥좌로 돌아가세!
지금쯤이면 고우세츠와 리세도 돌아왔겠지.
리세
어찌어찌 끝내긴 했는데……
젖 짜는 일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히엔
자, 모두 주어진 일을 끝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
고우세츠
이자들이 쓰는 장비는 도마의 장인이 만든 것에 비하면
상당히 투박하게 만들어졌더구려.
그래도 하나같이 잘 길들여져 있었소이다.
마그나이
늦었군……. 하지만 어쩐지 느낌이 달라진 듯하군.
오로니르족에 대해 배우고 그 위대함에 압도당했나?
……훗, 그렇다면 잘된 일이다.
……보다시피 너희 모두가
처음에 맡긴 일을 마치고 각자 나름대로 공헌을 했다.
하지만 아직 풀어주기에는 부족하다.
하나만 더…… 큰 일을 주도록 하마.
푸른 숙적
마그나이
주어진 일을 제법 나쁘지 않게 해냈더구나.
너희들이 가진 것을 전부 바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공헌이다.
그러나 계절끝 합전이 다가오고 있다.
합전이 시작되기 전에 무사히 몰족에게 돌아가려면
한 가지 더 중요한 일을 해내거라.
……승자의 자리를 두고 오로니르족과 여러 차례 겨뤄 온
숙적 '도탈족'을 정찰하는 일이니라.
너희 중 두 사람에게 임무를 맡길 것이다…….
나머지 둘은 인질로서 이곳에 남아라.
만약 정찰을 간 자가 도망치거나
도탈족에게 붙잡혀 돌아오지 않으면
인질은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오로니르족의 노예로 삼는다.
리세
성공하면 해방, 실패하면…… 노예 신세네.
도탈족을 조사할 수 있는 건 좋지만 책임이 막중한 일이야.
누가 가야 하지……?
마그나이
잠깐 기다려라.
누가 갈지는 이 몸이 결정한다.
너희는 모두 바르담 패도를 통과한 전사다.
실력에 큰 차이가 없다면 곁에 더욱 두고픈 자를
우리 인질로 삼는 게 마땅한 법……!
다이두쿨
마그나이 공.
동지로서 진언하겠소.
인질 중 한 명은 사내로 정하시오.
그리하면 우리 부두가족의 전사로 길러
반드시 동맹에 득이 되도록 만들겠소.
예를 들어 저 히엔은 어떠신가!
마그나이
……허락한다.
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이 몸이 결정하지.
그토록 찾아다녔는데도 발견하지 못한 걸 보면…….
이 몸의 나아마가 초원에는 없을 수도 있지 않은가……?
리세
뭐, 뭐야……!
리오넬한테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했다가는
내가 가만히 두지 않겠어……!
마그나이
……아니, 역시 아니야.
이 몸의 나아마는 자애가 넘치며 가련하고 조용한,
아련한 아침노을 속 구름 같은 여인일 터.
그에 비해 너는……
저주의 석상마저 서슴없이 파괴할 것 같구나.
외모는 둘째 치고…… 이 몸의 직감이 그리 말하고 있다.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그렇지 않사옵니다
->원한다면 당신도 그렇게 만들어주지
그래, 바로 그런 점이야…….
틀림없이 너는 아니다…….
그렇다면 저쪽 여자가 더 다루기 쉽겠군.
가축도 한 번 돌봤으니 누이동생들도 좋아하겠지.
네가 인질로 남아라.
히엔
그럼 정찰은 고우세츠와 리오넬의 몫인가.
강호로 유명한 도탈족을 나도 직접 보고 싶었건만……
그대들이 간다면 맡겨도 괜찮겠지.
마그나이
그럼 정식으로 명하마.
정찰을 맡은 자는 남쪽에 있는 도탈족의 거점……
'도탈 카'가 어떤 상황인지 조사하라.
유용한 정보를 가져오면 너희 모두를 풀어주겠다.
……가라.
고우세츠
리오넬 공…….
짧은 기간이나마 길동무 잘 부탁하오.
일단 이 갑갑한 방을 나가서 정찰 준비에 대해 의논합시다.
마그나이
……무슨 일이냐.
설마 내 선택에 불만이라도 품은 게냐.
어리석도다……. 당장 남쪽의 '도탈 카'로 가라.
네가 적임자라고 이 몸이 결정하고 허락한 일이다.
다이두쿨
여차하면 도탈족을 습격하고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되어도 좋다.
……그래도 괜찮아.
바아투
선택받지 못했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난 너의 용맹함이 딱히 싫지 않아.
고우세츠
으음…… 당장 위험한 일은 없겠지만
주군이 인질로 잡혀 있으니 안절부절못하겠구려.
당장 정찰을 떠나야겠소.
지도를 보니 이곳에서 남쪽으로 가면
도탈 카 주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터가 있다고 하오.
그곳에서 '주위 둘러보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소.
고우세츠
서쪽에 보이는 천막이 도탈 카인가……?
그대도 그곳에서 '주위 둘러보기'를 해보시오.
고우세츠
아니……!?
리오넬 공, 저기를 좀 보시오!
짐승이 사람을 덮쳤소이다……!
큰일이오, 저대로 두면 위험하오!
아무리 임무라지만 죽어 가는 이를 못 본 척할 수는 없소이다!
어서 도우러 가야 하오!
고우세츠
리오넬 공은 저분을 구하시오!
푸른 옷을 입은 남자
컥…… 쿨럭…….
살려줘서 고맙다…….
고우세츠
이쪽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구려.
하지만 다른 한 명은…….
본인이 짐승을 물리치고 살펴보니 이미 때를 놓친 후였소.
급소를 공격당해 목숨을 잃은 모양이오…….
푸른 옷을 입은 남자
그렇군…….
이렇게 원통한 죽음이 있나…….
???
거기 너희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푸른 옷을 입은 남자
사두 님…….
송구합니다. 사냥에서 돌아오는 길에 방심하여
사나운 만자시리에게 기습당했습니다.
보다시피 저는 살았지만 저쪽에…….
사두
흠…… 그런데 너희들은 누구냐?
보아하니 외지인 같은데
용건도 없이 이런 사막을 지나갈 리는 없고…….
그렇다면 소속된 부족이 있을 텐데?
자백해라, 어느 부족이냐.
고우세츠
우리는 몰족에게 신세를 지고 있소이다.
사정이 있어 강호로 유명한 도탈족을 보러 왔소.
사두
몰족? 신탁을 받는다는……?
전투와는 거리가 먼 그 약소 부족……!?
하하하! 아주 귀한 손님이었군!
게다가 이 시기에 우리를 보러 왔다는 건
네놈들을 끌어들여 '계절끝 합전'에라도 참가할 생각인가!
아, 미안하다…….
너무나도 뜻밖이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
내 이름은 사두……. 도탈족의 족장이다.
우리 부족원을 구해줬으니 약간의 정찰은 눈감아주마.
만약 네놈들이 오로니르족 소속이었다면
이 자리에서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불태워 버렸을 거다.
어이, 일어설 힘이 있으면
저놈의 시체를 그곳에 버려둬라.
난 먼저 돌아가마.
푸른 옷을 입은 남자
네, 알겠습니다…….
난 이제 괜찮아.
신경 쓰지 말고 가.
고우세츠
갑자기 족장과 맞닥뜨릴 줄이야…….
몰족의 이름을 대길 잘했소이다.
그런데 사두라는 자는 죽은 이와 동족이잖소?
동료의 시신을 버려두라니!
으으으음……!
용맹한 도탈족
고우세츠
리오넬 공!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은 사두라는 자를 용서할 수 없소!
정찰하는 김에 한마디 단단히 일러 둬야겠소.
일단 '도탈 카'로 가십시다!
사두
게세르가 죽었다.
마지막에 방심하는 바람에 그 꼴이 됐지.
그래도 그놈은 용감한 전사였으니 곧 돌아올 거다.
샤르
그랬군요…….
그 사람도 참, 곧 합전이 시작되는데 하필 이런 때 죽다뇨.
다음에는 긴장을 풀지 않도록 확실하게 교육시켜야겠어요!
고우세츠
으음?
게세르가 아까 돌아가신 분의 이름이오?
돌아올 거라는 말은 무슨 뜻이오?
사두
뭐야, 그런 것도 모르고 정찰을 온 거냐?
설마 우리에 대해 아무 얘기도 못 들은 건 아니겠지?
고우세츠
으음, 시리나 공이 말하기를……
아주 용맹한 용사들의 집단…… 뭐 그랬던 것 같소만…….
사두
그렇다. 도탈족은 가장 용감한 전사들이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다.
다른 부족 놈들은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우리는 싸움이 고조되면 영혼이 빛나는 걸 느끼거든.
용감하게 싸워서 환하게 빛난 영혼은
육신이 죽어도 금방 새로운 아이로 태어난다.
전통적으로, 죽은 지 1년 안에 새로 태어나곤 하지.
우리는 새로 태어난 아이가 누구의 환생인지를 알아내서
같은 이름을 붙이고 재탄생과 재회를 축복한다.
그리고 다시 환생할 수 있도록 용감하게 싸우는 거다.
고우세츠
그럼 그대들은 죽은 자와 태어난 자를
같은 인물로 취급하는 것이오?
세상에…… 믿을 수가 없구려!
사두
정찰하는 것까지는 허락했지만,
우리의 긍지를 더럽히는 짓은 용서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도록.
……그럼 알아서 잘해봐라.
고우세츠
……하나같이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이구려.
아주 잠깐이었지만, 본인은 뱀 앞의 개구리가 된 기분이었소.
그나저나 환생이라니……
본인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소만,
도탈족에게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실이란 말이오……?
의문은 깊어만 가는구려…….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소이다.
일단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소.
아구잠
음, 너도 우리와 함께 단련하겠나?
도탈족은 근방의 부족들과는 다른 단련을 하지.
코코
아앗!?
너, 얼마 전에 재회시장에 왔었지?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그날은 오로니르족 놈이 내게 시비를 걸어서 말이야.
영 잡친 기분으로 가다가 너희를 봤지.
이상한 놈들이 왔다 싶었지.
다시 만날 줄은 몰랐지만 '인연은 맺고 재회는 기뻐하라'는 말도 있지.
난 '코코'라고 해. 잘 부탁한다!
뭐? 이름이 귀엽다고……?
그야 첫 번째 코코가 여자였으니 어쩔 수 없지.
지금의 코코…… 나는 남자지만.
신체 성별 같은 건 영혼의 근원과 아무 상관도 없어.
어디에서 환생하든 이 영혼이 깃든 한 '코코'야.
……하긴 외지인은 이해하기 어렵겠네.
이름과 성별이 일치해도 말투가 다른 경우도 있고.
사두 님만 해도 그래.
이전에 3대가 남자였고 당시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대하니까
얼마나 남자다운지!
사두 님의 늠름함은……
내가 여자였으면 홀딱 반했을 거야!
마랄
작은 거주지이기 때문에 물자의 수량을 정확히 파악해야 해.
목숨을 부지하는데 중요한 물건들이니까…….
다가시
앗, 머리에 들이받히지 않도록 조심해.
우리 양은 다른 부족 애들보다 활발하거든.
고우세츠
흐음…… 대체 어찌 된 영문이란 말이오?
코야르
환생에 대해 듣고 싶다고요?
음…… 제 전생은 호트고족과의 전투에서
맹수처럼 용맹하게 싸우다 죽었다고 들었어요.
물론 지금 제게 그때 기억은 없어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알려줘서
코야르로 살기 위해 중요한 것이 뭔지는 알고 있어요.
전생에 제가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처음에 들었을 때 얼마나 두근거렸다고요.
사두
뭐냐? 마음대로 정찰해도 된다.
우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샤르
당분간 게세르를 만날 수 없다니 유감이군.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그의 혼도 빛났을 거야.
분명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어.
문글리그
놀이라고는 하지만 이것은 승부다……!
진지하게 마주해야 해!
키실리그
방금 전에 이 양의 생명을 보내줬어.
양들은 우리처럼 환생하지 않아.
그렇기에 털 한 가닥, 피 한 방울까지도 소중히 다뤄야 해.
메르겐
저기 봐!
우리 애가 짐승을 잡아왔어!
이 아이는 전생에 내 소꿉친구였는데 활을 아주 잘 다뤘지.
새로 태어났어도 꽤 소질이 있지 않아?
사냥 실력을 자주 겨루던 소꿉친구가
죽어서 내 아이로 환생하다니.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기쁘고 흐뭇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고우세츠
아, 리오넬 공.
공도 도탈족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소?
흐음, 역시 도탈족은 환생을 믿고 있소.
진위를 떠나서 그런 이유로 죽음을 두려워 않고
싸운다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소.
더불어 그들이 쓰는 무기를 보았는데
여명의 옥좌에서 본 장비와 비교해도
더 세련되고 쓰는 이의 기량이 높음을 알 수 있었소.
다만 마음에 걸리는 점이라면……
심신이 단련된 전사가 그렇게 많이 있으면서도
마을이 조그맣고 별로 번성하지 않았다는 점이오만…….
생명을 불사르는 꿈
고우세츠
도탈족이 살아가는 방식이 어떤지는 이제 알겠소이다.
전쟁터에서 죽기 살기로 싸우는 그들과 맞닥뜨려도
절대 쩔쩔매는 일은 없겠구려.
그런데 정작 오로니르족에게 보고할 것이 없소!
'계절끝 합전'이 다가오고 있는데
도탈 카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니 말이외다!
함정 같은 거라도 준비하고 있다는 것만 알면
정찰의 성과로 가져갈 수 있을 터인데…….
에잇, 이판사판이오!
족장인 '사두'를 한번 떠봅시다!
사두
후훗……. 내 예상대로야.
표정을 보니 정찰한 보람이 없는 모양이군.
고우세츠
아니, 그걸 어찌 알았소!
그렇다면 미리 전쟁 준비를 감춰 둔 게요!?
사두
아니…….
네놈들이 본 것이 도탈족의 전부다.
우리는 잔재주나 꼼수는 부리지 않는다.
어떤 싸움도 자신의 힘과 기술만으로 이기기 위해 임하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련을 끝없이 쌓는 것 뿐이다.
그러니 애초에 정찰 따위는 무의미한 짓이지.
네놈들에게 정찰을 명한 놈한테 가서
다 집어치우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라고 전해라.
고우세츠
흐음, 상당한 자신감이구려…….
말뿐 아니라 실력도 뒷받침하는 게 틀림없겠소.
하지만 그렇다면 도탈족은 어찌 이리도 수가 적은 것이오?
몰족을 약소 부족이라 비웃었지만 규모는 비슷하지 않소?
사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운다는 것은
즉, 죽음을 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도탈족은 종종 '죽음의 야수'라고 불린다.
많이 죽이지만 그만큼 많이 죽지…….
전쟁터에 나타나면 주검이 산을 이룬다는 뜻이다.
개중에는 영혼의 빛이 부족해 환생하지 못하는 놈도 있다.
결국, 새로 태어나는 젖먹이의 수가 죽은 자보다 적어지고…….
남아 있는 자는 일족의 쇠퇴를 막기 위해
더욱 단련하여 영혼을 빛내고자 하지.
그로 인해 또 번성하고…… 우리의 역사는 그렇게 순환한다.
마침 우리는 쇠퇴의 길목에 서 있다.
그래서 열심히 싸우고…… 또 싸우지.
죽어도 상관없기 때문은 아니다.
살기 위해, 다음 생을 위해 이 목숨을 바칠 뿐.
푸른 옷을 입은 남자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사두 님, 게세르의 시체는 무사히 두고 왔습니다.
사두
그래, 알았다.
이제 모래가 알아서 할 테니 너도 가서 쉬어라.
더는 전력이 줄면 안 된다고.
자, 네놈들도 그만 돌아가라.
진짜로 합전에 나갈 생각이라면 다음에는 적으로 만나겠군.
괜히 정들면 우리 부족에 넣어버린다?
고우세츠
그, 그래…… 그럼 이만 물러가겠소.
혹시 괜찮다면 마지막으로
게세르 공의 시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시겠소?
마지막을 지켜본 인연이 있으니
애도의 말을 직접 전하고 싶소.
사두
애도라…….
영혼이 빠져나간 몸은 우리에게 흙이나 다름없다.
마음대로 해라.
시체는 늘 서쪽 사막에 둔다.
굶주린 거단이 몰려드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고우세츠
리오넬 공…….
멋대로 굴어 송구하나 돌아가기 전에 들르고 싶소.
사두
빨리 가라.
네놈들은 합전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한 땔감이란 말이야.
가다가 오로니르족 따위한테 납치나 당하지 마라.
고우세츠
정말 이대로 버려두는 게로군…….
명복조차도 빌지 않고…….
수많은 도탈족이 예서 모래로 돌아갔겠지.
그들이 말하는 윤회에 대해서 완전히 믿기는 어렵지만…….
이토록 고결함이 느껴지는 무덤은 내 처음 보는구려.
잠시 실례하겠소.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별 희한한 부족도 다 있다 싶었소만…….
깊은 뜻을 알고 보니 무사와도 통하는 바가 있구려.
……우리도 주군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던질 수 있지.
허나 그것은 죽음을 바라기 때문은 아니오.
자신의 죽음으로 대의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오.
끝내야 할 때를 깨닫고 심혈을 불태울 수 있다면야
그것이 진정한 목숨 아니겠소.
요컨대 본인도……
그러한 죽음을 바라고 있소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지.
주군이 인질로 잡혀 있으면
마음 놓고 죽을 수도 없으니 말이오!
자, 우리가 떠나야 게세르 공도 편히 눈을 감을 것이오.
리오넬 공, 함께 와주어 고맙소.
'여명의 옥좌'로 돌아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합시다.
작은 주군과 리세도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여명의 옥좌]
리세
이런 데 갇히니까 아무래도 움직일 수가 없네.
좀더 정보를 모으고 싶었는데…….
히엔
그러게 말일세.
그나저나, 지난번 승자는 제법 강하다던데.
리세
저기, 히엔……
당신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내 고향에는 같은 알라미고 사람인데도
해방 운동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거든…….
여기서 만난 해적 형제단이나 도마 사람들도
처음에는 거의 포기하고 제국을 따르려고 했고.
왜 그러는지는 나도 알아.
그런데 난…… 왠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
피 흘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가만있을 수가 있어?
히엔
……리세.
사람은 의외로 약삭빠른 존재거든.
큰 뜻을 품고 나섰더라도 곤경에 처하면 후회부터 하고,
그다음에는 공연히 앞날을 불안해하며,
종국에는 꿈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네.
그 꿈을 이룬들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을 거라고,
다른 선택을 하는 편이 더 나을 거라고 말이야.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기로에 서 있네.
크든 작든, 아픔을 견디고 그 자리에 섰을 테니
함부로 책망할 수는 없어.
다만, 그 쓰라린 고통을 아는 사람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열정을 불태우면…… 깨닫게 되겠지.
그것은 역시 목숨을 걸 만한 꿈이었다고.
리세
그래…… 당신 말이 맞아…….
나한테도 있었어.
주저앉아 있는 나를, 목숨 걸고 일으켜준 사람이.
히엔
그럼 이번에는 그대가 이끌어주면 되네.
그대의 힘으로, 확실하게 말이야!
나 역시 25년 전 도마가 점령당했을 때는
어머니 뱃속에 들어있었지.
독립한 도마는 지금껏 본 적도 없어!
……하지만 아버지와 죽어간 자들이 간절히 바랐었지.
지금도 목숨 걸고 도마를 되찾으려는 백성들이 있어.
그러니 그 꿈을 내가 이루지 않으면 누가 이루겠나!
리세
……당신, 의외로 닮은 것 같네.
그렇게 많은 걸 떠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말야.
히엔
응? 나와 그대가 닮았다고?
리세
아니, 내가 아니라……
지금도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을, 우리의 영웅이랑 닮았다고.
나도 두 사람에게 지지 않도록 강해질 거야…….
그리고 바라던 미래를 손에 넣을 거야!
전투를 앞두고
고우세츠
여기서 더 할 일은 없소이까?
그럼 '여명의 옥좌'로 돌아갑시다.
고우세츠
우리가 본 것을 솔직히 말하고
작은 주군을 풀어드려야 하오.
사실상 다른 방법이 없소이다.
바아투
무사히 돌아왔군.
위대한 큰형님께 자세히 보고드려라.
다이두쿨
돌아오고…… 말았군…….
하지만 히엔을 풀어줄지는 보고 내용을 들어봐야겠지.
마그나이
……돌아왔군.
그럼 그 눈과 귀에 무엇을 담아 왔는지 고하거라.
흐음…….
나 또한 애초에 도탈족이 무언가 획기적인 계책을
마련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은 전략을 유지한다는 것과……
사고로 전력이 줄었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전쟁터에서는 전사 한 명의 힘도 무시할 수 없으니…….
고우세츠
아울러 족장인 사두가 이런 말을 했소.
다 집어치우고 정정당당히 싸우라고.
바아투
이, 이놈!
큰형님 앞에서 감히 그 이름을 입에 담다니!
고우세츠
응……?
적장의 이름은 말하면 안 되는 것이오?
바아투
그런 게 아니다…….
지난번 '계절끝 합전'이 끝난 직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이미 우리의 큰형님이었던 마그나이 님은
패배한 부족의 여인을 한 데 모은 다음,
사랑을 하사할 만한 자…… 즉, 배필을 찾으려 하셨다.
그 자리에서…… 아아…… 그 사두란 자가!
패배한 주제에 큰형님께 불경한 욕설을 퍼붓고
끝내는 불을 질러 그 일대를 태워 버렸다!
너른 마음을 베풀던 큰형님도 그 소행에 진노하셨지!
한쪽이 무릎을 꿇을 때까지 사흘 밤낮 동안 대지를 찢는 전투를……
마그나이
……그만해라.
이 몸의 유일한 오점을 다시 입에 담으면
형제라 해도 용서하지 않겠다.
그따위 계집의 도발은 들을 가치도 없다.
하지만 그것을 만나고도 정찰까지 했다면
너희의 공적에 은총을 내려야 마땅하겠지.
나머지 둘을 데려와라.
……이자들을 풀어주겠다.
고우세츠
작은 주군도 리세도 무사해서 다행이오.
히엔
그래, 그대들의 노고 덕분이다.
합전이 시작되기 전에 몰족에게 돌아가자.
마그나이
……지금까지 한 일을 보고
너희가 그냥 약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았다.
그러니 허락하겠다.
영광스러운 젤라의 전사로서
곧 있을 '계절끝 합전'에 참가하라.
그때 반드시 이 몸의 앞까지 도달해서
이 초원을 제패할 자가 어떤 자인지 직접 보고 깨달아라.
……맹세할 수 있겠나?
전원
바라는 바다!
바아투
너희들에게 신비한 인연을 느낀다.
하지만 합전에서는 봐주지 않을 것이다.
마그나이
오로니르족도 합전 준비를 곧 끝낼 것이다.
가라, 다음에는 전쟁터에서 보자.
다이두쿨
우리 부두가족도 물론 오로니르족의 동맹으로서 참전한다.
누가 승자가 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리세
두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에 많은 생각을 했어.
응…… 앞으로도 열심히 할 거야!
고우세츠
모두 무사해서 겨우 안심했소이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구려…….
히엔
모두 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리오넬, 고우세츠는 특히
맡은 바를 잘 수행했군.
나 역시 도탈족에 대해 듣고 싶으나……
가는 길에 듣도록 하지.
안 그래도 몰족 사람들을 너무 기다리게 하지 않았나.
어서 '몰 일로'로 돌아가자!
시리나
리오넬 님…… 여러분……!
하도 안 오셔서 시련 도중에 무슨 일이 있었나
걱정했어요……!
하지만 다행이에요……. 모두 무사히 돌아오셔서…….
그리고 욜도 잘 길들이셨군요!
이제 남은 건 합전에 참전하는 일뿐…….
하지만 그 전에 여러분께 드릴 중요한 말씀이 있어요.
계절끝 합전
시리나
여러분…….
전투의 계절 마지막 날, 즉 '계절끝 합전'의 시작이
어느새 코앞에 다가왔어요.
보통은 아침 해가 뜸과 동시에…….
예로부터 심판을 맡아 온 갈족이
시작을 알리는 흙을 뿌린답니다.
흙이 뿌려진 곳이 곧 '순결한 땅'인데
그곳에 가장 먼저 도착해 지배한 사람이
합전의 승자가 되지요.
시간 싸움이니까 출발이 늦어서는 안 돼요.
전투 준비를 서둘러주세요……!
테물룬
괜찮다면 함께 합전에 참가할 몰족 동료들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그들과 결속을 다진 후에 다시 여기로 오세요…….
코탄
곧 합전이로군…….
혈기 왕성하던 시절, 애들과 앞을 다투어 성인식에 임하던 일이
이런 때에 도움이 될 줄이야.
하지만 나는 역전의 용사와는 거리가 멀지.
어때, 네가 보기에는 승산이 있을 것 같나?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물론 승산은 있지!
힘든 전투가 되겠지…….
부지런한 몰족 전사
아아…… 무서워 죽겠어요…….
진짜 전쟁이라 다칠지도 모르는데……
죽는 사람도 있겠죠……!?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원래 전투는 그런 것이다…….
>함께 이기고 돌아오자!
앗……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 마음이 편해지네요.
몰족은 끊임없이 싸움이 벌어지는 초원 안에서
신탁을 따르며 살아왔어요.
이번 신탁도 분명 의미가 있을 거예요!
얘들아……
리오넬 님 일행도 함께한다니까 힘을 내자!
도르베이
아…… 너로군.
지난번에는 아이들과 일을 도와줘서 고마웠다.
제대로 인사도 못 해서 미안하군.
그 대신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나도 합전에 참가한다.
너희와는 별개로 다른 부족의 발을 묶어두는 역할을 할 거야.
솔직히 자신은 없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리고…… 살아서 다시 만나자.
부제그
테물룬 님은 우리가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하시고
너더러 우리와 얘기를 해달라고 하신 거야.
미안하다……. 그리고 고마워.
……말은 만상을 규정하고 만상은 말을 낳는다고 하지.
네가 말을 걸어주어서
내 마음에도 어느 정도 용기가 생겼다.
테물룬
……전투에 나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과 왔군요.
고마워요. 불안에 떨고 있던 영혼이
단단하게 하나로 이어지는 것을 느꼈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일러 두지요…….
우리 초원의 자손들은 결코 필요 이상으로 빼앗지 않아요.
하지만 '계절끝 합전'에서는
싸우다가 목숨을 빼앗아도 죄를 묻지 않는답니다.
목숨을 건 승부…….
그 승자만이 때때로 맹위를 떨치는 대자연 속에서
아우라 젤라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당신들은 초원을 여행하며 다른 부족에 대해 배웠을 거예요.
그러니 그들이 전투에 어떤 각오로 임하는지도 알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 해도……
승리와 함께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세요.
시리나
그럼 모두 마지막 준비를 하세요.
우리 몰족은 '계절끝 합전'에 나갑니다!
시리나
리오넬 님…….
준비는 되셨나요?
마그나이
……저기 왔구나.
흙을 뿌리는 자들이다.
사두
지금 흙이 섞여 대지는 다시 태어났다!
순결한 땅은 새로운 지배자를 원하고 있다!
자, 가자!
초원을 달려나가며, 길을 막는 자는 모두 물리쳐라.
……도탈족의 힘을 보여주자!
시리나
시작됐어요, 할머니……!
히엔
오랜만에 나가보는 큰 싸움이군.
모두 준비됐나?
고우세츠
와하하! 물론입니다!
일기당천으로 싸울 테니, 보고만 계시지요!
리세
전부 다 날려버리고, 그 기세로 도마까지 구해내자!
……응, 할 수 있어!
시리나
여러분…… 고맙습니다.
새 흙에 몰족의 증표를 꼭 새겨넣을게요……!
['계절끝 합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동료와 협력하여 몰족을 승리로 이끄세요!
합전의 승리 조건은
남쪽에 나타난 '순결한 땅'에 도달해
가장 먼저 땅과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경합하는 타 부족을 물리치며
'순결한 땅'에 일정 시간 접촉해, 계약을 맺으세요.]
시리나
그럼 갑니다……!
우리는 승리할 거예요!
풀바람의 시리나
'순결한 땅'은 남쪽입니다!
앞장설 테니, 서두르죠!
부두가족 사냥꾼
몰족이군, 우리가 막는다!
히엔
빨리도 나타나셨군…… 서둘러 물리치자!
충직한 고우세츠
시간이 아깝구려!
여긴 본인에게 맡기고, 서두르시게!
히엔
고우세츠, 부탁해!
모두 서두르자!
리세
끝이 없네……!
여긴 내가 맡을 테니까 먼저 가!
풀바람의 시리나
리세 님, 고마워요……!
리오넬 님, 여러분! 남쪽으로 향해요!
보여요!
조금 더 가면 '순결한 땅'이 있어요!
히엔
이미 다른 부족들이 몰렸군!
쫓아버리고 '순결한 땅'과 계약하자!
공격이 약해졌다……!
리오넬이여, '순결한 땅'과 계약하라!
큰형님 마그나이
……기다려라.
그 땅은 이 몸에게 바쳐질 땅이다.
마그나이
이 몸과의 싸움을 앞두고도 꽁무니를 빼지 않고
약속대로 마주 선 것을 칭찬해 주지.
그 용맹함을 높이 사서 이 몸과 싸울 것을 허락하마.
그런데…… 피에 굶주린 도탈족이 온 모양이군.
좋다, 승자를 가려보자……!
히엔
왔군, 긍지 높은 족장이여.
그대를 무찌르지 않고서야 계약할 수 없겠군……!
큰형님 마그나이
형제들이여!
우리의 힘으로 압도하라, 유린하라!
풀바람의 시리나
빈틈이 보여요 ! 계약을 시도합니다……!
큰형님 마그나이
분수도 모르는 놈.
이 몸의 허락 없이 손대지 마라……!
죽음을 각오하라고 했지?
살아남은 자만이 그것을 얻을 자격이 있다!
염천의 사두
도탈족의 용사들아, 이제 됐나?
그렇다면…… 내가 모두 불태우마!
큰형님 마그나이
늦는다 싶더니, 저 여자…….
이제 지옥이 시작될 거다.
히엔
리오넬, 아직 괜찮나?
마그나이와 사두, 두 족장을 물리치자!
염천의 사두
싸움이란 이런 거지!
한꺼번에 산산조각 내주겠어!
리세
저 석상, 주술 도구야……!?
다들 어서 부숴버려!
염천의 사두
쳇…… 방해하다니……!
충직한 고우세츠
잘했소!
조금만 더 밀어붙이시게!
히엔
리오넬, 지금이다!
그대가 '순결한 땅'과 계약을!
풀바람의 시리나
어떻게 해서든 적을 막겠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길 거예요……!
사두
땅이 승자를 인정했다…….
저 녀석이 승자인가……!?
시리나
해냈어……. 해냈어요……!
우리가, 몰족이, 승리했어요!
히엔
핫핫, 잘했다!
그대가 싸우는 걸 보니 내 가슴까지 뜨거워졌어!
참으로…… 훌륭했네!
사두
휴…… 이렇게 역전당할 줄이야.
정찰을 허락하지 말걸…….
마그나이
…………어이.
저기 온다, 천박한 쇳소리가 들려.
그륀바트
찾았다, 드디어 찾았어!
나의 천적, 에오르제아의 영웅!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꼭 죽일 거다……!
그럼 칭찬 많이 받고 승진도 할 수 있겠지?
후하하하, 완벽해!
자, 간다!
함께 있는 놈들까지 다 죽여버려!
히엔
……숙적인가?
그대도 제법 인기가 많군.
용감하고 자랑스런 초원의 전사들이여!
새로운 적이 나타났는데, 설마 벌써 지치지는 않았겠지!
사두
누구한테 하는 소리냐?
도탈족 전사를 우습게 보지 마라.
마그나이
몰족이여, 그리고 유일무이한 승자여.
초원의 규율에 따라 우리에게 명령할 것을 허하노라.
풀바람의 시리나
호령이 내려졌습니다!
초원의 백성은 당신에게 해를 가하는 자를 거부합니다!
히엔
정말로 듬직하구만!
제국군이여, 때를 잘못 맞췄군!
리세
나도 비장의 수단을 꺼낼게!
다들…… 받아줘!
히엔
오오, 힘이 솟아오르는군!
좋아, 고우세츠, 맞춰 주게나!
충직한 고우세츠
분부대로! 갑시다, 작은 주군!
풀바람의 시리나
모두…… 대단하시네요……!
이대로 모두 격퇴하죠!
염천의 사두
한꺼번에 쓸어버릴까.
너희들, 이번엔 방해하지 마……!
그륀바트
왜, 왠지 강해 보이는 석상이군……!
파괴하라!
큰형님 마그나이
내키지 않지만 수락하지.
불경, 불손…… 이 몸이 금한다!
히엔
사두의 석상을 노리고 있다! 지켜라!
그륀바트
큰일 났다, 이럼 안 되는데……!
이번에는 꼭…… 이기려고 했는데……
그륀바트
헉…… 헉…….
이, 이상하네……. 분명히 내가 이겨야 되는데…….
저 자식, 더 강해진 건가!
나도…… 강해질 거다…….
더, 더 강해질 거야……
우워어어어어어어!!
리세
제국한테는 두 번 다시 지지 않아!
우리도 앞으로도 더 강해질 거라구.
그래서 나라도, 사람들 마음도, 전부 다 되찾을 거야!
히엔
자, 시리나.
방해꾼이 끼어들기는 했지만 '계절끝 합전'의 결과가 나왔으니
몰족인 그대가 한마디 하는 게 좋겠어.
시리나
아……, 네……!
예로부터 이어지는 초원의 규율에 따라
이 일대는 몰족이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큰 변화를 바라지 않아요.
그냥 한 가지만 부탁드릴게요…….
제 소중한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이것만큼은 꼭 들어주셔야 해요!
히엔
실은 이웃 나라 도마 문제로
그대들에게 부탁할 것이 있네…….
사두
……그렇군.
도마의 반란군에 협력하라는 거였나.
상관없다.
도탈족은 상대가 누구든 겁먹지 않아.
새로운 전장에서 한층 더 영혼을 빛낼 뿐이다.
게다가 잘난 척에 쩔어 사는 지난번 승자와는 다르게
겸손한 몰족은 명령을 내리는 일도 얼마 없을 테니까.
……우리는 네놈들을 따르겠다.
마그나이
우리도 허락하도록 하지.
말투와 성격이 난폭하기 짝이 없는 주술사는 어떨지 몰라도,
신의 아들이 함께하는 싸움에서 너희가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리나
무, 물론 몰족도 여러분을 도울 거예요.
미력하나마 함께 싸울게요!
고우세츠
음, 일이 무사히 해결되었군요!
초원의 아우라족을 진짜로 거느리게 되셨으니,
유우기리도 눈을 빛내며 기뻐할 것입니다.
히엔
그래, 태세를 정비해서 얀샤로 돌아가자.
반란군과 합류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도마를 해방시킨다!
리세
어서 가, 모두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고우세츠
함께 싸운 다른 이들도 돌아온 것 같구려.
시리나
리오넬 님…….
우리가 정말로 이겼군요……!
테물룬
무사히 돌아왔군요.
어머, 다른 분들은 함께 오지 않았나요?
히엔
하필 그 상황에서 제국 병사가 난입할 줄이야!
눈치도 없는 사내로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지금은 우선 모두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눠야지.
……내가 먼저 시작하겠다.
리오넬, 그대가 온 힘을 다해 싸워준 덕에
나는 생명의 은인인 몰족에게 은혜를 갚고
고향 탈환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되었다.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그대를 만난 것은 궁지에 몰려 있던 나에게……
그리고 도마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야.
퍼져가는 환호성
히엔
자, 나 혼자 그대를 독점하고 있으면
다들 질투하겠군.
우선 '테물룬' 할멈에게 얼굴을 비추게!
마음껏 승리를 기뻐하고 자랑하도록 해, 리오넬!
리세
전투에 참가한 사람들이 모두 무사했으면 좋겠어…….
시리나
리오넬 씨…….
우리가 정말로 이겼네요……!
고우세츠
자, 그대가 어서 말을 거시오!
히엔
테물룬 할멈, 시리나!
우리가 돌아왔다!
테물룬
아아…… 어서 와요, 리오넬.
모두 다시 보니 기쁘네요.
합전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어요.
여러분이 승리를 거머쥐었을 때에는
나까지 눈물이 나더군요.
정말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덕분에 우리 일족도 모두 돌아왔어요.
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말이에요.
시리나
큰 부상을 입은 사람도 꽤 있지만……
그래도 모두 승리의 기쁨에 젖어 있어요.
여러분, 부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 주세요.
분명 목이 빠져라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자, 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세요!
……그동안 저는 이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니까요!
테물룬
신과 당신을 받아들인 대지……그리고
무엇보다 전투에 참가한 모든 아이들에게
앞으로도 영원히 감사의 기도를 올려야겠군요.
부제그
우리에게 넌 이미 손님이 아니야.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우리의 영웅이여.
코탄
수고했다.
보다시피 나도 무사히 돌아왔어.
역시 난 전투보다는 장사가 적성에 맞아……. 후후후.
리세
우리도 나름대로 목적을 가지고
합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지만…….
그 와중에 누군가를 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도 될까?
도르베이
으윽…… 좀 다치기는 했지만 별것 아니다…….
아이들이 약초를 캐 온다고 했어.
하지만 전투가 조금만 길어졌어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을 거다.
……고마워.
기가 센 몰족 전사
휴우…….
이제 한 발짝도 못 움직이겠어!
고우세츠
……승리에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머지않아 다시 보고 싶구려.
히엔
하하하!
아파하든지 기뻐하든지 둘 중 하나만 해라!
냉정한 몰족 전사
무리하지 마.
어휴, 다리가 심하게도 부러졌군!
온화한 몰족 전사
아이고…… 사, 살아서 다행이야……. 헤헤헤…….
혈기 넘치는 몰족 전사
우와아!
너 엄청나게 멋있던데!?
진짜로 감동했다고!
부지런한 몰족 전사
리오넬 씨!
이겼어요, 우리가 이겼다고요!
합전 중 강적을 앞에 두고 좌절할 뻔 했어요.
하지만 시리나와 여러분이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고
무조건 따라가자, 싸우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아, 기뻐서 견딜 수가 없네요!
분명 이 순간을 위한 신탁이었을 거예요!
자, 리오넬 씨.
모두에게 승자의 늠름한 모습을!
마음껏 '승리의 기쁨'을 누리세요!
/승리감
혈기 넘치는 몰족 전사
리오넬 님!
정말로 멋졌어! 고마워!
부지런한 몰족 전사
용감한 나그네, 믿음직스러운 가족이
앞으로도 백 번의 계절을 맞이하기를!
냉정한 몰족 전사
그럼, 그럼!
불행한 일 없이 복을 받을 거야!
빨리 치료해줘.
합전에 이겼다고 내일 일을 쉴 수는 없잖아!
온화한 몰족 전사
휴우…… 정말…… 살아남아서 다행이야!
혈기 넘치는 몰족 전사
크으으으……!
혹시 결혼은 했어!? 내가 고백해도 되나!?
부지런한 몰족 전사
하아, 너무 멋지다!
나도 그렇게 무기를 다룰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가 센 몰족 전사
나도 여기서 지켜보고 있었어.
완전히 녹초 상태였는데 기운이 나더라.
이거 승리를 축하하는 잔치라도 열어야 하는 거 아니야!?
리세
쭉 지켜보고 있었어.
인기 좋은데, 리오넬!
고우세츠
아버지의 등을 보며 아이가 자라고, 선배의 뒤를 후배가 따르듯
저들은 분명 그대를 본보기로 삼을 것이오.
히엔
저렇게 기뻐하니 아무리 전투가 끝난 후라고 해도
피곤한 얼굴을 보일 수가 없겠군!
시리나
얘기 들었어요. 다들 무척 좋아했다면서요!
저도 정말 기쁘답니다.
그래서……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해봤는데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어서…….
일족의 전통에 따라 이걸 드리고 싶어요.
'마두금'이라는 전통 악기예요.
우리는 특별한 일을 해낸 동료에게
그 위업이 노래가 되어 대대로 칭송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물한답니다.
몰족은 여러분의 무용담을 노래로 전할 거예요.
부디 그 마두금을 곁에 두고 가끔이라도 좋으니
초원에서 당신을 기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마두금, 소중하게 다뤄주시면 기쁠 거예요!
테물룬
……슬슬 때가 됐으려나.
그 붉음에 기원을 담아
히엔
자…… 승리의 여운을 더 만끽하고 싶지만
모두가 기뻐하는 모습을 봤으니
우리는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해.
테물룬
……그런 것 같네요.
히엔, 그리고 모두들……
다시 한번 당신들과의 만남에 감사를.
고우세츠
아니,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우리외다.
몰족이 아니었다면 아우라족의 협력도 얻지 못했을뿐더러
작은 주군도 어찌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오.
도마의 백성으로서 감사드리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하오!
시리나
물론이죠!
이제 저희가 온 힘을 다해 도울게요!
……참.
앞으로를 생각하면 아짐 대초원과 얀샤를 잇는 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두는 편이 좋겠네요.
홍옥해를 거쳐 가는 것보다 빠른 길인데……
도마에서 전쟁이 격해지면서부터는
도탈족이 봉인해 버렸거든요.
히엔
오오, 그 말대로 봉인을 풀기에는 지금이 적기로군.
도탈 카로 가서 부탁하도록 하지.
이참에 여명의 옥좌에 들러도 되겠나?
그 고상하신 족장님과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고 싶어서 말이야.
리세
흐음…….
아무리 동맹을 맺었다고 해도 합전이 끝난 직후잖아?
우리가 저쪽 거점을 찾아가도 괜찮을까…….
시리나
……리세 님.
우리 초원의 아우라족은 전투를 반복하면서
오랫동안 이렇게 살아 왔어요.
이번에도 합전에서 많은 피를 흘려
대지가 붉게 물들었죠…….
하지만……
붉은색은 낮과 밤이 바뀔 때의 색.
끝나는 색이자 새로 시작하는 색이에요.
우리는 흘린 피와 인연을 과거로 보내고
새로운 계절로 한 걸음 내딛었어요.
태초의 어머니, 아버지도 죽음에서 태어나라고 하셨죠.
그러니까……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
리세
……그렇구나!
그럼 두 부족을 만난 후에 얀샤로 돌아가자.
먼저 '여명의 옥좌'부터 가야겠네!
시리나
네!
배웅도 할 겸, 저도 같이 갈게요.
밝은 별이 영원히 하늘에서 지상의 인간을 인도하기를…….
부제그
우리의 영웅이여,
이곳 몰 일로를 네 집이라 생각하고 편히 지내주게.
부족 사람들이 다 널 만나고 싶어해.
도르베이
그래, 이제 떠나는군…….
다시 만나는 날까지 건강해라.
나도 기운을 차릴 테니.
코탄
사냥은 생명과 이어지고, 목축은 인연과 이어지고, 장사는 문화와 이어지지.
하나라도 빠지면, 우리의 생활은 황폐해질 거야.
그래서 나는 장사를 하는 거야.
시리나
족장님과 정식으로 대화하는 건 처음이라…….
좀 긴장되네요…….
리세
정말 아무 문제 없이 통과했어!
히엔
자, 고귀하신 족장님의 기분이 좋아야 할 텐데.
고우세츠
흐음…… 인원수가 줄었구려…….
다이두쿨
……우리 부두가족은 남자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신앙에 기초한 올바른 모습이지만, 구성원은 늘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부족에서 남자를 받거나 유괴해야 한다.
그것은 결코 안정적이라고 할 수 없지…….
우리는 일족을 존속시키기 위해 오로니르족과 동맹을 맺었다.
오로니르족이 너에게 붙는다면 우리도 한편이 되어주지…….
마그나이
흥…… 이 몸은 지금 심기가 불편하다.
그런 와중에 너그럽게 알현을 허락했으니 간단히 용건을 말하라.
리세
우와, 여전히 잘난 척이네…….
마그나이
잘난 척이 아니라 잘난 것이다.
전투의 결과가 어떻든
오로니르족이 아짐 신의 자손임은 변함없으니.
……그곳에 서 있던 바아투의 행방이 궁금한가?
지금은 전투가 끝난 직후고, 여기는 패자의 진영이다.
……안심해라.
목숨은 건졌으니,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다시 걸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은 묻지 마라. 괜한 염려야말로 불경하다.
오로니르족의 위대함은 한 번의 패배로 쇠하지 않는다.
승자는 의연하게 앞만 바라보아라.
그런데 오늘은 무슨 용건이지?
이 옥좌를 내놓으라면 어쩔 수 없다만.
시리나
아, 아뇨……. 우리는 또 언제 신탁을 받아 이주할지 모릅니다.
옥좌는 계속 오로니르족과 부두가족 여러분이
사용하셔도 괜찮답니다.
히엔
우리가 얀샤로 돌아가기로 했으니
앞으로의 일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왔소.
마그나이
흥…… 걱정하지 않아도 이미 동맹은 맺어졌다.
너희들의 지시만 있으면 언제든지 출병하겠다.
히엔
참으로 고맙소.
그럼 일단 얀샤로 돌아간 후에
다시 반란군의 사절을 보내겠소.
시리나
잘됐네요!
오로니르족이 도와준다면 그야말로 일당백이에요!
마그나이
자애가 넘치며…… 가련하고 조용한……
아련한 아침노을 속 구름 같은 여인……이……?
게다가 전투에도 능하다니…… 완벽하구나……!
거기 아름다운 여인이여……!
네가 이 몸의 나아마인가!? 그렇지!?
시리나
네……?
뭔지 잘 모르겠지만 됐어요. 사양할게요.
그냥 거기 앉아 계세요.
리세
어…… 그, 그래! 다음은 '도탈 카'지?
자, 빨리 가자!
마그나이
어째서…… 이번에도 아닌 것이냐……?
어찌 이 몸의 나아마만 이리도 찾기 힘들단 말인가……!
고우세츠
게세르 공은 무사히 환생했을는지.
……아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구려.
히엔
드디어 왔구나!
지난번에는 감옥에 갇혀서 오지 못했으니 말이다.
시리나
실은 사두라는 분과도 얘기해본 적이 없답니다…….
리세
여기가 도탈 카구나.
건조한 바람…… 기라바니아랑 좀 비슷하네.
사두
……우르르 몰려와서 무슨 일이냐?
고우세츠
우리는 이제 얀샤로 돌아간다오.
사두 공, 그쪽 상황은 어떻소이까?
사두
두말할 것도 없이 이번 합전에서
일족의 수가 또 줄었지.
……하지만 생명을 불사를 만한 좋은 전투였다.
열심히 싸우다 세상을 떠난 놈들은 분명 돌아올 것이다.
이미 한 사람은 돌아온 모양이다.
게세르네 자식한테는 누구의 영혼이 깃들었는지 지켜봐야지.
우리도 새로운 계절을 향해 다시 출발할 것이다.
지시만 내려준다면 더욱 강해질 수 있도록
언제든지 네놈들의 전쟁터에 뛰어들어주마.
히엔
참으로 든든한 말씀이오.
이 초원에서 가장 용맹한 도탈족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오.
시리나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이 있어요…….
남동쪽에 있는, 얀샤로 이어지는 길의 봉인을 풀어주세요.
사두
아아, 그 길 말이군.
좋다. 봉인을 풀 테니 마음대로 다녀라.
고우세츠
그럼 이만 실례하겠소.
……우리 둘 다 후회 없는 싸움을 합시다.
사두
흥!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노인네야말로 삐끗해서 죽지나 마라.
언제든지 우리를 불러라.
잘난 척에 쩌든 놈보다 훨씬 잘 싸워줄 테니.
샤르
애엄마가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해.
이 아이가 누구의 환생이든 상관없어…….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뿐이야.
고우세츠
사두 공이 격려해 주니 힘이 났소이다.
자, 만반의 준비를 갖췄으니 귀환합시다!
히엔
이 초원의 풍경과도 한동안 이별이군.
내게는 하루가 천 년 같은 긴 시간을 보낸 곳이다.
……기필코 다시 오겠다.
리세
여기로 가면 얀샤가…….
시리나
……네, 봉인이 제대로 풀려 있네요.
이 동굴 끝이 여러분이 가시려는 얀샤랍니다.
그러니까…… 우린 여기서 헤어져야겠네요.
전투의 신호를 주실 때까지 한동안 이별이군요.
리세
시리나…… 잠시 동안이지만 건강하게 지내.
테물룬 할머니와 아이들에게도……
몰족 모두에게 곧 다시 만나자고 전해줘.
시리나
네, 꼭 그럴게요!
그리고…… 이걸 받아주세요.
리세
이건…… 붉은 깃발?
몰족의 깃발이야……?
시리나
시, 실용적인 게 아니라서 죄송해요…….
부적 대신이라고 생각하시고…….
……저는 도마나 리세 씨네 나라 사정은 잘 몰라요.
하지만 두 곳 다 곤경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런 현실 앞에서는 제가 보잘것없고
무력한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그 붉은 실에 제 기도를 담아 만들었어요.
피를 흘린 곳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끝에……
슬픔에 잠겨 맞이하는 새벽 너머에……
새로운 시작이 있기를 바라면서요.
여러분이 시작을 가져오는 붉은색……
홍련의 해방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히엔
그 바람, 하늘에 닿지 않더라도 우리가 똑똑히 들었다!
반드시 이뤄내겠다!
……그동안 고마웠다, 시리나.
시리나
……그럼 전 이만!
모두 무사하셔야 해요!
고우세츠
유우기리도 이제나저제나 하고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이외다.
좋은 소식을 가지고 당당하게 돌아가니 좋구려.
리세
시리나의 마음과 이 초원에서 느낀 것……
전부 가지고 얀샤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