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cript 2021. 1. 1. 03:46

창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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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아렐

조인식에 참가했을 때, 나답지 않게 가슴이 떨리더군. 
아버님도 결의를 새로이 다지신 모습이었어. 
우리 모두 오르슈팡을 본받아 백성을 위해 분골쇄신해야겠지.

 

에마넬랭

안녕, 친구! 마침 잘 왔어! 
있잖아, 다음에 같이 술 한잔 어때? 
호기심 많은 성도 친구들이 널 보고 싶다고 난리야.


오노루아

아, 리오넬 님……. 
에마넬랭 님 말씀은 신경 쓰지 마세요. 
안 그래도 바쁘실 텐데, 시간을 빼앗으면 안 되니까요. 
참, 이건 비밀입니다만…… 
에마넬랭 님이 검술 훈련을 시작하셨답니다. 
오르슈팡 님의 자리를 대신하려 하시나 봐요. 


 

 

알피노

리오넬, 마침 잘 왔네.
실종자 수색 상황을 보고받으려던 참이었어.
알피노

자, 타타루.
지금 상황이 어떤지 말해주겠나?


타타루

알겠습니당!
리올 님과 숙련된 모험가님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몇 가지 정보를 얻었어용.
먼저 프라민 님 일행에 대해 말씀드릴게용.
이분들은 크리스탈 브레이브의 습격을 피해
라자한으로 가는 배에 타신 것 같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당.
또 이다 님이랑 파파리모 님에 관해서는……
울다하 시내의 진주 거리에서
부서진 두 분의 링크펄이 발견됐다고 해용.


알피노

왕의 산책로에서 전투를 벌이다가
탈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로군!
링크펄을 버린 건 정보가 새는 걸 막으려던 거겠지.


타타루

행방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살아계실 거라는 희망은 있는 거예용!


알피노

그래, 타타루 말이 맞아.
나머지는 실디하 지하수도에서 종적이 끊긴
민필리아와 산크레드로군…….


타타루

두 분에 관한 정보는 없었습니당…….
그치만, 이 일에 도움을 주실 든든한 조력자가
곧 에오르제아에 오시기로 했답니당!


알피노

호오, 타타루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조력자라니
꼭 한번 만나보고 싶군.
좋아, 이렇게 하세.
실은 아이메리크 경이 이것과는 다른 일로
상의할 일이 있다고 연락을 했었네.
꼭 리오넬과 함께 와달라고 했으니,
먼저 '신전기사단 본부'에 가서 아이메리크 경 말씀을 들어보세.
그다음에 타타루가 초청한 조력자를 만나는 걸세.
어떤가?


타타루

알겠습니당!
그럼 그분께는 제가 따로 연락할게용!
무슨 일 있으면 '잊힌 기사 주점'으로 와주세용!


 

알피노

사전에 연락은 했으니
저쪽에 있는 '신전기사단 위병'에게 말하면
아이메리크 경이 계신 총장실로 안내해줄 걸세.

 

신전기사단 위병

두 분 모두 잘 오셨습니다.
아이메리크 총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아이메리크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군.
두 사람에게 조용히 부탁할 일이 있어 불렀다.


알피노

아니요, 괜찮습니다.
무슨 일이길래 그러십니까?


아이메리크

지금 이슈가르드의 정세는 아주 불안정하다.
수장이었던 교황이 사라진 것도 원인 중 하나지.
정교법으로 정한 교황 사망 시의 대처 방법에 따라,
신전기사단 총장인 내가 직무를 대행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대처다.
원래는 선거권을 가진 고위 성직자와 귀족들이 모여
바로 다음 교황을 뽑았어야 했다.
그런데 내가 공표한 '진실'로 인해 정교의 권위가 추락했고
회의나 선거를 할 상황이 아니게 된 거지.


알피노

천 년에 걸쳐 내려왔던 거짓된 역사,
야만신을 이용해 평화를 실현하려던 교황의 계획…….
이걸 공표하는 덴 큰 결심이 필요하셨겠군요.


아이메리크

물론 고민은 많이 했다.
하지만 이미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데다, 무엇보다
수많은 시민이 용을 타고 개선하는 모험가를 봤으니 말이야.
교황이 사라진 이유를 설명해야 하기도 하고,
괜히 진실을 숨겼다가 잘못된 정보가 퍼지거나
악용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나.
그래서 어느 정도 위험을 각오하고
사실 그대로 공표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진실'이 생각보다 큰 혼란을 부른 거다.
게다가, 교황…… 아버지를 막기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강경하게 일을 추진한 데 대한 내부 반발도 있고.

 

 

알피노

언제라도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군요…….


루키아

실제로 성직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사태 등
심상치 않은 사건들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힐다를 비롯한 구름안개 거리 주민들이
자경단을 조직해 순찰을 강화해준 덕택에
당장은 큰일로 번지지 않고 있지만, 이것도 언제까지일지…….


아이메리크

성도의 평온이 불안하게나마 유지되는 동안
'용시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고 싶다.
다시 한번 그대들의 힘을 빌려줄 수 있겠나?


알피노

저로서도 힘닿는 한 협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만,
대체 무슨 부탁이시지요……?


루키아

나와 함께 고지 드라바니아로 가서
그곳에 사는 성룡의 일족을 소개해줬으면 한다.


알피노

성룡의 일족…… 비도프니르 말입니까?

 

아이메리크

그래, 그들을 성도에 초대해서 함께 선언하고자 한다.
인간과 용의 교류가 다시 시작되었음을…….
루키아가 특사로서 그들과 교섭할 수 있게 도와다오.
용과 접촉이 있었던 얼음의 무녀…… 이젤이 죽은 지금,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건 그대들밖에 없어.
고맙다. 그대들의 헌신적인 협력에 감사한다.
그럼 루키아…… 뒷일을 부탁한다.

 


 

 

 

영웅의 개선으로부터 얼마 후―
진실을 알게 된 민주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천 년에 걸쳐 계승되던 역사와 신앙이
기만으로 얼룩져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믿고 의지할 정신적 지주를 잃은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탄식하고, 분노에 빠졌다
그러나 이 성도에는 올바른 길을 걷고자
전쟁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화합을 실현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인간과 용의 새로운 시대―
창천의 미래를 믿으며

 

 


 

그러나 성도 밖에는
여전히 커다란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다
푸른 용기사의 육체를 빼앗은 사룡의 그림자가
호시탐탐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화합을 바라는 자가 있으면 전쟁을 바라는 자도 있는 법
이는 인간이나 용이나 같다는 것을 우리는 뒤늦게 알게 된다

 

 


 

알피노

드라바니아에 가는 건 익숙한 일이지만
비도프니르가 이걸 받아들일지 모르겠군…….

 

루키아

나는 드라바니아에 가는 게 처음이라……
두 사람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는 수밖에.


알피노

안심하고 맡겨주십시오, 루키아 공.
참, 출발하기 전에 제 동료에게 전할 말이 있어서 그런데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루키아

알겠다.
그럼 그동안 나도 여행 준비를 해두지.


알피노

리오넬,
일단 '잊힌 기사 주점'에 들러 타타루와 상황을 공유하세.

 

루키아

커르다스 서부고지를 횡단하려면
추위를 극복할 준비가 필요할 테니……
양모 속옷도 챙겨야겠군.


 

알피노

아이메리크 경이 부탁하신 내용을 타타루에게 공유하세.

 

타타루

아이메리크 경과 말씀 다 나누셨나용?
루키아 님을 드래곤족에게 소개하러
고지 드라바니아에 가신다고용…… 알겠습니당!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네용.
제가 말씀드린 조력자께선 저지 드라바니아의
'이딜샤이어'에 오시기로 했거든용.
마중은 현지에 계신 야슈톨라 님이 가주실 테니
먼저 루키아 님을 안내해주세용!


알피노

그럼 루키아 공과 함께 고지 드라바니아로 간 후에
바로 저지 드라바니아로 향하면 되겠어.
앞으로 갈 길이 바쁘군!
어서 신전기사단 본부로 돌아가 루키아 공과 합류하세.

 

타타루

익숙한 길을 가시더라도 부디 조심하세용!

 

알피노

해결할 문제가 산처럼 쌓여있지만,
할 수 있는 일부터 이렇게 하나씩 풀어나가세.
차근차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테니.


 

루키아

볼일은 다 마친 모양이군.
나도 빠짐없이 준비를 마쳤다.
앞으로 안내 잘 부탁하마.

 

대화의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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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노

좋아, 어서 출발하지.
일단 고지 드라바니아로 들어가 '꼬리깃 마을' 방향으로 가겠네.
이미 몇 번이나 방문한 곳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인간과 용의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중요한 사명이니
마음 단단히 먹고 출발하세.

 


 

 

알피노

이렇게 고지 드라바니아를 여행하는 게 벌써 세 번째인가.
예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조금 감상적인 기분에 빠지는군.

 

루키아

이곳이 용의 영역 '드라바니아'인가…….
예전에는 완전히 적진이었던 이 땅에
대화의 희망을 품고 발을 들일 수 있다니…….


알피노

그렇습니다…… 저희가 처음으로 이곳을 찾았을 때는
정말로 용과 대화가 성립할지조차 알 수 없었지요.
이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어찌 되었을지…….
물론 이슈가르드 백성들은 지금도 이젤을
이단자들의 우두머리인 '얼음의 무녀'로 여기겠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그녀의 명예가 회복되고
인간과 용을 이어준 사람으로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루키아

훗…… 알피노 공은 심성이 착하군…….
그래, 그런 날이 현실로 다가오기 위해서는
이번 교섭에서 반드시 성과를 얻어야겠지…….


알피노

그렇지요…….
성룡의 일족 '비도프니르'가 사는 '부정한 삼탑'은
이 숲을 빠져나간 곳에 있습니다. 어서 가시죠.


 

비도프니르

호오, 누군가 했더니
이젤과 벗 삼은 작은 자들이 아니냐…….
그런데 그쪽 얼굴은 처음 보는구나…….
보아하니 무슨 사정이 있는 모양이군.


알피노

오랜만에 뵙습니다, 비도프니르.
오늘 이렇게 찾아뵌 것은 이 여성을 소개하기 위함입니다.
이슈가르드의 기사, 루키아 공입니다.


루키아

신전기사단 지휘관 루키아라 합니다.
교황 대리로서 이슈가르드를 이끄는 신전기사단 총장,
아이메리크 경의 뜻을 전하는 특사로서 찾아뵈었습니다.


비도프니르

호오, 특사라…….

 

루키아

예…….
저희 이슈가르드 백성과 드라바니아의 드래곤족은
'용시전쟁'이라는 오랜 싸움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옛 이슈가르드 왕 '토르당'이 드래곤족을 배신한 것이
바로 이 전쟁의 발단이었다는 사실과……
교황이 천 년에 걸쳐 거짓된 역사로 죄를 은폐한 채
전쟁을 이끌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비로소 알았습니다…….
이 영웅들과 푸른 용기사, 그리고 당신의 벗 이젤 덕분에요.
지금 이슈가르드 백성들은
과거의 '진실'을 똑바로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믿어왔던 뿌리가 흔들려 갈피를 잡지 못하고도 있지요.
이에, 당신을 성도 '이슈가르드'에 초대하여
백성들에게 전쟁을 원치 않는 용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나아가 인간과 용이 다시 교류를 시작한다고 선언하고자 합니다.
하루아침에 완전한 화합을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대화를 시작하고 싶은 겁니다.


비도프니르

……오호라, 인간이 사는 도시에 날 초대하겠단 말이지?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이로구나.
이것도 이젤의 굳은 의지가 이뤄낸 일인가…….
루키아여, 네 제안은 이해했다.
허나 그 초대에 응할지는 당장 결론을 내릴 수 없느니라.


루키아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비도프니르

내가 인간의 도시에 간다는 것은
수많은 성룡의 일족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 아니겠느냐.
그러니 우선 내 아버지 '흐레스벨그'와 의논하고 싶구나.
게다가…… 거기 있는 용맹한 자의 활약으로
잠시 진정되었던 그나스족이 다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여 거처를 쉽게 비울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지.


루키아

알겠습니다.

저희도 대답을 재촉할 생각은 없습니다.
전쟁이 이어졌던 천 년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니까요.


비도프니르

인간치고는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구나.
물론 천 년씩이나 기다리게 할 생각은 없느니라, 작은 자여.
짧은 그대의 목숨이 다하기 전에 반드시 답을 주마.


루키아

감사합니다…….
성도에서 당신을 맞이할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비도프니르

고요함을 깨면서까지 다시 인간과 대화해야 할 것인가…….
내 아버지, 성룡과 대화를 나눠봐야겠군.
그나저나 눈엣가시 같은 그나스족이 참으로 성가시게 구는구나.
아무리 용이 강하다 해도, 놈들의 창과 화포를 맞으면
비늘이 여물지 않은 어린 용은 땅에 떨어지고 마니…….

 

 

루키아

다행히 우리 뜻은 전했군.
그나저나 전쟁터에서만 봤던 드래곤족과
이렇게 가까이서 대화하다니, 뭔가 기분이 묘한걸.

 

알피노

첫 대화로는 괜찮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루키아

그래, 최악의 경우 단칼에 거절당할 각오도 했으니까.
일단 우리 뜻을 성룡에게 전하고 함께 의논하시겠다 하니
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난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성도로 돌아가기 전에
일대를 둘러보며 성룡의 일족과 교류를 시도해봐야겠다.
두 사람은 어찌할 건가?


알피노

우리는 저지 드라바니아에 갈 일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이대로 이동할까 합니다만.


루키아

그럼 여기서 헤어져야겠군.
여정에 힘을 빌려준 데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덕분에 일이 잘 풀릴 것 같아.


알피노

아닙니다, 과찬이십니다.
이젤과 에스티니앙 공, 그리고 오르슈팡 경……
평화를 소원했던 동료들의 뜻을 이어받은 것뿐이니까요.

그럼 가시는 길도 무사하길 기원합니다.
성도에 도착하시면 아이메리크 경께 안부 전해주십시오.


루키아

그래, 타타루 양에게도 경과를 전해주겠다.
그럼 나중에 보자.

 

든든한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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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노

좋아, 어서 출발하세.
타타루가 부른 '든든한 조력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사람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미안하니까.
'이딜샤이어'에 있는 야슈톨라가
마중 나가기로 되어있으니, 일단 가서 만나보세.


 

야슈톨라

어머, 오셨군요.
타타루한테 얘기 들었어요.
드래곤족과 대화는 잘했나요?


알피노

성도에 초대하겠다는 제안에 확답을 받지는 못했지만
생각해보겠다는 답변은 받았네…….

첫 대화치고는 괜찮았지.

그런데 그 '조력자'라는 사람은 어디 있나?
모습이 안 보이는데…….


야슈톨라

잠깐 샬레이안의 거리를 구경하고 온댔어요.
슬슬 올 때가 됐으니, '앞표지 다리'로 마중 나가죠.


 

 

알피노

'조력자'가 대체 누구지…….
설마 동생……은 아닐 테고…….


야슈톨라

해결할 문제가 그야말로 산더미인 상황에서
도와줄 사람이 생기는 건 환영할 일이에요.

 

 

쿠루루

미안 미안, 오래 기다렸지?


야슈톨라

괜찮아요.
우리도 방금 전에 왔는걸요.
이쪽은 북해에 있는 샬레이안 본국에서 온
믿음직한 조력자, 쿠루루 양이에요.


쿠루루

처음 뵙겠어요. 쿠루루라고 합니다.
당신이 '빛의 전사'로군요?
……음, 확실히 강한 힘을 가진 것 같네요.
그리고…… 오랜만이다, 알피노!
잠깐 못 본 사이에 키 좀 큰 거 아냐?


알피노

나, 나한테는 샬레이안 마법대학 선배일세.
재학 중에 도움을 좀 받았지…….


쿠루루

그럼, 내가 좀 많이 도와줬니?
그 입학하기 어렵다는 마법대학을 불과 열한 살에 합격한
천재 소년 '알피노 르베유르' 군…….
얘가 선배들하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뭐라고 자기소개를 한 줄 알아?

 

 

알피노

으, 으아아……
마, 말하지 말게!


쿠루루

어머, 얘 좀 봐?
그걸 부탁이라고 하는 거니?

 

 

알피노

으윽……
예, 옛날얘기는 이쯤에서 끝내시고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제발 부탁드립니다…… 쿠루루 선배님…….

 

 

쿠루루

우후후…… 에오르제아에 와서 처세술을 좀 익혔나 보네?
앞으로는 이 누나한테 항상 존경심을 갖고 대하렴.
자, 알피노를 놀리는 건 이 정도로만 하자.
내가 온 건 민필리아랑 '새벽' 사람들을 찾기 위해서니까!


야슈톨라

자신 있어 보이네요.
뭔가 단서라도 있나요?


쿠루루

단서라기보단, 방법이 있어.
타타루 씨한테 대강 이야기 들었는데,
사라진 사람들 중 한 명은 내가 찾을 수 있겠더라고.
에인션트 텔레포로 탈출한 후
행방을 알 수 없는 산크레드 씨…….
그 사람이 남긴 흔적은 추적할 수 있을 거야.


알피노

그게 정말입니까!?


쿠루루

그래. 마토야 어르신이 가진
'수정의 눈'을 빌릴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야슈톨라

아무래도 자세한 얘기는
마토야와 함께 하는 게 좋겠네요.
다 같이 마토야의 동굴로 가죠.


 

알피노

마토야 님을 뵙는 것도 오랜만이야.
내가 만든 마법생물, 카벙클 옵시디언을
한번 보여드릴까…….


야슈톨라

저 고집불통 노친네를 어떻게 설득할까요?
'수정의 눈'은 상당히 귀중한 물건이라
만지는 것조차 허락해줄 것 같지 않은데요.

 

수정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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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루

고명하신 현자 마토야 님…….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어. 어서 안내해줄래?


야슈톨라

네, 이쪽이에요.
발밑을 조심하면서 따라오세요.

 

 


 

마토야

뭘 이렇게 떼거리로 몰려와……?
또 골치 아픈 일을 가져온 게냐?


야슈톨라

젊은 사람 고민을 들어주는 게 노인네 사는 보람 아닌가요?
여생이 심심하지 않게 얘깃거리를 가져왔어요.


마토야

말대답 하는 것 좀 보라지. 하여튼 귀여운 구석이 없어…….
왔으면 어서 용건이나 말해봐라.


쿠루루

처음 뵙겠습니다, 마토야 님.
샬레이안 본국의 발데시온 위원회에서 나온
쿠루루라고 합니다.

 

 

마토야

발데시온?
내가 알기로, 그 영감네 연구실이 있던 섬은…….


쿠루루

……네, 발 섬은 소멸했습니다.
알테마급 마법 공격으로, 말 그대로 흔적도 없이요…….
제가 살아남은 건 '빛의 가호' 덕분이에요.


알피노

빛의 가호라고요……?
설마, 쿠루루 선배도!?


쿠루루

맞아, 나도 '초월하는 힘'을 가졌어.
발데시온 위원회는 이 별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었어.
그 일환으로 '별의 의지', 그리고 그 의지와 소통할 수 있는
'초월하는 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었지.
나는 그 피험자 중 한 명이었어.
민필리아를 만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야.

 

 

알피노

그런 배경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쿠루루

미안해.
숨기려던 건 아니지만, 기밀은 지켜야 했거든.


마토야

……그래서?
이 늙은이한테는 무슨 일을 시키려는 게냐?


쿠루루

저는 위원회 동료들을 모두 잃었습니다.
그래서 민필리아와 '새벽'의 현자들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하고 싶어요.
마토야 님이 가지고 계신 '수정의 눈'……
아니, 고대의 '빛의 크리스탈'을 빌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마토야

흥…….
물건의 존재뿐만 아니라, 정체까지 알고 있다니.
……잠시 기다리거라.


야슈톨라

마토야가 점을 칠 때 사용하는 크리스탈, 일명 '수정의 눈'…….
그 빛에 신비한 힘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게 '빛의 크리스탈'일 줄은 몰랐네요.

 

쿠루루

초월하는 힘을 가진 '빛의 전사' 같은 존재는
과거에도 재해가 닥칠 때마다 나타나 크게 활약했어.
그리고 하이델린은 각 시대의 영웅들에게
자기 힘의 일부를 나눠주었지.
'빛의 크리스탈'이라는 형태를 빌려서.
이건 그런 옛 시대의 영웅이 남긴 유물이야.
하이델린의 힘이 약해지기 전의 물건이라,
현대의 '빛의 크리스탈'보다 훨씬 강한 힘이 담겨있지.


마토야

이 정도로 순도가 높은 크리스탈은
전 세계를 뒤져봐도 얼마 없을 게다.
마법의 결절점으로서는 가치를 헤아릴 수도 없어.


쿠루루

제게는 '언어의 벽을 초월하는 힘'이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요.
말하자면 저는 의지를 느끼는 힘이 강하다는 거죠.
그러니 '수정의 눈'을 통해서 이 힘을 사용하면
지맥에 남겨진 의지의 흔적을 더듬어서
산크레드 씨가 간 곳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마토야

그 녀석의 행방을 아직도 모른다니,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구나.
여기서 가지고 나가는 것만 아니면 마음대로 쓰거라.

 

 

쿠루루

감사합니다, 마토야 님!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의지의 흔적은 검은장막 숲을 지나
북서쪽으로 가다가 거대한 빛의 기슭에서 사라졌습니다.
그쪽에 있는 건 영봉 '솜 알'인데……
산크레드 씨는 운 좋게 지상으로 나온 모양이네요.

 

 

알피노

고지 드라바니아로군요!?
당장 '꼬리깃 마을'로 가서 수색을 시작하지요!
목격자는 없는지 어서 찾아봅시다!

 

마토야

나 참, 끊이지도 않고 골칫거리를 가져오는구먼…….
이 늙은이에게 차 한잔할 시간 좀 다오.


 

쿠루루

발 섬에도 여기랑 비슷한 숲이 있었어.
이 풍경을 보니 할아버지 생각이 나네…….
맞아, 발데시온 위원회의 수장을 맡으셨던 분이야.
할아버지는 고아였던 날 거두어 키워주셨지…….
그래서 내 이름도 휴런족 같은
'쿠루루 발데시온'이 된 거야.


야슈톨라

산크레드는 실력이 확실하긴 하지만,
지하수로에서 싸우면서 상처를 입은 데다…….
이 부근에는 위험한 마물도 많아서 좀 걱정되네요.

 

알피노

이번 여행은 유난히 여길 자주 찾게 되는군.
고지 드라바니아에서 사람을 찾으려면
꼬리깃 마을 사냥꾼들의 힘을 빌리는 게 좋겠지.


야슈톨라

맞아요, 초코보 숲을 드나드는 사냥꾼들은
산크레드를 목격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 사람들을 만나 물어보죠.


쿠루루

참, 알피노.
산크레드 씨가 어떻게 생겼는지 대강이라도 알려줄래?
눈에 띄는 특징이 있으면 수소문하기 쉬울 테니까.


알피노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기억을 더듬어 산크레드의 초상화를 그려봤거든요.


야슈톨라

어머, 생각보다 잘 그렸는데요?
산크레드의 특징을 잘 표현했어요…….
알피노 님에게 이런 소질이 있었을 줄은 몰랐네요.


알피노

후후, 그림 실력과 기억력은 옛날부터 자신 있었지.
모델이 눈앞에 없어도 이 정도는 그릴 수 있어.
그럼 두 조로 나뉘어서 조사를 시작하세!
나는 야슈톨라와 함께 숲 속에 있는 야영지를 돌아보겠네.
자네는 쿠루루 선배와 함께 마을 안을 맡아주게.
조사가 끝나면 예전에 그나스족과 협상했던 장소에서 만나세.


쿠루루

알피노는 분위기가 많이 변했네.
어깨에서 힘이 빠진 듯한…… 어쨌든 좋은 변화인 것 같아.
자, 우리도 어서 시작하자.
다 끝나면 나한테 말해줘.
집합 장소에 갈 땐 같이 가게.

 

루파르

이런 곳에서 사람을 찾는다고?
어디, 그 초상화인지 뭔지를 한번 보여줘 봐.

-산크레드의 초상화: 알피노가 그린 산크레드의 초상화. 제법 비슷하게 잘 그렸다.

……미안, 이렇게 생긴 남자는 못 봤어.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하다.

 

쿠루루

저어, 죄송한데요……
혹시 이런 사람 본 적 없으세요?

 

마르스샹

아니, 이게 누구야…….
뭐? 보여줄 게 있다고?

-산크레드의 초상화: 알피노가 그린 산크레드의 초상화. 제법 비슷하게 잘 그렸다.

……흠, 나는 못 본 사람이로군.
그러고 보니, 언젠가 동료 사냥꾼이
'굉장히 강한 휴런족' 떠돌이를 본 적이 있다던데.
듣기로는 덤벼드는 밴더스내치를
화려한 기술로 반격해 쓰러뜨렸다더군.
그 떠돌이 휴런족이 이 초상화의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몰드

휴런족 남자를 찾는다고?
최근에 숲 속에서 희한한 남자를 보긴 했는데……
찾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데?

-산크레드의 초상화: 알피노가 그린 산크레드의 초상화. 제법 비슷하게 잘 그렸다.

 

……아하, 이렇게 생긴 남자를 찾는단 말이지.
이거 난감한데…… 내가 본 건 뒷모습이거든.
키나 몸집은 대충 맞는 것 같은데 말야.
그 남자는 숲 서쪽 외곽에서 봤어.
맹수가 다니는 숲을 태연하게 걸어다니더군.
저건 상당한 실력자이거나 멍청하거나, 둘 중에 하나야.

 

쿠루루

아, 얼추 다 돌아보고 왔나 보네.
나도 좀 솔깃한 정보를 얻어왔어.
알피노 쪽이랑 합류한 다음에 정보를 공유하자.
집합 장소는 마을에서 서쪽으로 가면 있다고 했지?
자, 얼른 가볼까.

 


 

쿠루루

집합 장소가 이 근처였지?
아직 알피노 쪽은 안 온 모양인데…….

 

 

알피노

이런, 우리가 늦었군…….
미안하네, 야영지 간의 거리가 멀어서
다 돌아다니는 데 시간이 걸렸어.


야슈톨라

정말이지, 괜히 조바심이 나더라니까요.
야영지가 하필 묘하게 접근하기 까다로운 고지에만 있더군요.
그게 사냥감을 찾는 데 유리한 건 맞지만…….


알피노

하지만, 고생해서 돌아다닌 보람이 있었네.
'굉장히 강한 휴런족' 떠돌이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물론 얼굴을 똑바로 확인한 사람도 없고
산크레드 본인이라는 확증을 얻은 건 아니지만…….
그쪽은 뭔가 성과가 있었나?
……흠, 아무래도 '굉장히 강한 휴런족'의 소문은
꼬리깃 마을에 파다한 모양이군.
하지만 확증이 없다는 점은 그쪽도 마찬가지라…….


쿠루루

하지만 유력한 정보를 하나 얻었어.
어떤 사냥꾼이 한 말인데, '무리에서 벗어난 그나스족'이
자기한테 희한한 거래를 제안한 적이 있대.
그나스족이 '인간의 장비를 만들 재료'를 요구했다는 거야…….
그래서 그 사냥꾼은 남은 옷감이나 쇠붙이, 사냥도구 따위를
물물교환으로 넘겨줬다고 해.


야슈톨라

그게 산크레드와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요?


알피노

아니, 잠깐만…… 야슈톨라.
자네가 지맥에서 살아 돌아왔을 때를 생각해보게!
그때 자네는 맨몸으로…….


야슈톨라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죠?


알피노

아, 아니, 그게 아니야!
오해일세…… 아니지, 그 얘기긴 한데…….
어쨌든 자네는 가지고 있던 장비를 모두 잃지 않았나.
그게 '에인션트 텔레포'의 영향이라고 가정하면
산크레드도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높지.


쿠루루

문제의 남성은 숲 서쪽에서 목격됐다고 하니까……
'무리에서 벗어난 그나스족'의 영역과도 가깝지?
그 남성이 그나스족을 통해서 장비를 마련한 건지도 몰라.


알피노

쿠루루 선배 추측은 일리가 있군.
'굉장히 강한 휴런족'도 찾아볼 겸,
일단 그나스족을 조사하는 게 좋겠어.

 

쿠루루

알피노도 어쩔 수 없는 남자애라니까.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야슈톨라

그림 실력과 기억력에 자신이 있고,
대상이 눈앞에 없어도 그려낼 수 있단 말이죠…….
……알피노 님과 한번 차분히 대화할 필요가 있겠는데요.

 

뜻밖의 조우

더보기

 

알피노

'무리에서 벗어난 그나스족'이라 하면
'바스의 토굴집'에 모여 사는 자들을 말하는 거겠지.
그들의 수장인 '이야기꾼'에게
산크레드를 목격한 적이 없는지 물어보세.

 

 

이야기꾼

스스스스스…… 인간 사냥꾼 아닌가.
오늘은 무슨 용건으로 우리 토굴집을 찾아왔나?


알피노

여러분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 초상화 속 인물을 찾고 있습니다만,
혹시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야기꾼

스스스스스…… '신'을 사냥하고도 모자라
이번에는 인간마저 사냥하려는 게냐?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냥꾼이로군!


알피노

아, 아니…… 이 사람을 사냥하려는 게 아닙니다.
실종된 저희 동료를 찾고 있는 겁니다.


이야기꾼

오호라, 너희 동포란 말이로군.
사냥감이 아니라니 안심이다.
그는 우리의 좋은 거래 상대거든.


알피노

역시 산크레드가 이곳에 왔었군요!


이야기꾼

그렇다. 어느 날, 저 높은 산에서
'짐승 가죽을 두른 남자'가 나타났지.
당장에라도 쓰러질 듯 녹초가 되었기에 우리 토굴집에 들였다.

남자는 우리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인간의 옷을 만들어주면 사냥을 돕겠다고…….
상당히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냥꾼이더군…… 스스스스스.


야슈톨라

그래서 그는 지금 어디 있죠?


이야기꾼

스스스스스…… 얼마 전에 '그나스의 토굴집'으로 갔다.
'이어진 자들'이 '신'을 소환했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자기가 직접 가서 봐야겠다더군.


야슈톨라

뭐라고요……!?


알피노

비도프니르도 그나스족의 동향을 경계하고 있었어.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무신 '라바나'를 소환했나 보군!
이거, 느긋하게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바스의 수장이여, 유익한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서둘러 '그나스의 토굴집'으로 가서
동료를 찾아보겠습니다.


이야기꾼

동포를 소중히 해라, 인간 사냥꾼들이여.
벌써 '이어진 자들'에게 붙잡혀
제물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스스스스스.

스스스스스…… '짐승 가죽을 두른 남자'는
얼마 전에 '그나스의 토굴집'으로 갔다.


 

알피노

안에서 전투가 벌어졌어…… 산크레드인가!?
……어서 가보세!

 


 

 

???

너희 아씨엔을 쓰러뜨리고
일그러진 역사를 우리 손으로 바로잡겠다!

 

검은 옷의 아씨엔

영웅이라도 되는 것처럼 구는구나……!
그 정도로 세계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냐?

 

 

???

물론이고말고!
우린 반드시 해낼 것이다!

 


 

???

그래, 네가 이 세계의 영웅이란 말이지.
그런데 야만신이 소환된 줄도 모르고 있었냐?
사냥감은 우리가 먼저 해치웠다.


야슈톨라

처음 느껴보는 에테르네요.
신도화된 것 같지는 않은데…….


알피노

무신 '라바나'와 싸우던 것 같은데……
너희는 대체 누구냐!?

 

 

???

시험해볼까……?

 

 


???

흥…….
가볍게 인사 좀 하렸더니 웬 방해꾼이 나타났군.
어둠의 전사

빛의 전사여, 기억해라.
우리는 어둠의 전사…… 너와는 다른 길을 걷는 존재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겠지…….

 

 

쿠루루

어둠의 전사……? 정체가 뭐지……?


알피노

산크레드, 무사했군!


산크레드

할 말은 많지만, 일단 여길 빠져나가자.
그나스족 병사들이 돌아오기 전에.

 


 

알피노

쿠루루 선배, 괜찮으십니까?
잇따라 큰일이 생겨서 피곤하신 것 같은데…….

 

쿠루루

미안, 속이 좀 안 좋아서……. 
오랜만에 과거를 본 탓도 있지만, 
이 일대에 가득한 의지의 속삭임 때문에 힘들어……. 


야슈톨라

이제야 한숨 돌리겠네요.
산크레드를 찾은 건 다행이지만,
뜻밖의 상황이 계속 벌어져서 조금 정신이 없어요.

 

야슈톨라

그나저나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지금까지 어디서 뭘 하고 있었어요?


산크레드

그건 내가 할 소리지.
지하수로에서 싸우다 갑자기 빛에 휩싸였는데,
정신이 들어 보니 생전 처음 보는 곳에 와있잖아.
한참 지나서야 겨우 이해했어.
에인션트 텔레포로 전송된 거라고.
……구해줘서 고마워, 야슈톨라.


야슈톨라

산크레드…….


산크레드

그때부터 살아남으려고 별짓을 다 했지.
알몸으로 눈을 떴으니 오죽하겠어?
흑요석을 갈아서 칼 대신 쓰고
마물을 잡아 고기랑 가죽을 얻는, 생존을 위한 나날이었어.
사람이 사는 곳을 찾아 떠돌다가 우연히 발견한 게
'바스의 토굴집'의 그나스족이었지.

 

 

알피노

그랬군…….
이야기꾼이 말한 '짐승 가죽을 두른 남자'란
역시 자네를 가리키는 거였어.


산크레드

그땐 정말 끔찍한 몰골이었지. 그나스족과 거래해서
겨우 '인간의 옷'을 구할 수 있었어.
그러던 중 그나스족이 자기들 야만신 얘기를 하는데,
그 신을 사냥한 인간 용사가 있다잖아.


야슈톨라

야만신을 쫓다 보면 언젠가 '새벽' 사람들을 만날 거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나스의 토굴집을 정탐했군요?


산크레드

정답이야.
아까 같은 녀석들이 나타날 줄은 몰랐지만.


알피노

어둠의 전사라고 하던데……
빛의 전사에 대한 조롱의 뜻인가……?


쿠루루

아주 조금이지만, 그들의 과거가 보였는데
검은 옷을 입은 자들과 싸우고 있었어.
상대는 아마…… 아씨엔일 거야.


알피노

과거에 아씨엔과 싸운 적이 있고
무신 '라바나'를 압도하는 자들이라……
그들도 마찬가지로 '초월하는 힘'을 가진 건가?

 

쿠루루

'어둠의 전사'들이 '초월하는 힘'을 가졌다면
우리 과거를 엿봤을 수도 있어…….
솔직히 별로 기분이 좋진 않네.


야슈톨라

이야기를 들어보니, 목격자가 말한 '굉장히 강한 휴런족'은
산크레드를 가리키는 게 아닌 것 같네요.
아마 '어둠의 전사'를 자처하던 자들이겠죠.


산크레드

내가 지맥에서 빠져나온 곳은 영봉 북쪽이었어.
거기서 서쪽으로 돌아 남하해서 여기까지 왔지.
왼쪽 눈은 그때 이렇게 됐고…….

 

 

다가오는 어둠

더보기

 

알피노

리오넬이 그렇듯이
'새벽의 혈맹'에 도움을 주고 있는 모험가 중에는
'초월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몇 명 있어.
그들이 있기에 '새벽'은 야만신을 토벌할 수 있었지.
하지만, 저 어둠의 전사들은…….


야슈톨라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자들이었어요.
나중에 타타루가 자료를 찾아 확인해주겠지만
아마 우리가 영입에 실패한 인재도 아닐 거예요.
우리 현자들은 각국과 연락하는 역할 말고도
특별한 능력자를 찾아 조직에 끌어들이는 일도 하니까요.
당신이 산크레드에게 제의받은 것처럼요.


산크레드

직접 부딪쳐보고 느낀 건데, 놈은 꽤나 노련했어.
지금까지 상당한 수의 전투를 겪어왔겠지.
아마 야만신과 싸우는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닐 거야.


야슈톨라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우리 현자와 타타루가 놓쳤을 리 없죠…….


알피노

뭔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 같지만
지금은 정보가 너무 부족하군…….
좋아, 일단 '부정한 삼탑'에 들러서
'비도프니르'에게 무신이 토벌되었다고 알리세.
그나스족의 동향을 염려하고 있었으니 말이야.


쿠루루

그럼 난 여기서부터 따로 움직일게.
이 일대는 그나스족이 주고받는 '의지의 속삭임'이 너무 많아서
'언어의 벽을 초월하는 힘'이 강한 나는 좀 힘들거든…….
난 마토야 님의 거처에 가서
민필리아를 수색하기 위한 조사를 하겠어.


산크레드

이봐, 그게 무슨 소리야……?
민필리아가 실종되기라도 했단 말이야!?


알피노

산크레드…….
자네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가면서 자세히 설명하겠네…….


 

비도프니르

흐음, 작은 자가 왔군…….
루키아라는 기사는 이미 여길 떠났다만.
너희는 그자와 함께 행동하던 것이 아니더냐……?

 

 

알피노

아니요, 그 사람을 찾으러 온 건 아닙니다.
그나스족이 소환한 무신 '라바나'가
인간의 손으로 토벌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비도프니르

호오…… 신을 또 사냥했단 말이냐…….
너희는 참으로 용맹한 자들이로구나.


알피노

그게…… 무신이 토벌된 것은 맞지만
리오넬이 쓰러뜨린 것은 아닙니다.
신을 사냥한 건 저희도 모르는 자들이었습니다.


비도프니르

흐음…… 너희 말고도 그런 자가 있다니…….
하지만 그로써 성가신 그나스족 놈들이
얌전해졌으면 잘된 일이 아니겠느냐.
그래, 마침 여기까지 온 김에……
너희가 내 말을 전해다오.


알피노

어떤 말씀입니까?

 

비도프니르

내 아버지이신 성룡 '흐레스벨그'에게
성도에 초대받은 일을 말씀드리고, 어찌할지 여쭈었느니라.
그 대답을 이슈가르드 백성에게 전해주었으면 한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찍이 시바가 꿈꾸었던 화합은 인간 왕의 배신으로 깨어졌으나
그로부터 천 년 후에 시바를 꿈꾸는 자가 나타났다.
그자는 선을 이루고자 죄를 범했으며,
죄를 깨닫고서 선을 행하려 했다.
전쟁의 어둠을 걷고자 싸웠고, 목숨 바쳐 빛이 되었노라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
빛과 어둠의 경계는 모호하나, 어느 쪽으로든 날아오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다고도 말씀하셨지.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선택을 맡기셨다.
네 눈에 빛이 보이는 하늘로 날아가라고…….
하여 나는 선택했다. 동쪽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기로.


알피노

그럼……!


비도프니르

이슈가르드 백성에게 전해라.
하얀 날개의 비도프니르가 성도를 찾을 것이라고.


알피노

알겠습니다, 비도프니르.
당신의 말씀을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아아…… 이젤…….
그대의 뜻은…… 헛되지 않았네…….

 

 

비도프니르

돌이켜보면, 이젤을 벗으로 인정했던 그 순간부터
대화는 이미 시작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빛의 전사 일행이 반가운 동료와 재회했을 무렵
성도에서는 한 사건이 파문을 일으켰다
신전기사단 총장 아이메리크 경이 괴한에게 습격당한 것이다

 

 

 

 

신성한 교황청 앞에서 벌어진 유혈사태에 사람들은 동요했다
작은 불씨가 거대한 불길이 되어 번지고 있다는 것을
많은 백성이 실감하게 된 것이다

 


 

야슈톨라

산크레드에게는 그간 있었던 일을 대강 설명했어요.
이슈가르드의 정세에 대해서도 이해는 했을 거예요.


산크레드

드래곤족과도 안면을 트다니…….
내가 없는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나 보네.
어휴, 상황을 정리하는 것만도 벅차군.


알피노

비도프니르의 말을 전하러
어서 신전기사단 본부로 가보세.
……산크레드, 왜 그러나?


산크레드

아, 이제야 상황 파악이 끝났거든.
이슈가르드에 대해서, 드래곤족에 대해서.
그리고 민필리아에 대한 것까지…….
……걱정거리는 많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건 알았어.


야슈톨라

산크레드, 당신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지금은 눈앞의 임무에 집중할 때예요.
민필리아를 구하는 건
쿠루루 씨라는 유능한 분이 도와주고 있어요.
이다와 파파리모도 분명 무사할 거라고 믿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새벽' 사람들이 모두 돌아왔을 때
더 나아진 에오르제아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어요.


산크레드

그래, 나도 알아.
이렇게 합류했으니, 나만 믿으라고.
밝은 미래를 위해 맡은 바를 다할 테니까.
알피노 님, 야슈톨라.
그리고 리오넬.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알피노

고맙네, 산크레드……!
그럼 '신전기사단 본부'로 가세.
먼저 '루키아' 공에게 보고를 해야 하니까.


 

 

힐다

좀 난감한 일이 생겼어.
그 일로 루키아랑 의논하던 참이야.

 

루키아

리오넬 공…….
'새벽' 여러분도 왔군. 마침 잘됐다.


알피노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루키아 공.
하얀 날개의 비도프니르가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성도에 초대하겠다는 제의를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루키아

뭐라고? 그게 사실이냐……!
그런데 하필 이런 상황에서…….

 

 

알피노

이런 상황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힐다

아이메리크가 괴한에게 습격당했어.
단검에 찔려 부상을 당했지.


알피노

뭐라고요!?


루키아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마침 같이 계시던 포르탕 백작님과 아르투아렐 경이
신속히 응급처치를 해주신 덕분이야.


힐다

아이메리크를 덮친 범인도 두 분이 잡아주셨어.
문제는, 이번 암살 미수 사건을 기다리기나 한 듯
이슈가르드 분위기가 갑자기 뒤숭숭해진 거야.
성도 각지에서 잇따라 '방화 사건'이 발생했어…….
특히 구름안개 거리는 대처가 늦어서 큰 피해를 당했고.
우리 자경단이 있으면서도 끝내 막아내지 못했지.


루키아

그래서 힐다를 불러
이 연속 방화사건을 수사할 방도를 논의하던 참이다.
그대들도 협조해줄 수 있겠나?
감사한다…….
그럼 즉시 수사를 시작하자.

 

알피노

많은 이들이 목숨 바쳐 쟁취한 변혁을
도로 무너뜨리게 할 순 없지…… 안 그런가?


야슈톨라

교황이라는 절대적인 통치자가 사라진 부작용이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했네요.


산크레드

역사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백성을 위해 온 힘을 바쳐 활동하라.
이게 바로 루이수아 님께서 남기신 뜻이야.


힐다

구름안개 거리는 튼튼한 건물이 늘어선 상층과는 달라.
목재를 많이 사용한 작은 집들이 빽빽이 들어서서
화재에 약할 수밖에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