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cript 2020. 12. 1. 23:12

시르쿠스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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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브루스

아, 자네인가……. 
크리스탈 타워 조사 상황을 확인하러 왔는가? 
그렇군……. 
안타깝지만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은 아직 없네. 
헛걸음하게 해서 미안하군. 
지난번에 제압한 '고대인의 미궁' 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네만, 그 너머…… 
'시르쿠스 탑'에 침입할 방법을 도저히 못 찾겠네. 


그라하 티아

기억나? 크리스탈 타워 앞에 
침입자를 섬멸하는 '여덟 검사의 앞뜰'이 있었잖아? 
구조는 다르지만 시르쿠스 탑 입구도 
그런 방어 체계가 단단히 지키고 있거든. 
이것들이 얼마나 성가신지 몰라! 
나랑 시드가 이것저것 시험해보고는 있지만 
도저히 답이 안 나와. 


람브루스

……어떻게든 해주십시오, 제발. 
아무튼, 이런 상황이라네…… 돌파구가 전혀 보이질 않아. 
어쩔 수 없으니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고대 기록을 샅샅이 뒤지는 수밖에 없겠네……. 


???

그렇군. 그럼 그 방어 체계…… 
우리가 좀 봐도 될까? 


그라하 티아

……뭐야? 


???

그렇게 노려볼 것 없어, 현자님. 
우리는 당신들…… 노아 편이거든. 
우네

나는 우네, 옆에 있는 음침한 녀석은 도가. 
우리는 고대 알라그 문명을 연구하고 있어. 
발데시온 위원회의 명에 따라 조사를 도우러 온 거야. 


람브루스

우네와 도가……? 
요즘 세상엔 보기 드문 고풍스러운 이름이군. 
하지만 이상한데. 
그런 이름은 들은 적이 없는 데다 
본부가 사라진 일 때문에 그럴 경황이 없을 텐데? 


도가

…………그러면 연락이 엇갈렸다는 거겠지. 
너희는 우릴 믿어야만 해. 


람브루스

그라하 티아? 
왜 그러십니까? 


그라하 티아

……눈이…… 조금…………. 
아니, 괜찮아…… 별 이상은 없어. 


우네

……놀라워라. 
자세히 보니 오른쪽 눈이 우리랑 같네? 


그라하 티아

같아……?

너희도 '홍혈의 마안'을 가졌다는 말이야!? 
이 눈에 대해 아는 게 있으면 가르쳐줘! 
피처럼 붉은 이 마안은 이미 멸망한 알라그인의 특징…… 
하지만 나는 이 눈을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았어. 
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 
그런데 같은 형제라도 마안이 나타나는 건 딱 한 사람뿐이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싶어……! 


도가

……미안하지만 그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눈과 알라그 사이에는 
깊은 인연이 있다는 사실뿐. 
네가 그 인연에 이끌려 여기에 왔듯이, 
우리도 사명을 다하기 위해 왔다……. 
그러니 우리를 믿어주지 않겠는가? 


그라하 티아

……미심쩍긴 해도 조사에 끼워주자. 
돌려보낸다고 해서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람브루스

흠……. 
당신이 그렇게 결정한다면 반대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자네들의 신원은 
나중에 위원회를 통해 확인하겠네. 
그래도 괜찮겠지? 
좋아. 우네와 도가를 노아의 고문으로서 맞이하겠다. 
그럼 두 사람에게 방어 체계를 보여주고 의견을 듣지. 


도가

믿어주어 고맙네…….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람브루스

뮈스카델, 자네도 저들과 함께 
시르쿠스 탑 입구로 가주지 않겠나. 
방어 체계에 대해선 현지에 있는 시드에게 물어보게. 
여덟 검사의 앞뜰에서 조사하고 있는 '빅스' 일행한테 
말을 걸면 시르쿠스 탑으로 안내해 줄 걸세. 
……잘 부탁한다. 


그라하 티아

나도 갈래! 
너희와 함께하면 역사가 움직이는 현장을 
볼 수 있을 것 같거든!


웨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르쿠스 탑 입구를 열고 말 것임다. 
그걸 위해 방어 체계의 원리에 대해 조사하고 있슴다!

 

빅스

앗, 뮈스카델이잖아! 
오늘은 무슨 일이야? 
시르쿠스 탑 조사라면 좀 더 기다려줘야 할 것 같은데. 
……오오, 발데시온 위원회에서 새로운 동료들이 왔다고? 
그것참 감사한 일이군. 
이 일 때문에 대장님도 머리를 싸매고 낑낑대고 있거든. 
시르쿠스 탑 입구는 고대인의 미궁 앞에 있어. 
입구까지 데려다줄게. 


시드

누군가 했더니 자네들이군. 
……모르는 얼굴이 둘이나 있네? 


그라하 티아

아주 반가운 손님들이야, 시드. 
발데시온 위원회가 보낸 전문가라는군. 
우네와 도가라고 해. 


도가

방어 체계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는 말을 들었지. 
앞으로 잘 부탁하네. 


시드

그래, 잘 부탁한다. 
……대단하군. 옷까지 알라그 풍으로 입다니. 
역시 전문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단 건가. 
이 앞이 크리스탈 타워의 중심…… 
'시르쿠스 탑'이라 불리는 구획이다. 
하지만 보다시피 유일한 입구가 거대한 문으로 막혀 있지. 
이 문이 바로 우리를 괴롭히는 방어 체계야. 
이 문은 여덟 검사의 앞뜰과 달리 공격해 오진 않아. 
하지만 어떻게 열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 데다 
무슨 짓을 해도 꿈쩍하지 않더군. 
말하자면 '열리지 않는 문'……. 
단순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어 체계라고 할 수 있지. 


그라하 티아

그나마 단서가 될 법한 건 문 가운데 그려진 문양 정도? 
아마도 남녀 한 쌍…… 
게다가 신분도 제법 높아 보여. 
……그 이상은 아무것도 모르겠어. 
이 문양에 의미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시드

거참, 안 열린다니까. 괜한 고생하지 마. 
사람 힘으로는 꿈쩍도 안 한다고. 


우네

물론 잘 알고 있어. 
내가 설마 이런 가냘픈 팔로 
문을 열려고 하겠어? 


도가

그래, 우리가 여는 게 아니다. 
…………문이 알아서 열리는 거지. 


그라하 티아

마…… 말도 안 돼……! 
문이 열렸어……!

 

시드

다가가기만 했는데 문이 열리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너희들…… 평범한 학자가 아니군……. 


???

"빛을 엮고 하늘을 뚫는 탑이 
 황금의 문 앞에 침묵하리……" 
"이는 뚜렷한 단절의 벽 
 고아한 시조의 피만이 하늘로 통하는 길을 열리라" 
……기록대로군. 
네로

안녕, 오합지졸 조사단. 
제법 희귀한 '장난감'을 손에 넣은 모양이네? 


시드

너, 너는…… 네로……!? 
역시 살아있었군……! 


네로

이봐 이봐, 갈론드……. 
옛 동급생이 살아 돌아왔는데 
좀 기뻐하면 어디가 덧나나? 
그렇게 경계할 것 없어. 지금 난 가여운 패잔병이거든. 
순순히 본국에 돌아가 처형당하려니 심사가 뒤틀려서 
방랑을 즐기고 있을 뿐이야. 
그러다 너희들 소문을 들었지. 
재미있어 보이잖아? 나도 좀 끼워달라고.


시드

…………그걸 믿으라는 건가? 


네로

흠. 내 사정이야 아무려면 어때. 
지금 중요한 건 저 녀석들의 정체지……. 
어느 정도 짐작은 가지만 말이야. 


네로

너희도 알다시피 크리스탈 타워는 
알라그 제국에 번영을 안겨준 중요한 시설. 
중심부에는 황족과 일부 중진만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하지. 
또 내가 찾아낸 기록에 따르면, 
'고아한 시조의 피'만 문을 열 수 있다는군. 
즉 열쇠는…… 황제의 혈족. 


그라하 티아

뭐? 그럼 이 녀석들이 황제의 자손이라는 거야!? 
제정신이야? 몇천 년이 지났는지 알기나 해? 


네로

자손이라…… 
그렇게 훈훈한 관계는 아니겠지. 안 그래? 
굳이 말하자면 모조품……. 
고대 알라그 문명이 자랑한 마과학의 위대한 산물인 
'살아있는 열쇠'다. 
너희의 정체는 크리스탈 타워에 보관되어 있던 
인조 생명체…… '클론'. 


도가

……부정하려야 할 수 없을 만큼 자세히 알고 있군. 
미안하다. 숨길 생각은 없었다. 
이 문을 열기 전엔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우네

일단 밖으로 나갈까? 
당신들한테 할 말이 있거든. 


그라하 티아

……알았어.

 

시드

야, 정말로 따라오려고……? 


네로

나도 끼워달라고 했잖아. 
왜? 사이좋게 지내고 싶으면 
선물이라도 싸들고 오라 이거야? 
방금 이야기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 알라그 석판이다. 
제국군 제XIV군단이 애지중지 모시고 있던 놈이지. 
이걸 줄게. 
그러니 잘 좀 봐달라고, 갈론드…… 
아니지, 시드.

 

웨지

크, 클론? 우와, 대단함다! 
만약 빅스의 클론이 잔뜩 존재한다면…… 
악, 끔찍함다! 생각만으로 숨이 턱턱 막힘다! 


빅스

대장님이랑 네로는 마도원 시절부터 아는 사이였대. 
마도원은 갈레말 제국 수도에 있는 
정예 양성기관이야. 
아무리 봐도 단순한 동창으로는 안 보여. 
뭔가 인연이 깊은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시드

네로 저 녀석,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자네도 놈에게서 눈을 떼지 말아주게. 


네로

난 없는 사람이라 치고 계속해. 
과거는 잊고 사이좋게 지내자고. 


그라하 티아

일단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나 보자. 
어떻게 할지는 그 후에 정하겠어. 


우네

우리를 의심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지금부터 하는 말은 믿어줬으면 좋겠어. 
……우린 줄곧 이날만을 기다렸으니까.


도가

…………전부 모인 모양이군. 
그럼, 약속한 대로 진실에 대해 말하겠다. 
너희가 하고 있는 조사에도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이야기다. 
람브루스도 부르는 게 좋겠군……. 
먼저 무례를 용서해주게. 
거짓말을 한 건 사실이니까 말이야. 미안하다. 
우리는 발데시온 위원회가 보낸 학자가 아니다. 
추측하는 대로 알라그 제국 시대에 만들어진 인조 생명체…… 
'클론'이다. 


람브루스

인조 생명체…… 클론……. 
……듣고도 믿기질 않는군. 
애초에 무엇을 위해 클론 같은 걸 만든 거지? 
자네들의 목적은 뭔가? 


도가

순서대로 설명하겠다.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알라그 제국의 진정한 역사부터 설명해야 하니까. 


우네

알라그 제국이 가장 번창했던 건 
우리가 태어난 시대보다 훨씬 오래전……. 
그 무렵에는 크리스탈 타워도 열려 있었지. 
크리스탈 타워가 생성하는 무한한 에너지로 인해 
제국은 메마를 날이 없었어. 


도가

하지만 풍족한 생활이 계속되자 백성은 차츰 문란해져 갔다. 
게다가 황족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지. 
백성들이 활력을 잃고 그를 다스리는 황족의 피마저 묽어지면 
그 나라는 몰락을 피할 수 없다……. 
무서울 것이 없던 알라그 제국도 그 순리에는 거역하지 못했지. 


우네

……그때 제국을 되살리겠다며 나선 것이 
희대의 과학자 '아몬'이었다. 
기울어가는 나라에는 걸출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한 아몬은 마과학으로 
제국을 세운 황제를 되살리려 했지. 


그라하 티아

제국을 세운 황제……? 
설마 전설의 시황제 '잔데'를……! 


우네

그래. 그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 
잔데의 직계 자손인 '우네'와 '도가'의 클론…… 
바로 우리들이야. 


람브루스

그야말로 문명을 뛰어넘은 기술이군……. 
실제로 알라그 역사에는 잔데라는 황제가 두 번 등장하지. 
지금까진 다른 황제가 이름만 계승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잔데 본인이 황제 자리에 다시 앉았다는 말인가? 


우네

그래, 잔데가 부활했지. 
생명이라는 절대적인 이치를 거스르며 말이야. 


도가

순식간에 제국을 바로잡은 잔데는 
못다 한 야망…… 세계통일을 이루고자 했다. 
하지만 통일전쟁에는 막대한 힘이 필요하지. 
크리스탈 타워는 잔데의 손에 의해 폐쇄되었고, 
그 에너지 대부분이 끔찍한 '어둠의 힘' 연구에 쓰였다…….

 

시드

그래, 알라그 제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겠어. 
저 문을 연 자네들이 한 이야기이니 의심할 여지도 없고. 
하지만 지금 상황과 무슨 관계가 있지? 
우리가 궁금한 건 고대의 산물인 자네들과 
크리스탈 타워가 현대에 나타난 이유다. 


도가

……잔데의 야망은 역사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잔데는 지금도 살아있다는 말이다. 
저 시르쿠스 탑 안에……. 
'어둠의 힘'을 제어하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잔데는 위성 '달라가브'를 쏘아 올려 
크리스탈 타워에 태양의 힘을 모으려고 했다……. 
하지만 작은 오차가 참사를 일으키는 법. 
넘치는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지반이 붕괴하고 말았지. 
그로 인해 상상을 초월하는 대지진이 일어났다……. 
후세에는 '제4재해'로 알려진 그 대지진으로 인해 
알라그 제국은 멸망한 것이다. 
그러나 제4재해 당시…… 
잔데의 심복이 되었던 마과학자 아몬이 
땅속으로 가라앉던 크리스탈 타워의 시간을 멈췄다. 
그 안에 있던 잔데와 함께 크리스탈 타워는 잠이 들었지. 
언젠가 다시 깨어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우네

시간이 흘러 당신들이 사는 이 시대가 되었고, 
달라가브의 가동에 반응하여 눈을 뜬 크리스탈 타워는 
제7재해를 거쳐 또다시 바깥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어. 
……그건 즉 잔데가 다시 눈을 떴다는 뜻이기도 해. 
힘에 눈이 먼 잔데는 '어둠의 힘'에 너무 빠져들고 말았어. 
이젠 지켜야 할 백성도 영토도 없지만…… 
그는 반드시 자신의 야망, 세계통일을 이루고자 할 거야. 
우리는 그런 잔데를 막고 싶어. 
그게 바로 진짜 우네와 도가가 우리에게 맡긴 사명이야. 
그들은 잔데의 악행으로 인해 세상이 파멸할 것을 우려했어. 
그래서 그와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클론에 불과한 우리에게 마음을 주었지. 


도가

하지만 이 사명은 우리 둘만의 힘으로는 이뤄 낼 수 없다. 
그래서 크리스탈 타워와 함께 깨어난 우리는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고대인의 미궁을 뛰어넘어 
잔데의 어둠을 거둬낼 '빛의 전사'가 나타나기만을……! 


시드

……우리를 쭉 지켜봤다는 뜻이군. 
위원회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어. 
자…… 그럼 어떻게 할까, 뮈스카델? 
지금 우리가 잔데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조사고 뭐고 세계가 멸망할 위기라는데? 


도가

우리를 도와줄 텐가? 
고맙네……. 
함께 알라그의 어두운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

 
람브루스

우리는 계속 크리스탈 타워를 조사해 왔네. 
그리고 지금, 그 위험성이 확실히 밝혀졌지. 
시드는 물론 우리 성 코이나크 재단도 
유적이 비극을 일으키는 걸 원치 않아.

따라서 노아의 임무를 조사에서 '봉인'으로 변경하겠네. 
지금부터 크리스탈 타워의 중심, 
'시르쿠스 탑'으로 돌입해 봉인을 시도한다! 
선봉은 뮈스카델이 이끄는 모험가 부대다. 
방어 체계와 시황제 잔데를 처리하고, 
탑 안에 있는 위협요소들을 제거해 주게나. 
다른 대원들은 모험가 부대가 임무를 마칠 때까지 대기하며 
크리스탈 타워 봉인을 준비해주게! 


그라하 티아

저기 있잖아……. 
내 눈이 너희 눈과 같다면, 
나도 클론일까……? 


도가

네 눈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 했지? 
……우리 인조 생명체는 자손을 남길 수 없다. 
그러니 클론의 혈족이라는 설은 말도 안 된다. 
너는 그 눈을 '홍혈의 마안'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지만 
우리는 '황족의 마안'이라고 부른다. 
알라그인 중에서도 황족에 가까운 자만이 가진 특징이지. 
그런 눈이 부자연스럽게 계승됐다면 
거기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의미가 밝혀지면 네 운명도 알 수 있겠지.

 

우네

역사서에 이름조차 남지 않았지만 
우리의 원본인 알라그 황족…… 
진짜 우네와 도가는 무척 총명한 분들이었어. 
부활한 잔데에게 왕좌를 넘기면서도 
'어둠의 힘'으로 번영해 가는 제국의 미래를 염려해 
우리들에게 지혜와 마음을 나눠주셨지. 
그분들이라면 어쩌면…… 
수천 년 후에 당신과 같은 '빛의 전사'가 나타날 것을 
예견하고 계셨을지도 몰라. 


도가

시르쿠스 탑 안에는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한 클론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아가 없는 꼭두각시에 불과하지. 
'크리스탈 타워를 지켜라'라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침입자인 너희를 공격할 것이다. 
솔직히 '같은 모습'을 한 자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지만…… 
절대 봐주는 일 없도록.

 

그라하 티아

응? 괜찮냐니? 
……아, 미안해. 괜한 걱정을 끼친 모양이네.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니까, 신경 끄기로 했어! 
자, 어서 '시르쿠스 탑'으로 들어가자! 
네가 잔데를 해치우면 
우리가 크리스탈 타워를 봉인할게. 
정신 바짝 차려!

내 운명……. 
잘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해. 
네가 이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거야! 


도가

시르쿠스 탑 안에는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한 클론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아가 없는 꼭두각시에 불과하지. 
'크리스탈 타워를 지켜라'라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침입자인 너희를 공격할 것이다. 
솔직히 '같은 모습'을 한 자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지만…… 
절대 봐주는 일 없도록. 


우네

역사서에 이름조차 남지 않았지만 
우리의 원본인 알라그 황족…… 
진짜 우네와 도가는 무척 총명한 분들이었어. 
부활한 잔데에게 왕좌를 넘기면서도 
'어둠의 힘'으로 번영해 가는 제국의 미래를 염려해 
우리들에게 지혜와 마음을 나눠주셨지. 
그분들이라면 어쩌면…… 
수천 년 후에 당신과 같은 '빛의 전사'가 나타날 것을 
예견하고 계셨을지도 몰라.

 

[ 크리스탈 타워: 시르쿠스 탑 공략 개시]

 

하찮은 인간 주제에 여기까지 온 건 칭찬하마.
하지만 늦었다…… 이미 어둠이 찾아오고 있다.
세계를 완전한 어둠으로 뒤덮어주마…….
하하하…… 죽어라!!

 

[ 크리스탈 타워: 시르쿠스 탑 공략 완료]

 

그라하 티아

뮈스카델! 
시황제 잔데를 쓰러뜨렸구나! 
대단해!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야! 


도가

네 말대로다……. 
알라그의 기술력이 없어도 
인간은 여전히 강하군. 
드디어 잔데가 남긴 화근을 없앨 수 있겠어. 
너는 우리가 수천 년 동안 기다려온 영웅이다……! 


시드

그 갑옷은…… 
무슨 짓을 꾸미려고 이제 와서 끄집어내? 


네로

혹시나 해서. 만일에 대비하는 거지. 
너희가 부순 갑옷이라도 맨몸보다는 나으니까. 
……날 그렇게 못 믿겠냐? 시드. 
나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크리스탈 타워나 빨리 봉인하는 게 좋을 텐데? 


우네

그럼, 사명을 완수해볼까. 
……봉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 
크리스탈 타워를 바깥 세계로부터 봉쇄해도 되고, 
동력원을 완전히 차단해도 되지…… 그 방법은 너희에게 맡길게. 
어쨌든 우리 일은 그보다 앞서 해야 하는 거니까. 


그라하 티아

뭐 하는 거야……? 
저 검게 뒤틀린 곳에 뭐가 있는 거지? 


우네

……잔데는 '어둠의 힘'을 원했다고 했잖아? 
'어둠의 힘'이란 이 세계와 인접한 이계…… 
'보이드'에서 흘러나오는 힘이야. 
우리는 그곳을 '어둠의 세계'라고 불렀지. 
잔데가 세계통일을 위해 얻으려고 한 건 
어둠의 세계에 있는 세력…… 즉 요마 군단이었어. 


도가

요마들은 그들의 먹이인 에테르가 풍부한 이 세계를 노리고 있다. 
그걸 이용해 잔데는 그들과 피의 계약을 맺었지. 
잔데가 이곳과 이계를 연결하는 '문'을 열어주는 대신 
황제의 혈통에 복종하고 힘과 번영을 가져다주기로……. 
그 계약은 아직도 유효하다. 
하지만 클론이라고는 하나 황족의 피를 잇는 우리라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 생겨난 세계의 균열을 통해 
어둠의 세계에 우리의 피를 흘려넣는 거지. 
그러면 잔데의 야망을 끝낼 수 있다. 
자, 우네……. 


우네

그래, 도가. 
이제야…… 우리 사명을 다할 날이 왔구나……. 


네로

크크…… 크크크크크………… 
하하하하하하!

그래,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지! 
정말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다고! 
크리스탈 타워 상부에서 관측된 반응은 
'알테마 웨폰' 이상이었어. 
그래, 내 목적은 시황제 따위가 아니다! 


시드

뭐야……?! 
???

고대의 계약…… 파기하게 두지 않겠다……. 


잔데

메라시디아를 평정한 우리 군에게 패배란 없다……. 
'어둠의 힘'까지 더해지면 통일은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얻을수록 죽음의 기억이 스쳐 간다……. 
그 옛날 나를 찾아온 죽음은 아무것도 없는 무였다. 
몇 번을 되살아난들 결국에는 죽음에 이를 뿐. 
'생명'이라는 족쇄에서는 도망칠 수 없는 운명인가……. 
만들어진 생명…… 의지 없는 혼이여……. 
네놈들이 알겠는가. 
내 분노를, 권태를…… 끝없는 공포를. 
결국 무로 돌아갈 생명에게 부와 명예가 무슨 소용인가.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무로 돌아가게 하리라…… 
오로지 그것만을 통일이라 부를 수 있으리니. 
……힘을 모아 새로운 문을 열 것이다. 
그리하면 '어둠의 구름'이 이 세상을 덮으리라. 
구름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삼키리라. 
희망 한 점 남기지 않고 세계를 태초의 무로 되돌릴지어다. 
내 생명과…… 마찬가지로………….


그라하 티아

왜 그래, 너답지 않게! 
젠장, 끝이 없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큭!? 가, 갑자기……! 
또…… 눈이…………! 


시드

이봐, 네로! 
이것도 네 예상대론가!? 


네로

설마! 
고작 클론이랑 놀자고 
너희랑 친구 놀음을 했겠어? 
……무언가가 이 녀석들을 조종하고 있어. 
이건 요마 짓이다…… 그것도 최고위급……. 
역시 그 반응의 정체는……! 


우네

아아, 도가! 


네로

젠장……! 
저 녀석들을 빼앗기면 '어둠의 힘'을 다스릴 수 없어! 
잔데가 계약을 맺은 궁극의 힘…… 
그건 내 거야! 


시드

네로!!

 

???

모든 것을 어둠으로 감싸고…… 
마지막엔 빛도 어둠도 무로 돌아가게 하리라……. 
어둠의 구름

나는 어둠의 구름……. 
계약은 언젠가 반드시 완수하리니……. 


시드

젠장, 네로 녀석까지……. 
안 돼…… 문이 닫혀 버렸어. 
이래선 쫓아가려야 쫓아갈 수도 없겠군……. 
일단 조사지로 돌아가 람브루스에게 협력을 요청하자.

 

그라하 티아

…………미안. 마치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아.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람브루스

아니…… 
시르쿠스 탑에서 그런 일이……. 
……하지만 이제야 알겠군. 
왕좌 앞에 나타난 건 아마도 
이 세계와 이계를 연결하는 문인 '보이드의 문'일걸세. 
지위가 높은 요마일수록 
이쪽 세계에 불러들이려면 
커다란 보이드의 문이 필요하다고 하지……. 
잔데는 크리스탈 타워가 만들어내는 힘을 이용해 
거대한 보이드의 문을 열려고 한 거겠지. 
……그 '어둠의 구름'이라는 요마를 불러들이기 위해. 
다행히 이번에는 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것 같다만…… 
어둠의 구름이라…… 얼마나 대단한 요마이기에……. 


시드

어떤 적이든 간에 녀석들을 그대로 둘 순 없어. 
어떻게 구할 방법이 없겠나!? 


람브루스

안타깝지만…… 
이계 보이드에는 들어갈 방도가 없네. 
요마 소환이라면 전례가 있으나 
그 반대는 성공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 
끌려간 세 사람이 살아있는지조차……. 


시드

젠장……. 
포기할 수밖에 없나……? 


그라하 티아

……난 우네와 도가를 구하고 싶어. 
나랑 같은 눈을 가져서가 아니라 
녀석들이 수천 년 전부터 소중히 지켜온 사명을 
이루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이대로 가만히 있어선 안 돼.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계약을 파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어둠의 구름이 이 세계에 나타나겠지……. 
온 세상을 어둠이 덮기…… 전에…… 멈춰야 해……. 


람브루스

……그라하 티아. 
도가 일행을 만나고서 상태가 이상해졌습니다. 
그 눈, 역시 뭔가 있는 거죠……? 


그라하 티아

나도 몰라. 
……그냥, 왠지……

뭔가를 떠올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눈의 비밀은 알라그에 있으니, 역사에서 눈을 떼지 말거라…… 
아버지께서 남기신 말이야. 
하지만 아직은……. 


시드

나도 부탁한다. 
녀석들을 데리고 돌아올 방법을 찾아주지 않겠나? 
우네와 도가는 물론…… 
내 옛 친구는 내버려 두면 고약한 짓을 저지르고 다니거든. 
내가 감시해야 할 필요가 있어. 


람브루스

함께한 시간은 짧지만 
그들은 우리의 훌륭한 동료였네. 
나도 잃고 싶지 않아……. 
……좋아. 
전문가를 찾아서 어떻게든 길을 만들어 보세. 
하지만 상대는 어둠의 세계…….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르네. 
뮈스카델, 도와줘서 고맙네. 
자네는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어. 
방법을 찾으면 또 부탁할 일이 생길 테니 말이야. 


시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데리고 오자!

 

그라하 티아

이 기분 나쁜 마안 때문에 
어릴 적에는…… 뭐, 좋은 추억이라곤 없지. 
이 눈의 비밀을 알기 위해 알라그 조사에 참가한 거야. 
비밀을 알고 나서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크리스탈 타워의 핵심으로 다가갈수록 
뭔가를 떠올려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시드

크리스탈 타워가 다시 가동된 이상,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태양의 힘을 모으고 있을 거야. 
'어둠의 세계'와 이어진 문을 열기 위해……. 
네로는 그 조짐을 미리 감지하고 
시르쿠스 탑에 침입하기 위해 우리에게 접근했지. 
……내 옛 친구는 여전히 쓰레기 같은 짓만 하는군. 


웨지

잔데가 이대로 순순히 사라졌을 것 같지 않슴다. 
아마 쓰러지기 전에…… 어쩌면 우리가 정상에 들어오기 전에 
문을 열었던 걸지도 모름다. 
그래서 우네와 도가가 이계로 끌려들어 갔고 
'어둠의 힘'과의 계약을 끊지 못했슴다. 
시황제의 집념…… 무시무시함다. 


빅스

이계로 이어진 '보이드의 문'이라……. 
그렇다면 이건 우리보다는 주술사의 영역이군. 
하지만 크리스탈 타워의 구조를 이용한 거라면 
우리 기술자도 도움이 될 거야. 
우리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