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요정의 도시
요정의 터전, 일 메그
산크레드
흐음…….
이럴 때는 무턱대고 걸어다니는 것보다
픽시족이 장난을 그만두게 하는 편이 낫겠어.
방금 그 속삭이는 소리를 들어보니
저들은 우리와 같이 놀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해.
그렇다면 픽시족의 마을까지는 갈 수 있을지도 몰라.
일단 곧장 직진해 보자.
저들이 그런 마음이라면 그들의 마을인……
'리다 란'에 도착할 거다.
……그리고 민필리아에게는
원초세계에 대한 얘기도 포함해 우리 사정을 다 말했어.
그 점은 걱정 말고 같이 가도 돼.
알리제
몇 군데 집이 있는 것 같은데 사람은 살지 않나 봐.
그런 것 치고는 시선이 느껴져…….
정말 이상한 감각이로군.
우린 어느 방향에서 온 거지……?
민필리아
저기…… 이럴 때는 그러니까…….
산크레드
역시 리다 란에는 오게 해 주는군.
하지만 협상을 하고 싶어도 픽시족이 보이지 않으니…….
리오넬, 미안하지만 너도
끝이 소용돌이처럼 말린 풀을 찾아봐 주겠어?
'투경초'라는 풀인데
픽시족을 찾으려면 필요하거든.
분명 이 마을 근처에 있을 테니 주의 깊게 살펴봐 줘.
그리고 도중에 어디선가 누가 말을 걸어도
절대로 대답해서는 안 돼.
저들의 환혹술에 점점 더 걸려들게 되니까.
산크레드
끝이 소용돌이처럼 말린 풀을 찾아다 줘.
도중에 누가 말을 걸어도 절대 대답하면 안 돼.
[투경초로 추정되는 풀을 발견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신난 아이의 목소리
있잖아, 가르쳐 주라!
넌 어디서 왔어?
크리스타리움에서
>…………
어머머, 못 들었나?
내 말 안 들려? 여긴 어떻게 왔어?
위리앙제를 만나려고
저리 가!
>…………
우웅~ 진짜로 안 들리나?
쳇…… 재미없어!
하지만 우리 마을에 자라는 풀을 캔 걸 보면
이미 '발을 들였다'는 뜻이겠지……?
후후…… 앞으로 쭉 함께 있자…….
[몸이 점점 무거워진다…….]
산크레드
……미안하다. 고생 많이 했나 보군.
그래도 돌아온 걸 보니……
투경초는 찾았어?
-투경초: 잎이 바퀴 모양처럼 둥글게 생긴 신비한 풀.
그래, 틀림없어……!
이걸로 요정들의 모습이 드러나게 만들면
조금은 협상의 여지가 있을 거다.
그럼 다들 여기로 부른 뒤에 시작하기로 하자.
위리앙제 선생님께 직접 배운 방법이야.
산크레드
"찾았다, 장난은 이제 그만."
슬 윈
에이~ 들켜 버렸잖아!?
요즘 세상에 우릴 찾는 법을 알고 있다니, 신기한 사람이네!
이스 얄라
그런데 있잖아, 이 아이는 전에도 온 적 있지 않아?
혼이 두 개인 아이여서 기억 나!
오울 시군
여기 좀 봐, 쌍둥이도 있어~!
진짜 멋지다!
산크레드
미안하지만, 용건이 있어서 온 거다.
우리는 위리앙제를 만나야 해.
슬 윈
위리앙제!
그 재밌는 사람 말이구나!
우리 "무지개의 나라"에서 살고 싶대서
7일 밤낮을 잠도 안 자고 수수께끼 대결을 했었어!
오울 시군
그때 정말 즐거웠는데~!
산크레드
맞아, 그 위리앙제야.
……이제 알았으면 환혹술을 풀어 줘.
알리제
정말 이래도 문제없는 거야……?
산크레드
어쩔 수 없잖아…….
이곳에서는 저들의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어.
슬 윈
결정했어!
환혹술을 풀어줄 테니까
그 대신에 우리를 도와줘!
우리의 골칫거리를 모두 해결해주면
위리앙제랑 꼭 만나게 해 줄게!
산크레드
귀찮지만……
흩어져서 얼른 끝내 버리자.
이 땅에 있는 이상, 요정의 장난을 피할 수 없어.
위리앙제 집에서 신세지고 있을 때에도
시시한 장난부터 위험한 짓까지 이래저래 당했지.
그 녀석은 그런 곳에서 계속 살고 있다…….
물론 다 생각이 있어서겠지만
솔직히 녀석의 아량은 보통이 아니야…….
알피노
바람에 날려 나무에 걸린 꽃장식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받았네.
이런 때에 나도 높이 '점프'할 수 있다면…….
알리제
나한테는 나뭇결이 없는 나무판을 가져다 달래.
……그런 게 존재하기는 해?
민필리아
앗…… 저기…… 그……
어디에 다녀와달라는 부탁은 괜찮지만
같이 가자고 하면 모쪼록 조심하세요…….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데리고 갈 수도 있다고
전에 위리앙제가 알려줬거든요…….
슬 윈의 부탁
슬 윈
그럼 나도 부탁해도 될까?
여기 리다 란은 우리 픽시족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야.
그래서 늘 가장 예쁜 상태로 유지해야 해.
당신에게 늘봄풀 씨앗을 줄 테니까
리다 란 곳곳에 뿌려 줄래?
잘 부탁해!
리다 란을 예쁘게 만들 수 있도록
늘봄풀 씨앗을 뿌려 줘!
-늘봄풀 씨앗: 늘 봄처럼 싱싱하게 피어 있는 신비한 풀꽃의 씨앗.
쾌활한 픽시족
와아, 어떤 꽃이 싹을 틔울까?
커다란 잎이 나면 커튼으로 쓸 수도 있겠다.
기대되는걸!
흥미진진한 픽시족
어머머?
꽃씨를 뿌리고 있구나?
멋져라, 이 건물도 더 예뻐지겠는걸!
여기에는 원래 푀부트 왕국이라는
커다란 인간의 도시가 있었어.
하지만 죄식자의 습격을 받고 다들 어디론가 가 버렸어!
그래서 우리가 살기로 했지.
이렇게 건물을 예쁘게 장식하고 말이야……!
슬 윈
씨앗을 뿌려 줬구나! 고마워.
역시 잔뜩 꽃이 피어야
우리의 리다 란…… "꽃들의 집"답지!
옛날 옛적에 살던 깊은 숲 속도 아주 예뻤지만
대부분 '빛의 범람'에 삼켜져 버렸어.
그래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인간이 버린 도시를 발견해서
다른 요정과 함께 살기로 한 거야.
지금은 아주 마음에 들어!
당신도 영원한 봄이 계속되는 이 나라에서
앞으로도 쭉 영원히 행복하게 살자, 응……?
당신은 정말 생기가 철철 넘쳐흐르는구나!
할 수만 있다면, 그 에테르를 빨아먹고 싶을 정도야!
이스 얄라의 신음
이스 얄라
으으으으…… 도와줘…….
배가 고파서 어지러워…….
우리는 인간과 달라서
나무 열매가 조금만 있으면 충분해.
그러니까 부탁이야…… 가져다줘……!
리다 란을 나가면 바로 작은 언덕이 있는데
그곳에 커다란 '범종 나무' 2그루가 있어.
그걸 흔들면 범종 열매가 떨어질 거야!
그 언덕 위에 있는 나무를 흔들어서
범종 열매를 가져다줘! 부탁이야!
[열매와 함께 벌레가 떨어졌다!]
으으…… 범종 열매는 구했어?
-범종 열매: 범종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
고마워…… 우………… 우후후, 후후, 우후후후~
아하하하!
벌레가 떨어져서 깜짝 놀랐지?
커다란 나무 열매인 줄 알았어? 후후, 히히히히…….
휴우…… 재미있었다!
기억해 둬, 우린 재미있는 일을 제일 좋아해.
반대로 괴로운 일이나 힘든 일, 재미없는 일은 정말 싫어.
가끔 몰래 들어오는 죄식자도 싫어.
끔찍한 먹보라서 놀이 상대가 안 되거든!
뭐, 인간처럼 굳이 찾아가서 싸우지는 않지만 말이야.
그런 건 '힘들기만' 할 뿐이지 뭐야!
요즘 재미있는 사람이 거의 오지 않아.
다들 당신과 놀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다고!
오울 시군의 일
오울 시군
있잖아, 나도 좀 도와줘!
소중한 '풀인간'에게 물을 줘야 해.
'풀인간'은
거기 있는 잎투성이 아이들을 말하는 거야.
아주 귀엽지?
특별히 위치를 알 수 있게 해 뒀으니까
'거울 호수'에서 물을 떠 와서
풀인간들에게 뿌려 줘.
……아, 물가 쪽은
짓궂은 푸아족의 영역이니까 조심하고.
풀인간도 저마다 개성이 있어.
정말 귀엽지 않니?
-거울 호수 물: 거울 호수에서 채취한 깨끗한 물.
아아, 풀인간에게 물을 줬구나!
정말 고마워!
우후후, 다들 귀엽지?
얘네들은 길을 잃고 일 메그로 들어온 인간들이야.
집으로 돌아가면 서운하니까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어.
……당신도 맨 처음 환혹술에 더 깊이 걸렸다면
귀여운 풀인간이 되었을 텐데.
아쉬워…….
일 메그에 사는 요정들은 모두 인간을 정말 좋아해!
그러니까 너무 어슬렁거리고 있으면
요정들 마음에 쏙 들어서 밖으로 나가지 못할 수도 있어!
진실을 밝히려면
산크레드
그쪽은 상황이 어때?
그래, 몇 가지 부탁을 들어주긴 했다는…… 말이지?
이쪽도 마찬가지야.
정말 골칫거리였는지 의심스럽더군…….
알리제
휴우…… 근데 언제까지 계속 도와줘야 해?
도움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우리를 갖고 노는 것 같은 기분인데.
알피노
픽시족에게 앞으로 얼마나 더 도와야 하는지 물어봤네만
하나같이 '아직 멀었다'는 말만 하더군.
어쩌면 우리를 한동안 놓아 주지 않을 작정일지도 모르네.
민필리아
예전에 위리앙제가 가르쳐 줬는데…….
픽시족은 태어나기 전 또는 어릴 때 세상을 떠난
어린아이의 영혼에서 생겨난다는 설이 있다고 해요.
물론 전생의 기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삶을 누리고 싶었던, 놀고 싶었던 마음이
그 영혼을 붙들고 있어서…….
그래서 마냥 놀고만 싶어 하고
자신의 영토로 불러들인 사람을 몇 년, 몇십 년이나
돌려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알피노
흐음…….
예전에 사령의 정체를 학술적으로 밝히려 했을 때
혼과 관련된, 아주 흡사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네.
혼이란 에테르 속에 있는 핵과 같은 존재.
정령이나 사역마 같은 에테르체와 우리 같은 생물이 다른 점은
그 핵의 유무라고도 하네.
보통은 육체가 죽으면 혼도 에테르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진다네.
하지만 어떤 강한 마음이나 특수한 술법 등에 묶여 있으면
혼만 남는 경우가 있지.
그 혼은 떠돌아다니다가 다시 에테르를 띠게 되거나
갓 태어난 생명 안에 깃드는 사례도 있다더군.
픽시족도 그런 경우일지도 모르겠네.
알리제
그런 논리라면 혼만 제1세계로 와서
이쪽의 에테르를 띠고 있는 우리도
알피노가 제일 싫어하는 사령이나 다름없겠구나.
산크레드
어쨌든 픽시족 말만 믿고 있다가는
영원히 이 상태가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말이군.
그렇다면 다시 협상을 해야 할 텐데…… 흠…….
말이 통하는 픽시 족이 한 명 정도만
우리 편이 되어줘도 얘기하기가 훨씬 쉬울 텐데.
도와줬던 픽시족 중에 혹시 그런 자는 없었나?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데……?
>페오 울……?
짐작 가는 자가 있는 건가?
자세히 얘기해 봐.
그래, 너와 계약을 맺은 픽시족이 있단 말이지?
그렇다면 도움을 요청해볼 수도 있겠군.
그럼, 리오넬.
그 페오 울인가 하는 자를 여기로 불러 주겠나.
[지정 지점에서 대화창의 대화 방식을 '말하기'로 한 다음
키보드 또는 가상 키보드로
"페오"를 불러보세요.]
산크레드
그 페오 울이라는 자를 불러 주겠나.
순순히 와 준다면 고맙겠지만…….
알리제
픽시족과 계약을 맺다니 굉장한데.
알피노
우리도 사령이나 다름없는 존재…… 그래…… 그렇군.
민필리아
저…… 페오 씨가 저희를 도와주시면 좋겠네요.
"페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페오 울
흥이야!
어린나무는 나를 완전히 잊고 있었지?
그렇게 쌀쌀맞게 부르는 것도 날 의지하지 않는다는 증거야!
난 그런 어린나무는 모르지 뭐야!
[지정 지점에서 대화창의 대화 방식을 '말하기'로 한 다음
키보드 또는 가상 키보드로
"페오 도와줘"라고 불러보세요.]
"페오 도와줘"
페오 울
……모, 모른다니까!
방금 그것도 전혀 열의가 느껴지지 않았어!
[지정 지점에서 대화창의 대화 방식을 '말하기'로 한 다음
키보드 또는 가상 키보드로
"귀엽고 아름다운 나의 가지 페오"라고 불러보세요.]
"귀엽고 아름다운 나의 가지 페오"
페오 울
으음…… 으응…… 으으응!
늦어! 늦어도 너무 늦었잖아!
이 땅에 들어왔으니까 금방 나를 부를 줄 알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단 말야!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내 어린나무가 날 안 부르지 뭐야!?
바보, 바보, 바보! 정말 매정한 사람이야~!
알리제
저건…… 또 뭐야…………?
알피노
귀여운 픽시와 계약을 맺었나 보군.
……마치 어릴 적의 너를 보는 것 같은데.
어어, 아, 아니 왜 그래?
페오 울
휴…….
그래도 조금 전에 날 애타게 부르는 소리는
조금, 아니 좀 많이 괜찮았지 뭐야…….
어쩔 수 없으니 너의 아름다운 가지가 힘을 빌려줄게!
슬 윈
어머, 오랜만이야.
"광란의 꽃" 페오 울.
페오 울
어쩜 너희 놀이는
여전히 빙글빙글 빙글빙글…… 맨날 똑같니!
저자는 나와 계약한 인간이야!
아무리 이곳에 붙들어놔도 너희들의 소유가 될 수는 없어!
이스 얄라
뭐어……? 요만큼도 안 돼……?
같이 온 다른 인간은 괜찮지?
페오 울
안 된다면 안 돼!
저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게 내 즐거움이란 말야!
내 말 안 들으면, 저 사람의 가방 안에 있는 걸
이 예쁜 마을에 다 뿌려 버릴 거야!
차갑고 딱딱한 철 조각이라든가!
가방에 넣고 나서 한번도 안 꺼낸 요상~한 물건이라든가!
이곳이 막…… 무지막지 이상하게 변할걸!
오울 시군
알았어…….
그 대신, 위리앙제를 만나러 갈 때
쌍둥이만 여기 두고 가면 안 돼? 우리랑 놀게.
슬 윈
그래, 그렇게 약속해주면 환혹술을 풀어 줄게.
알피노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우린 여기에서 기다릴 테니까
일단 자네들만이라도 위리앙제를 만나러 가게.
이스 얄라
야호~ 약속한 거다?
그럼 너희도 "진실"을 볼 수 있게 해 줄게!
알리제
이것이 진짜 일 메그…….
산크레드
민필리아, 넌 어때?
민필리아
……응, 괜찮아요.
이제 정확히 기억나요.
산크레드
고생시켜서 미안하군.
나도, 민필리아도 이제야 안내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어.
페오 울
후훗, 너의 아름다운 가지는 굉장하지?
또 곤란한 일이 생기면 말만 해!
민필리아
저도 위리앙제를 찾아가는 길이 생각났어요.
페오 씨와 리오넬 씨 덕분이에요.
알피노
우리는 약속대로 여기서 자네들을 기다리겠네.
걱정 말게. 픽시족들과 적당히 놀고 있겠네.
알리제
위리앙제에게 인사 전해 줘.
이렇게 만나기 힘든 곳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당장 합류하라고도 전해 주고.
산크레드
자, 알피노와 알리제가 놀다 지쳐 쓰러지기 전에
우리는 위리앙제를 만나러 가자.
위리앙제가 빌린 집은
과거 한때 푀부트의 특이한 장원 영주가 살던 곳……
통칭 '독학자의 장원'이다.
여기서 북쪽으로 길을 따라서 가면 보일 거다.
어서 출발하자.
민필리아
오랜만에 와 보네요.
위리앙제는 잘 계시겠죠……?
산크레드
시간은 좀 걸렸지만 드디어 도착했군.
여기가 위리앙제가 요정들에게 빌린 집이다.
어쩌다 이런 곳에 살게 됐는지는……
뭐, 오랜만의 재회인 만큼 나중에 본인에게 직접 듣도록 해.
자, 들어가자.
산크레드
위리앙제, 거기 있지?
???
영웅 없는 세계에 그가 왔도다…….
여기로도 곧 찾아올 거라고 수정공에게 연락은 받았지만……
이렇게나 빨리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위리앙제
오랜만에 뵙습니다.
별고 없으신 듯 하니 다행입니다.
산크레드
넌 잠시 자리 좀 피해 줘.
민필리아
하지만…….
산크레드
이 소일에 평소처럼 마력을 채워 줬으면 해.
……그래 줄 수 있지?
위리앙제
다른 '새벽'분들은 이미 만나셨습니까?
그렇군요, 그런 일들이…….
알피노 님과 알리제 님도 이곳에 오셨단 얘기군요.
그나저나 대죄식자, 그리고 율모어와의 전쟁이
그 정도까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니…….
그렇다면 저도 정식으로 말씀드려야겠군요.
이번 일의 시작……
차원의 틈에서 보게 된 제8재해에 대해서.
수정공에게 소환되어 제1세계로 오던 도중……
시간조차 확실치 않은 그 공간에서 저는 미래를 보았습니다.
원초세계에서 발발한 에오르제아 및 동방 연합 연맹과
갈레말 제국의 전쟁…….
제가 본 미래에선 '새벽' 사람들도 빠짐없이 참전하여
에오르제아 진영이 간신히 우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제국은 금지된 계책을 쓰게 되었죠……
독가스 병기 '검은 장미'가 투입된 것입니다.
문제는 그 위력이었습니다.
투입된 '검은 장미'의 위력은
제국의 예상조차도 훌쩍 뛰어넘어……
에오르제아뿐만 아니라 제국령마저 잠식했습니다.
전장에 모여 있던 병사와 맹주들은 물론,
주변 지역에 살고 있던 무고한 주민들까지.
……너무나도 많은 자들이 목숨을 잃었고 세상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게다가 '검은 장미'가 퍼뜨린 죽음은
폭발 지점을 중심으로 세계의 환경을 변화시켰고…….
사람들은 혼란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검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누구의 탓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마른 풀에 불이 옮겨 붙는 것처럼……
전쟁의 불씨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국가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용기와 힘을 가진 자는…………
……당신 역시 죽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죽음의 병기는 당신의 목숨마저 빼앗은 것입니다.
'검은 장미'로 인해, 영원히 전쟁이 끝나지 않는 시대.
……그것이 제가 본 제8재해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그 비극을, 막아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저는 이쪽 세계에서 계속 활동을 해오면서
아주 중대한 진실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대체 왜 '검은 장미'의 힘이 그토록 방대해진 건지……
그 수수께끼가 풀린 것입니다.
……이쪽으로.
자, 무슨 그림인지 아시겠습니까?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속성 관계도……?
뭔가…… 마법의……
맞습니다, 원초세계에서 에테르학과 마법학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6속성 관계도'를 나타낸 그림이지요.
이 그림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6가지 속성 외에 2가지 극성이 있습니다.
활발함을 뜻하는 '별빛 극성'과
진정을 뜻하는 '그림자 극성'이 그것이죠.
그러니 뿌리가 같은 제1세계 또한
당연히 구성 요소가 같을 텐데……
이곳에서는 극성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더군요.
그렇다면 별빛과 그림자에 해당되는 힘을 뭐라고 부르고 있는가……
그것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이었습니다.
활발함과 발전을 관장하는 별빛 극성의 힘……
여러 가지 색을 겹치면 검은색이 되듯이
이곳 사람들은 별빛 극성을 '어둠'이라 부르고 있었습니다.
진정과 정체를 관장하는 그림자 극성의 힘……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은 순백색, 잔잔함과 평온함의 상징.
그림자 극성은 '빛'이라 불리고 있더군요.
산크레드
아씨엔도 자신들의 힘을 '어둠'이라고 했어.
그렇다면 그게 더 오래된 정의,
본래의 명칭일지도 몰라.
위리앙제
그런 전제하에 원초세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되짚어보니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더군요.
원초세계의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던 에테르 고갈 현상은
빛의…… 정체된 힘이 제1세계에서 원초세계로 흘러들어가면서
순환에 이변이 생긴 결과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검은 장미'는 알피노 님의 말씀에 따르면
에테르의 흐름을 강제로 막는 병기라 하셨으니,
그 병기의 사용과 동시에
정체된 힘을 띠고 있는 제1세계가 통합된다면…….
산크레드
상상을 초월할 만한 엄청난 천재지변…… 재해를 일으키겠군.
자, 위리앙제 선생님 덕분에 근거도 생겼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았단 거지.
이곳 일 메그의 대죄식자를 토벌하고,
끔찍한 미래를 막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고.
대죄식자의 위치는 파악됐어?
위리앙제
호수 가운데에 있는 '리예 기아 성'.
대죄식자는 그곳에 유폐되어 있는 듯합니다.
성에 들어가려면 봉인을 걸어놓은 픽시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방법에 대해선 생각해둔 바가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저도 함께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슬픈 광경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산크레드
수정공에게 받은 첫 번째 지령은 클리어했군.
독학자는 묻는다
위리앙제
그런데 리오넬 님,
본론을 말하기 전에 한 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 복장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혹시 점성술사로……?
제법 몸이 가벼워 보이는군
누군지 못 알아봤어
예리하시군요.
밤의 어둠은 사라졌지만 하늘을 뒤덮은 빛 너머에는
지금도 여전히 별들이 빛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날이 불안한 가운데서도
운명을 읽고 개척하기 위해 이 힘을 갈고닦았습니다.
본고장 샬레이안의 이론은 이전에 공부한 적이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점성술사 위리앙제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대죄식자가 있는 리예 기아 성에 들어가려면
픽시족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협력을 얻을 것인가…….
해답은 간단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선물을 하면 되죠.
저는 픽시족이 즐겨 먹는 식재료를 준비하겠습니다.
그중 몇 가지는 산크레드도 조달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리오넬 님은 그들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물건을 부탁드립니다.
이 근처에 알록달록한 날개를 가진 왕잠자리가 있을 테니
많이 다치지 않을 만큼 약화시켜서 이 상자에 넣어 주세요.
산크레드
나한테 무슨 일을 시키려는 건지 모르겠군.
뭐, 픽시족의 장난에 놀아나는 것보다는 낫겠지…….
위리앙제
이 근처에 있는 왕잠자리를 살짝 약하게 만들어서
아까 드린 북해식 비밀상자로 붙잡아 오세요.
그동안 저도 다른 선물을 준비하겠습니다.
-북해식 비밀 상자: 마법 장치가 달린, 세공된 상자. 샬레이안의 정통 공예품인 듯하다.
위리앙제
오, 정말 빠르시군요…….
왕잠자리는 무사히 잡으셨습니까?
-왕잠자리가 든 비밀상자: 왕잠자리가 갇혀 있는, 마법 장치가 달린 세공된 상자.
잘 받았습니다.
당장 이 날개를 말려서 빛바래지 않는 선물을 만들겠습니다.
산크레드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이제 제가 그걸 모아서…… 아, 출발 준비도 필요하겠군요.
그동안 잠시 휴식을 취하시길…….
위리앙제
준비됐습니다…….
픽시족에게 줄 선물은 이걸로 완벽합니다.
아, 그리고…….
백성석…… 아씨엔의 혼을 가두는 도구입니다.
이쪽 세계에서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싸움은 재해를 막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렇다면 아씨엔이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크죠.
그래서 전 환경 에테르가 짙은 이곳에 살면서
백성석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민필리아
이제 들어가도 되나요……?
산크레드
그래…… 너도 끝났어?
민필리아
여기요, 평소처럼…… 했어요.
산크레드
알았어.
……고마워.
……저쪽 세계의 몸에 일어난 이변이
친절하게도 이쪽 세계까지 영향을 주더라고.
무기를 호위에 적합한 건블레이드로 바꾼 것까진 좋은데,
에테르 방출을 못 하니 소일에 마력을 채울 수가 없더군.
그래서 이 녀석이 도와주고 있지.
위리앙제
민필리아, 이 집에는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책을 가져가시려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민필리아
정말요? 그래도 돼요……?
위리앙제
그럼요. 하지만 짐을 너무 늘리지는 마십시오.
제가 산크레드에게 혼날 테니 말입니다.
그녀와 원래의 민필리아에 대해……
다른 분들께 설명은 드렸습니까?
산크레드
그야, 뭐…… 하긴 해야겠지…….
내가 3년 전쯤 율모어에 유폐되어 있던
저 녀석을 데리고 나온 건 알고 있지?
그 직후에…… 딱 한 번, 둘이서 찾아간 적이 있어.
아므 아랭의 남쪽, '빛의 범람'이 멈춘 그 땅을.
그때였어.
저 아이 안에 잠들어 있던, 원래의……
우리가 아는 민필리아의 의식이 바깥으로 나온 거야.
산크레드
가르쳐 줘, 민필리아!
내가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원래의 널 되찾을 수 있지?
빛의 무녀
산크레드…….
지금의 난, 과거 당신 몸에 빙의되었던 아씨엔과 같은 상태예요.
나의 혼을 받아들이기 쉬운 아이의 몸을 빌리고 있을 뿐.
제1세계에서 희망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빛의 가호'라는 힘의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을 뿐이에요.
하지만 그 탓에……
내가 몸을 빌린 소녀들은 진짜 이름으로 불릴 수조차 없어요.
이미 충분히 잔혹해요.
더 이상은…… 이 아이에게서 정신의 주도권까지 빼앗아서는 안 돼요.
산크레드
하지만 너 또한……
혼자서 세계를 건너와 싸웠잖아……!
그런 너를 이렇게 내버려 둘 수 있을 것 같아?
할 수만 있다면 다시 한번 너를 구하고 싶다고……!
빛의 무녀
……만약 이 몸의 주인이
싸움에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한다면.
그때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대신해서
내가 모든 숙명을 받아들이겠어요.
하지만 만약,
이 아이가 직접 운명을 받아들이는 길을 선택하고
험난한 세계를 헤쳐나가기 위한 힘을 원한다면…….
나는 모든 것을 이 아이에게 맡기겠어요.
환생을 위해 남겨 둔 힘까지 모두 이 아이에게 준다면
원래의 '빛의 무녀'와 비슷해질 수 있을 거예요.
산크레드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프라민 씨도 널 기다리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넌 사라져서는 안 돼!
빛의 무녀
고마워요…….
하지만 이건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에요.
지금 민필리아라고 불리는 이 아이가
스스로 선택해야 할 일이죠.
……산크레드.
아버지의 사고 이후에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들을 기억하나요?
이 아이를 지키고, 이 아이를 가르치고…… 그리고 곁에 있어 줘요.
예전에 내게 그렇게 해 줬듯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니까요.
살아야 할 세계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길을 선택할 수 있겠어요.
언젠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오면 다시 여기로 와주세요.
이곳에서라면……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산크레드
민필리아……!
민필리아
여긴…… 저, 제가…… 무슨……?
산크레드
……그렇게 민필리아는 원래 상태로 돌아왔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더군.
우리 상황과 원래의 민필리아도 원초세계에서 왔다는 것,
저 녀석한테는 모두 숨김없이 말했지만, 그날 그 일만큼은……
아직 말하지 못했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산크레드는 어떻게 하고 싶어?
>…………
위리앙제
제1세계는 지금 또 한 명의 '빛의 가호'가 깃든 자를 맞이해
멸망의 위기에 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민필리아가 이어 온 희망의 빛을 누가 어떻게 받게 될지……
결단의 시간이 곧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민필리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한 권만 빌렸어요.
위리앙제
네, 물론 괜찮습니다.
저도 준비가 끝났으니 리다 란으로
출발하도록 하죠.
알리제
후, 후후후후…… 후후……!
당신이 이상한 타이밍에 돌아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그래! 진심이야! 정말로!
알피노
자네들이 신속하게 돌아와 줘서 다행일세.
픽시족은 묘하게 쌍둥이를 좋아하는 모양이라 까딱 늦었으면
알리제와 옷을 바꿔 입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네…….
산크레드
……나중에 알피노와 알리제에게 수고했다고 말해 줘.
너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하면 그나마 보람을 느끼겠지.
민필리아
저희가 없는 동안에 여기서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위리앙제
알리제 님, 알피노 님과 다시 만나 기쁩니다만,
그 기쁨은 나중에 천천히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선물은 이미 슬 윈에게 전달했습니다.
슬 윈
아, 어서 와!
마치 양의 꼬리처럼 짧은 나들이였네.
쌍둥이랑 더 오래오래 놀게 해 줘도 되는데…….
하지만 위리앙제가 가져온 선물은
아주 근사했어!
우유, 벌꿀, 비스킷 그리고 예쁜 날개까지 함께 말이야!
이 정도 정성에는 답해 줘야 요정이지.
자, 당신들의 소원은 뭐야?
위리앙제
우선은 선물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봉인의 열쇠
슬 윈
말해 봐, 우리가 어떻게 보답하면 될까?
인간이니까 푀부트의 오래된 금화를 달라고 하려나?
위리앙제
아니요, 저희의 목적은 대죄식자를 쓰러뜨리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리예 기아 성의 봉인을 풀어 주셨으면 합니다.
슬 윈
어머나!
그런 짓을 했다가는 너희들은 죽을 텐데?
소원이 죽는 거라니 특이한 인간들이네!
하지만 그게 소원이라면……
동료들과 의논하고 올 테니까 잠깐 기다려.
알리제
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가 너무 갑작스럽네?
우리한테도 요약 설명 좀 부탁해, 위리앙제.
알피노
그렇군. 그래서 픽시족에게 선물을…….
알리제
그 정도까지 조사가 진행되었다면
대죄식자가 어떤 놈인지도 정보가 더 있겠지?
위리앙제
있기는 합니다.
이곳 일 메그의 대죄식자는……
슬 윈
우리의 왕인 요정왕 '티타니아' 님이야.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야.
우리의 왕은 일 메그를 습격하러 온 대죄식자와 싸우다가
그놈을 그만…… 쓰러뜨리고 말았어.
대죄식자에게서 방출된 빛이 티타니아 님을 잠식했고
새로운 대죄식자로 변해 버린 거야…….
무지개 나라를 다스리던 현명한 초록빛 왕의 모습이 없어져서
우리 요정들은 달리 방법을 못 찾은 채, 왕을 성과 함께 봉인했어.
그리고 봉인의 열쇠가 될 마법을 4개의 보물에 새겨서
각자 나눠 갖기로 했지…….
그래, 그리고 이게 그중 하나……
픽시족이 갖고 있던 '순백 드레스'야.
모두 함께 상의해서 당신들에게 맡기기로 했어.
알피노
고맙긴 하네만…… 괜찮겠나?
슬 윈
응, 멋진 선물에는 보답을 하는 게 우리 관습이고
아주 잠깐이지만 당신들은 우리와 함께 놀아 줬잖아.
당신들이 왕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는 지금까지 손 놓고 기다리기만 했어.
그럴 바엔 기회를 주는 편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하지만 나머지 3개의 보물까지 다 있어야
꽃의 성의 문을 열 수 있어.
물의 요정 푸아족이 가진 '조가비 왕관'.
대가를 중시하는 응 모우족이 가진 '돌지팡이'.
볼레크도르프의 총명한 아마로들이 가진 '수정 구두'…….
열심히 모아 봐!
위리앙제
제가 알고 있는 정보와도 일치합니다.
이 시련을 삼가 받아들이겠습니다.
자, 여러분. 곧바로 호숫가로 가시죠.
다음 보물인 푸아족의 '조가비 왕관'을
받으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은 신출귀몰하지만
물가에 있는 '만질 수 없는 문'에서 부르면
응답해 줄 겁니다.
슬 윈
어머, 당신, 여기 있어도 돼?
리예 기아 성의 봉인을 풀기 위해 보물을 모으고 있지 않았어?
위리앙제
이것이 '만질 수 없는 문'입니다.
산크레드
예전에 일 메그에서 지낼 때
호수 쪽은 최대한 접근을 피했어.
……그 정도면 알아들었을 거라 믿는다.
민필리아
괜찮을까요…….
예전에 푸아족과 얽히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알피노
여기는 유독 풀인간이 많군…….
알리제
이번에는 대화가 통하는 녀석이면 좋겠는데…….
산크레드 쪽 반응을 보면 별로 기대가 안 되는걸.
위리앙제
들리시나요, 푸아족 여러분.
저희는 여러분께 부탁이 있어 왔습니다.
산크레드
……대답이 없군.
알리제
물의 요정이라는 이름이 있는 걸 보면
푸아족은 물과 관련된 요정이겠지?
이 문은 누가 봐도 호수와 이어져 있는데……
반응이 없다면 물속을 찾아봐야 하나?
알피노
그, 그래…….
나도 아주 긴 시간만 아니라면
헤엄쳐서 찾을 수도…… 있겠지.
알리제
산크레드는 물론 괜찮을 테고……
민필리아는 어때? 헤엄칠 줄 알아?
민필리아
네, 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산크레드에게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는 배웠어요.
알리제
좋았어.
그러고 보니…….
위리앙제는 헤엄칠 줄 알던가?
위리앙제
……헤엄을 치느니
물 위를 걷는 술법을 만드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알피노
오오! 오오! 위리앙제!
설마 자네가 나와 같을 줄이야!
하지만 안심하게.
내가 받은 아렌발드식 특훈을 자네에게도 전수하지.
괜찮아, 배우면 할 수 있네! 할 수 있다니까!
호수 바닥에서 울리는 목소리
이런…… 아주 떠들썩한데?
인간이 우리에게 볼일이 있다니 별일이네.
위리앙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당신은 푸아족이시죠?
저희는 대죄식자와 대결하려는 사람들입니다…….
리예 기아 성의 문을 열기 위해
여러분이 가진 '조가비 왕관'을 빌리고 싶습니다.
호수 바닥에서 울리는 목소리
뭐야, 그런 거였어?
그래그래, 가져가.
산크레드
생각보다 가벼운 태도로군.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니겠지?
호수 바닥에서 울리는 목소리
크큭……!
꿍꿍이고 뭐고, 사실 그렇게 소중한 물건도 아니거든.
요정왕이 어떻게 되든 세계가 어떻게 되든
'처음부터 이미 끝난'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아, 하지만 모처럼 인간들이 찾아왔으니까
이 기회를 즐기긴 해야겠지!
그 만질 수 없는 문을 '만져서' 이쪽으로 와.
이곳은 어딘가의 누군가가 부르길 '도느 메그'……
금단의 정원이란 곳이야.
우리는 마치 형태 없는 물, 우리의 정원은 수면의 환상.
그래도 네가 가슴 뛰는 대모험을 보여 준다면
보물을 줄게!
민필리아
저, 저도 여러분을 따라갈게요……!
산크레드에게 배워서 조금은 싸울 줄 알아요……!
산크레드
저들의 말을 따르겠다면 선두는 내게 맡겨라.
현재 내 전투 방식은 방어 역할에 제격이니까.
건블레이드를 다루는 법은 원초세계에 있던 시절,
제국 식민지에 잠입했을 때 어떤 사람에게 배운 적 있어.
탄환을 보충할 수 없는 내게 맞지 않아 썩히고 있었지만…….
이곳에 와서 민필리아를 구출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이전에 비해 적을 유인할 수 있는 전투 방식이 낫겠다 싶었어.
그래서 공예관의 실력 있는 장인에게 특별히 주문한 거야.
위리앙제
역시 순순히 주지는 않는군요…….
푸아족은 사실 픽시족보다 장난을 좋아합니다.
심지어 악질적인 장난을 좋아하죠…….
아무렇지도 않게 물속으로 끌어당겨 목숨을 빼앗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알피노
대모험을 보여 주면 보물을 주겠다니…….
말투를 보니 평온한 곳은 아닌 것 같군.
단단히 준비하세, 리오넬.
알리제
끝없는 장난에 휘둘리는 것보다는
모험을 하라는 쪽이 훨씬 낫지.
푸아족을 깜짝 놀라게 해 주자.
[도느 메그 공략]
신난 푸아족의 목소리
브라보!
멋진 싸움이었어!
잉크 돈
아야야야…….
정말 인정사정없더라…….
근데 정말 흥미진진한 전투였어.
이렇게 유쾌한 경험은 자주 못 하는데.
위리앙제
그럼 약속대로
'조가비 왕관'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잉크 돈
그럼, 물론이지!
저게 바로 찾고 있던 그 왕관이야!
망가지지 않게 조심해서 가져가.
아니, 그나저나 거기 너 말이야……
진짜로 강하고 정말 볼 만하더라.
신난 푸아족의 목소리
저 사람, 더 보고 싶다!
심술궂은 푸아족의 목소리
맞아, 계속 보고 싶어.
흥분한 푸아족의 목소리
곁에 두면 되잖아?
발랄한 푸아족의 목소리
멋지다, 그렇게 하자!
잉크 돈
만장일치!
그럼 왕관을 주는 대신, 너는 우리 차지다!
???
…………이봐………… 눈을 떠……!
아르버트
숨은…… 붙어 있군.
넌 물속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건가…….
요정들의 초대를 받았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물속이라…….
푸아족에게 단단히 당했구만.
그 녀석들은 물에 빠져 죽은 자의 혼에서 태어난다고 들었다.
네가 아니었다면 분명 그들처럼 되었겠지.
그래도 다른 녀석들은 무사히 지상으로 돌려보낸 것 같더군.
지금쯤 널 찾고 있지 않을까?
……여긴 내가 살아 있던 시절,
푀부트라는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매사에 관례만 따지는 고지식한 녀석도 많았어…….
하지만 마음을 터놓고 나니 그렇게 지내기 편한 곳도 없었다.
산속이라선지 겨울은 무시무시하게 춥더라고.
이곳의 명물인 양고기 스튜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어.
거리의 등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 붉게 타올랐고…….
……지금은 다 옛날이야기다.
그 시절을 아는 사람도, 장소도, 남아 있지 않아.
진정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운 걸까…….
너라면 구할 수 있을까?
재앙으로부터 누군가의 미래를…… 지키고 싶었던 모든 것을…….
알리제
허억…… 허억………….
허억…… 허억…….
난 다시 잠수해서 찾아보고 올게……!
위리앙제
안 됩니다, 알리제 님.
무리하시면 알리제 님까지 위험해집니다.
부디 잠시 휴식을…….
산크레드
그쪽은 어때? 뭔가 단서라도…….
리오넬!
너, 무사히 돌아온 거냐!?
알피노
그랬군…… 정신을 차려 보니 호수 바닥에…….
그래도 별일 없는 것 같아 다행일세…….
알리제
못살아, 정말……!
급류에 휩쓸린 줄 알았더니 언제 지상으로 돌아온 거야?
당신만 행방불명되어서 여긴 난리가 났었다고!
여기 있어, '조가비 왕관'!
그것만은 친절하게도 손에 꼭 쥐어 줬더라.
산크레드
결과적으로는 너도 무사히 돌아왔으니
일단은 목적을 달성한 셈이군.
슬 윈
아아, 아직도 거기 있어서 다행이다.
알피노
슬 윈이로군!
무슨 일인가?
슬 윈
우리 일 메그에
인간들이 엄청 많이 접근해오고 있어.
무기를 들고 무서운 얼굴을 한 인간들이 말이야.
혹시 너희 동료야?
산크레드: 지원군이라면 기쁘겠지만……
크리스타리움에선 지금 위병단을 움직일 상황이 아닐 거다.
틀림없이 우리를 뒤쫓아 온 율모어군이겠지.
슬 윈
어머, 동료가 아니구나?
그럼 쓰러질 때까지 데리고 놀아도 돼?
알피노
혹시 모르니까 내가 동행해서 확인해 보겠네.
상대가 율모어군이라면 자네들의 힘을 빌려주게.
슬 윈
멋지다!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
알피노가 오면 알리제도 오는 거지?
다른 듯 똑같은 귀여운 쌍둥이!
알리제
으으…… 아, 알았어.
단, 장난을 칠 상대는 우리가 아니라 율모어군이야!
그것만은 잊지 말아 줘!
알피노
그럼 우린 픽시족과 함께 다녀오겠네.
보물을 모으는 일을 떠넘기게 되어서 면목이 없네만…….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걱정 마! 이쪽은 나만 믿어!
>대죄식자를 쓰러뜨리는 게 내 역할이야
……그렇긴 해도 되도록 함께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라네.
잠시 떨어지게 됐지만 반드시 목적을 달성하고
함께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세.
민필리아
……죄송해요.
그때 제가 붙잡히지만 않았어도…….
산크레드
만약 율모어군이라면
틀림없이 란지트 장군이 이끌고 왔겠지.
그 노병은 강해……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