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월하의 꽃
고우세츠와 츠유
알피노
리오넬, 마침 잘 왔네.
조금 전에 히엔 공이 보낸 편지가 도착했다네.
제국의 전권 대사인 아사히가 제안한 평화 협상 조건에 관해서
도마는 야만신 스사노오의 소환을 막기 위해
푸른등 코우진족과 연계하여 감시 체제를 정비했다고 하네.
이제 새로운 신기 또는 대량의 크리스탈을 모으려는
붉은등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선수를 쳐서 대처할 수 있네.
평화 협상의 조건은 충족시킨 셈이지.
그리고 제국 측에서도 준비가 끝났다는 연락이 있었네.
조금 있으면 징집병을 태운 비공정이 얀샤에 도착한다더군.
제국과의 평화가 걸린 포로 교환의 날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히엔 공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니,
그 중요한 자리엔 자네도 꼭 참석해주게.
알리제
그리고 요츠유의 기억 말인데, 여전히 안 돌아오나 봐.
지난번에 합의한 내용대로라면, 제국에 넘기지 않고
도마인으로 살게 될 거야.
그 전에 우리 눈으로 직접 진위를 확인해두는 게 좋겠어.
만약 기억이 돌아왔는데도 도마에 있게 된다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잖아.
알피노
좋아, 그럼 이제 도마 도읍지의 '귀연관'으로 가자.
히엔 공이 기다릴 테니.
타타루, 우리는 잠시 이곳을 비우겠네.
자네도 바쁘겠지만, 우리가 없는 동안 이곳 일을 부탁해도 되겠나?
타타루
물론이지용!
여러분, 조심해서 다녀오세용!
행콕
도마와 제국 사이에 평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동부 알데나드 상회로서는, 자유로운 무역을 위해서
제국이 얌전히 있어주는 게 좋거든요~!
타타루
알피노 씨는 '새벽'의 자금을 낭비한 일을 반성하는지
요즘은 아주 검소하게 절약하면서 생활하는 것 같아용.
하쿠로
나마이 마을을 시작으로 각 마을의 경비를 강화했다.
붉은등 무리가 또다시 습격해 오더라도
마을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귀연관 문지기
히엔 님의 저택, '귀연관'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
알피노
자, 이제 히엔 공에게
도마의 최근 상황을 자세히 듣기로 하세.
알리제
'새벽'의 자금을 낭비한 일이 있고 나서
알피노가 완전 구두쇠가 된 거 있지.
찻값 내는 것도 아까워한다니까.
히엔
오, 다들 왔군!
먼 걸음 해줘서 고맙네.
포로 교환에 동석하는 것도 그렇고
대부분 편지에 쓴 내용 그대로일세.
다만 한 가지 알리지 못한 일이 있는데…….
예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고우세츠가
얼마 전에 쓰러져서 누워 지내고 있다.
알피노
뭐라고요!?
지금 상태는 어떻습니까……?
히엔
다행히도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고우세츠가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바로 알리지 못했네만…….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병문안이라도 가주지 않겠나?
츠유도 아주 열심히 간병하고 있어…….
그녀가 어쩌고 있는지도 궁금할 테지.
알피노
물론입니다.
리오넬, 알리제,
고우세츠 공의 기운을 북돋워주러 가자.
요츠유
할아방, 아~ 해.
고우세츠
아, 아니, 괜찮다, 츠유야.
그러지 않아도, 혼자서 먹을 수 있느니라.
에휴, 이리 죽만 먹으니 입이 영 심심하구먼…….
요츠유
죽 싫어?
그럼 뭐 먹고 싶어?
고우세츠
흠, 먹고 싶은 거라…….
그러고 보니, 나마이 마을에 감이 익을 때가 됐는데……
그 단감을 한입 가득 베어물었으면 좋겠구나.
요츠유
감…….
고우세츠
자, 식사는 그만 됐다.
알리제
몸이 안 좋다길래 심심할 것 같아서 문병 왔는데……
우리가 방해가 된 것 같네, '할아방'?
고우세츠
무, 무슨 소리요!
그간 좀 피로가 쌓여서 그런 것뿐이오.
기백으로 금세 회복해 보이겠소!
요츠유
할아방, 옷 벗어.
알리제
……잠깐, 고우세츠.
당신 요츠유한테 무슨 짓을 시키는 거야!
고우세츠
오, 오해라오!
요츠유
빨리 벗어.
할아방, 땀 안 닦으면…… 냄새 난단 말야……!
근데 할아방.
이 상처는…… 어쩌다 생긴 거야?
고우세츠
……전쟁을 일삼던 인생인지라,
그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니라…….
왜 그러느냐, 츠유야.
요츠유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고우세츠
엥이, 내가 알아서 하겠다!
노인네 취급이나 하고 말이야!
히엔
어땠나, 아주 걸작이지 않은가?
고우세츠와 요츠유가
마치 할아버지와 손녀딸처럼 지내는 게 말이야.
알피노
도마 반환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광경이군요.
어쨌든 고우세츠 공 상태가 좋아 보여 마음이 놓였습니다.
알리제
돌봐야 하는 요츠유가 오히려 고우세츠를 돌보고 있다니…….
근데 생각해 보니까 고우세츠는 할아방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잖아.
히엔
그렇지……. 그 노령에도, 도마에 충성을 다하고자
힘든 몸을 이끌고 계속 싸워온 게야.
나이가 들어 쇠약해졌어도 기백 하나로 버텨왔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듯해.
아마 완쾌하더라도 예전처럼 싸울 수는 없겠지…….
고우세츠는 이미 충분히 도마를 위해 일해주었네.
이 기회에 푹 쉬었으면 해.
알리제
요츠유의 기억은 아무리 봐도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아.
만약 저게 연기라면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
???
그 점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알리제
유우기리…….
매사에 신중한 당신이 그렇게 단정하는 건 드문 일인데.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말해 주겠어……?
유우기리
나는 지금까지 계속 요츠유를 몰래 감시해왔다.
혹시라도 기억을 잃은 척하는 거라면
언젠가는 허점이 드러날 테니까…….
하지만 요츠유는 단 한순간도 변함이 없었지.
게다가 방에 혼자 있을 때 숨어서 지켜봤더니…….
요츠유는 선반에 있던 식기를 발견하고는
바닥에 늘어놓고 천진난만하게 소꿉놀이를 시작하더군.
설사 잠입 공작을 하는 닌자라 해도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그래서 정말로 기억을 잃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
알리제
……그랬구나.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확실하겠지.
히엔
음, 나도 마음을 굳혔다.
요츠유의 행동은 연기가 아니라 기억 상실이란 걸 인정하지.
그러니 앞으로는 츠유로서 도마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하겠네.
하지만 제국 측에 츠유의 기억 상실을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한 번은 더 츠유와 아사히를 만나게 해야 하네.
그렇다고 포로 교환을 할 때 츠유를 동반하면
도마의 징집병들에게 과거의 대리 총독을 보여주는 꼴이 되지.
중요한 평화 협상의 자리니, 가급적 혼란의 씨앗은 가져가고 싶지 않아.
알리제
요츠유의 명령으로 징집된 그들 입장에서는
인생을 망친 원흉이라 할 수 있을 테니까…….
히엔
그래서 포로 교환에 앞서
츠유와 아사히를 미리 만나게 할까 하네.
미안하지만, 비밀리에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동행을 부탁해도 되겠나?
알피노
알겠습니다.
평화를 위한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히엔
고맙네.
자, 지금쯤 제국의 비공전함이 도착했을 걸세.
우리들은 츠유를 데리고 갈 테니 먼저 선착장에서 기다려주게.
우리는 츠유를 데리고 가겠네.
그대들은 선착장에서 기다려주게.
유우기리
요츠유의 기억 상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고우세츠의 상냥한 모습은…… 받아들이기가 힘들군.
알리제
요츠유가 소꿉놀이라니…….
이제 츠유라는 이름의 다른 사람이 됐다고 봐야겠네.
알피노
그럼 히엔 공을 기다리기로 하지.
히엔
큰일 났네!
츠유가…… 츠유가 귀연관에서 사라졌어!
알피노
뭐라고요!?
엄청난 일이잖습니까……!
알리제
서, 설마……
기억이 돌아와서……도망친 걸까!?
히엔
……그건 모르지.
지금 유우기리가 찾아다니고는 있는데,
어쩌면 도읍지를 벗어났을 수도 있네.
선장, 그대에게 물어볼 게 있네.
피부가 하얀…… 낯선 아가씨를 태운 적 있나?
도마 도읍지 선장
히엔 님 아니십니까.
그러고 보니…… 아까 강 건너까지 태워준 손님 중에
못 보던 아가씨가 있었지요.
삿갓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자세히 못 봤지만,
배를 탈 때 잡은 손이 마치 눈처럼 새하얗더군요.
그분은 대체 누구시죠……?
히엔
아니…… 그냥 손님이니까 신경 쓰지 말게.
그래, 아가씨는 강을 건넜다는 거군.
아무래도 츠유는 반대편 기슭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네.
이걸 어쩐다…….
알피노
요츠유는 제국과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요 인물일세.
빨리 찾아야 할 텐데…….
알리제
요……츠유는 기억이 돌아와서 도망간 걸까?
그게 아니라면 대체 왜…….
츠유의 행방
히엔
지금은 아직 츠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듯하지만
이러다가 사람들이 눈치를 채면 정말 큰일이 날 걸세.
아무튼 빨리 츠유를 찾아내야 해…….
우리 실수로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네만, 찾는 걸 좀 도와주게.
알피노
물론입니다!
다 같이 반대편 기슭으로 찾으러 가지요.
알리제
도읍지를 수색하고 있는 유우기리한테도 알려줘야지.
내가 가서 알릴 테니까 나중에 합류하자.
히엔
어디로 갔는지 모르니 각자 흩어져서 찾도록 하세.
나는 쿠사카리 마을 방면으로 갈 테니
알피노는 카스트룸 플루미니스 부근을 부탁하네.
그리고 리오넬은
'유즈카 대관 저택'으로 가주게.
그곳에 사는 나마즈오가 츠유를 봤을지도 모르니.
그럼 이제 반대편 기슭으로 건너가서
각자 수색을 시작하자.
교산
유즈카 대관 저택에 어서 옴메.
알고 싶은 게 있음 나 교산이……
뭐라고? 피부가 하얀 여자 사람을 못봤냐곰메?
이렇게 와줬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손님은 오지 않았담메.
미끌미끌한 여자 나마즈오라면 있는뎀메?
교쿠
피부가 하얀 여자 사람 말임메……?
그러고 보니 방금 전 낚시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런 사람을 봤담메.
그 사람은 북동쪽으로 가던데
지금 쫓아가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담메.
[요츠유로 보이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좀 더 북동쪽으로 가보자.]
[요츠유로 보이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지만,
삿갓으로 보이는 물건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본 적이 있는 삿갓이다.
아무래도 요츠유가 쓰고 있었던 물건 같다…….]
히엔
오오, 역시 리오넬이었군!
쿠사카리 마을에서는 츠유를 찾을 수 없었지만
그대 비슷한 사람 모습이 보이길래 달려왔다네.
유우기리
나는 알리제 공에게 얘기를 듣고 히엔 님과 합류했다.
알리제 공은, 알피노 공이 수색을 하고 있는
카스트룸 플루미니스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히엔
그대는 어땠나?
유즈카 대관 저택에서 뭔가 알아냈는가?
뭐? 나마이 마을로 간 것 같다고……!?
이런, 마을 사람들이 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각자 마을 안을 찾아보세! 반드시 찾아야 하네!
우린 논 쪽을 찾아볼 테니
그대는 저기 마을 광장을 찾아주게!
요츠유
저기…… 감 한 개만…….
잠시만요…… 왜 도망가지?
겁먹은 마을 사람
으, 으악!
귀, 귀신이다!!
당황한 마을 사람
우리한테 복수하러 온 게 틀림없어!
잇세
저건…… 요츠유 아냐!?
사, 살아 있었나……!
요츠유
제가…… 무슨 짓을 했어요……?
잇세
무슨 짓을 했냐고……!?
히엔
놀라게 해서 미안하네!
다들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주게!
잇세
히엔 님…….
……저 여자는 대체 뭡니까!?
도마 성이 무너질 때 죽지 않았어요……!?
히엔
그래, 나도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지.
도마 성 싸움에서 내가 직접 요츠유를 베었다는 사실은
모두 들어서 알고 있을 걸세.
하지만 천수각이 무너지던 현장에서
고우세츠와 함께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더군.
기억을 잃은 채로 말이야.
잇세
그런 못된 짓을 해놓고……
잊어버렸다고요? 전부 다요!?
당황한 마을 사람
분명히 거짓말이에요!
히엔 님은 속고 계신 거라구요!
겁먹은 마을 사람
차, 참말이든 거짓말이든,
저 여자가 한 짓까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저 무서운 여자를 빨리 없애십시오, 히엔 님!
요츠유
역시 제가…… 나쁜 짓을 했나 보네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잇세
죄송하다면…… 다야……!?
아자미
울지 마요, 언니.
이 언니, 이제 무서운 사람 아니야.
이렇게 떨고 있는데…… 불쌍하잖아.
히엔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한, 요츠유…… 아니 츠유는,
상처 입은 한 사람의 도마인으로 취급하겠네.
물론 감시를 붙여서, 앞으로 허락 없이는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지.
나를 봐서, 당분간 이자의 목숨을 내게 맡겨주게.
아자미
……잇세 오빠?
잇세
알았어, 아자미…….
네가 괜찮으면 오빠도 괜찮아…….
앞으로 네가 무서운 일을 겪지만 않으면
오빠는 그걸로 충분해…….
유우기리
요츠유는 감을 구하려고 밖으로 나온 것이었군.
아이처럼 행동하니 더욱 감시를 계속했어야 했다…….
요츠유
저기…… 난 대체…… 무슨 짓을 했어?
……그치만 감은 얻었어.
……할아방이 좋아하면 좋겠다…….
아자미
저 언니, 이제 하나도 안 무서워.
이상해……. 다른 사람 같아.
잇세
요츠유가 한 짓은 절대로 잊을 수 없지만,
아자미가 하지 말라면 난 아무것도 못해…….
감과 백동 거울
히엔
후우…….
처음엔 어떻게 되려나 싶었는데, 잘 넘긴 것 같군.
츠유의 행동을 보니 기억이 돌아온 것 같지도 않고.
유우기리
요츠유는 그저 감을 구하려고 나마이 마을에 온 것 같습니다.
아마도 고우세츠에게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히엔
감 하나 때문에 다들 휘둘려 다녔군…….
뭐 됐네. 고우세츠도 기뻐하겠지.
자, 생각지도 못하게 멀리까지 왔지만,
이제 원래 목적지인 '카스트룸 플루미니스'로 가세.
알피노랑 알리제도 그쪽에서 찾고 있을 걸세.
알리제
요츠유가 기억이 돌아온 건 아니었구나.
그러고 보니 고우세츠가 감을 먹고 싶단 얘길 했었지.
알피노
얘기는 들었네.
요츠유가 나마이 마을에 갔으니 난리가 났겠지.
아무튼 요츠유를 찾아서 다행일세.
유우기리
조금 전에 제국의 비공정이 도착했다고 한다.
거기에 도마의 징집병들이 타고 있는 걸까…….
요츠유
저기…… 아직 안 돌아가는 거야……?
할아방한테 빨리……
감을 주고 싶어…….
히엔
제국 측은 이미 도착한 것 같네.
그럼 이제 그 성가신 대사님을 만나러 가볼까…….
아사히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히엔 님…… 그리고 요츠유 누님.
히엔
마중이 늦어서 미안하네.
대사님도 건강히 잘 지낸 것 같군.
징병된 백성들은 비공정에 있나?
아사히: 그렇습니다.
도마 측도 순조롭게 준비되어 가나 보네요.
오늘 누님을 데려오신 것도 그래서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 포로 교환에 앞서, 상태를 봐줬으면 해서 말일세.
몸은 아주 건강한데,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어.
아사히
……그런 것 같군요.
그나저나, 오늘은 누님이 만나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
요, 요츠유…….
건강해 보이는구나, 다행이다…….
히엔
설마, 저들이……!
아사히
왜 그러세요, 누님……?
사랑하는 우리 부모님이잖아요?
가정교육을 아주 제대로 해주셨는데…… 잊어버리셨나요?
요츠유
감…… 할아방한테 갖다 줘야 돼…….
아사히
흐음, 마지막 수를 썼는데도……
과거를 떠올려내 주지를 않네요…….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지 마십시오.
잘 알았습니다. 거기 계신 여자분을 도마 사람으로 인정하죠.
그럼 제 누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누님.
전 누님이 돌아와줄 거라고 믿어요…….
히엔
그럼, 포로 교환은 예정대로 진행하지…….
아사히
네, 강 건너에 있는 시설이 아직 쓸 만한 것 같으니까
거기에 도마 출신 징집병들을 내려드리겠습니다.
포로들도 그곳으로…….
히엔
알았네, 그리로 보내지.
히엔
아사히가 하필이면 요츠유의 부모를 데리고 오다니
아주 간사한 방법을 썼군…….
역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작자야.
하지만 이것으로 츠유 건은 일단락되었다.
유우기리와 함께 보냈으니, 츠유도 안심하고
고우세츠에게 감을 줄 수 있을 거다.
자, 우리도 귀연관으로 돌아가지.
알리제
알피노, 왜 그래?
알피노
아니, 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나중에 얘기할게.
알리제
요츠유…… 아니, 츠유는 앞으로 도마에서 살게 되는구나.
지금은 저택 안에서 숨어 지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마을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되겠지…….
알피노
이제 포로 교환에 요츠유를 데려갈 필요는 없어졌네.
이대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끝나면 좋을 텐데…….
히엔
자, 그럼 고우세츠에게 얘기하고 안심시켜줘야겠군.
츠유가 먼저 돌아와 있을 테니,
이미 알고는 있겠지만 말이야.
히엔
고우세츠, 들어가도 되겠나.
고우세츠
작은 주군…… 예, 안으로 드시지요…….
츠유가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 가지고 왔지 뭡니까.
소인에게 감을 하나 깎아주었는데,
그동안 한마디도 말을 않더이다.
지금은 피곤하다면서 자러 갔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히엔
요츠유의 기억을 돌아오게 하려고 대사가 술수를 썼네.
부모를 데려와서 눈앞에 들이밀었지…….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하더군.
그래도 결국 과거를 떠올리지는 못한 것 같네만…….
알리제
요츠유는 양부모한테 학대받으며 자랐다고 했지?
마음의 상처를 건드리다니…….
아사히의 본성을 잘 보여준 셈이네.
고우세츠
후우…… 그렇게 된 일이었구먼.
히엔
아무튼, 요츠유를 도마에서 살게 하는 데엔 동의했네.
이제 예정대로 포로를 교환하고
징집당한 백성들이 돌아오면 한시름 놓을 걸세.
알피노
그 포로 교환 말입니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아까 카스트룸 플루미니스에서 아사히를 만났을 때,
수상한 컨테이너가 있는 걸 봤습니다.
바로 제국군이 회수한 것 같긴 합니다만…….
알리제
맞아, 컨테이너가 몇 개 있었어.
폭탄이나 마도 병기 같은 걸 거기에 숨겨놨다는 말이야?
히엔
흠, 내 목숨을 노리는 거라면
지금까지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을 걸세…….
그런 단순한 계략은 아니겠지만…… 경계는 해두지.
시중드는 시녀
……실례하겠습니다!
츠유가…… 요츠유가 사라졌습니다!
고우세츠
뭐라……!?
시중드는 시녀
송구합니다.
잠자리에 드는 것을 확인한 터라 방심했습니다…….
히엔
사과할 것 없네.
감옥에 가두지 않고 방을 내준 건 나니까.
귀연관 밖으로 나갔을 가능성도 있어.
각자 흩어져서 찾아보는 수밖에 없군.
미안하지만 좀 도와주겠나?
???
으, 으윽…….
아사히의 아버지
사, 살려…… 줘…….
요츠유
기억나지 않았으면, 살 수 있었어…….
모두가 날 원망해도, 살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총을 맞은 사내가 잘해주니까
이제 살 수가 없어…….
아사히의 아버지
누, 누구냐!?
아사히의 어머니
뭐야…… 요츠유였어?
너 때문에 놀랐잖아!
아사히의 아버지
여긴 도읍지인가……?
갑자기 군인들이 찾아와서는, 도마에서 살라면서 이리 끌고 왔는데
설마 널 만나게 될 줄이야…….
아사히의 어머니
하여간, 얘는 재수가 없다니까!
짜증나 죽겠어!
어렵게 맡은 임무도 제대로 못한 데다,
네가 뻔뻔하게 살아 돌아오는 바람에……!
제국 수도에서 우아하게 살던 우리까지
이런 흙투성이 폐허로 끌려오고 말이야……!
대체 뭘 어쩌라는 거야!
아사히의 아버지
그만하지…….
이 애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지 않나.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야지…….
……흠, 그나저나 생긴 건 여전히 쓸 만하구먼.
지금이라도 유곽에 팔아넘기면 꽤 짭짤하겠어.
그 돈으로 쿠가네에 가서 장사라도 해볼까…….
요츠유
……길러준 부모라는 게 이 모양이지.
진부한 촌극에서 깨어났더니, 세상은 변함없이 지옥인가 보네.
맞아, 이런 세상이었어…….
뭐, 좋아.
아직도 세상이 내게 악역이 되길 바란다면야,
마지막까지 기대에 부응해 줘야 하지 않겠어…….
타락하고…… 또 타락해서……
모든 것을 시샘하고, 속까지 까맣게 썩어 버렸지.
흔해빠진 정의는 다 위선이니까, 나는 악을 따를 수밖에…….
나를 그런 인간으로 깎아내리고,
내가 그런 여자라고 가르쳐준 게
바로 아버지랑 어머니였죠?
아아…….
비참해질 대로 비참해지고 나서야 겨우 차례가 돌아왔네.
나의 가족, 나의 도마……
나의…… 원수!
아사히의 아버지
요, 요츠유……!?
크헉…… 무, 무슨 짓을…….
아사히
돌아오셨군요, 누님.
돌아오실 거라고 믿었습니다.
요츠유
…………역시 그랬군.
네가 꾸민 짓이라는 건 예상했었어.
낳아준 친부모까지 이용하다니, 여전히 야비하구나.
아사히
길러준 부모를 찔러놓고 무슨 말씀이세요.
그래도 단칼에 저승길로 보내다니, 힘없는 누님치고는 잘하셨어요.
하지만…… 그 정도로는, 연약한 노인들밖에 해치울 수 없을걸요.
어때요…… 좀 더 '힘'을 갖고 싶지는 않으세요?
아사히의 아버지
죽고 싶지……않……아…….
히엔
어떻게 됐나, 찾았나?
……이 사람들은 나에우리 부부 아닌가!?
기억을 되찾은 요츠유가 부모를 살해하고……
아사히와 함께 사라졌다고…….
자기 부모를 희생시켜서까지 요츠유를 손에 넣다니…….
무슨 꿍꿍이냐…… 아사히…….
어찌 됐든, 여기서 우리 둘이 추측해 봤자일세.
일단 귀연관으로 돌아가지.
다들 불러 모아서 상황을 정리해야겠어…….
알리제
결국 아사히 뜻대로 요츠유는 기억을 되찾았구나.
게다가 누나를 시켜서 자신의 친부모를 죽음으로 몰아넣다니…….
말도 안 되게 나쁜 놈이야!
알피노
무슨 일이 있었는지 히엔 공에게 다 들었네.
요츠유는 제국으로 돌아가버렸다지?
대체 아사히는 뭘 꾸미고 있는 걸까…….
유우기리
요츠유가 기억을 되찾았단 사실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부모를 만났을 때 기억이 돌아온 건가……?
그렇다면 왜……. 아니다, 추측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히엔
부모의 시신은 우리가 수습했네.
때를 봐서 화장하려고 해.
그 두 사람한테는 참으로 불행한 귀향길이 됐군.
이 일은 내가 고우세츠에게 직접 이야기했네.
고우세츠는 짧게 대답하더니, 고개를 떨구고 입을 다물더군.
당분간은 혼자 있게 해주게…….
포로 교환 준비
히엔
자…… 모두에게 이미 전달했다시피
요츠유는 기억을 되찾고 아사히에게 갔네.
제국 입장에선 도마의 전 대리 총독이 돌아온 셈이지.
그렇다고 포로 교환이 백지화된 건 아니네.
원래 교환하는 날까지 요츠유의 기억이 돌아오면
제국에 넘기기로 약속했으니 말일세.
하지만 아사히가 자신의 친부모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요츠유를 되찾으려 한 건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들군.
알피노가 말한 수상한 컨테이너도 그렇고
대사가 뭔가 좋지 않은 일을 꾸미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네.
이대로 포로 교환이 무사히 끝날 것 같지 않아…….
만일 포로 교환 시에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도마의 징집병들을 최우선으로 피난시킬 생각이다.
그러니 사전에 피난 경로를 확보해 둬야겠어.
알피노
맞습니다. 지금 우선해야 할 것은 떠난 요츠유보다
여전히 붙잡혀 있는 징집병들을 되찾는 일입니다.
그러니, 교환 장소인 제국 시설을 조사해야겠지요…….
유우기리
제국은 도마 침략 이후 그 시설을 방치해서 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는다.
아사히 일당이 뭔가 함정을 파놨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
내가 잠입해서 피난 경로를 조사하겠다.
알피노
나도 동행하겠네. 제국의 기지라면 잠입했던 경험도 있고,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둘이서 움직이는 게 나을걸세.
히엔
그럼 그쪽은 유우기리와 알피노에게 맡기기로 하지.
그리고 또 한 가지…….
히강 건너편에 있는 시설에서 포로를 피난시키려면 배가 필요해.
하지만 도마에 있는 조각배를 모두 긁어모아봤자,
수많은 포로들을 실어 나르려면 여러 번 왕복해야 하네.
대형 선박으로 한번에 피난시키는 게 나아.
그러자면 해적 형제단의 힘을 빌려야겠네.
그들이 보유한 세키부네라면 한번에 포로를 실어 나를 수 있으니까.
알리제
해적 형제단과 협상할 거면
그들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나한테 맡겨요.
리오넬도 같이 가줄 거지?
>물론이지
귀찮아
다행이야…….
또 해적 형제단을 설득할 일이 생길 줄은 몰랐네.
여기 리세가 없는 게 좀 아쉬운걸…….
히엔
고맙네, 정말로 마음 든든하군.
하지만…… 협상 자리엔 나도 같이 가겠네.
유우기리
히엔 님, 도마의 주군 되시는 분께서
해적과 직접 협상을 하러 가시다니요…….
히엔
유우기리, 해적 형제단에는 도마 성 전투 때 신세를 졌다.
또다시 협력을 구하려면, 우리도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나.
주군인 내가 직접 임해서 그 성의를 보이고 싶다.
유우기리
예…… 주제넘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럼 전 알피노 공과 제국 시설을 조사하러 가겠습니다.
히엔
그럼 우리도 홍옥해로 갈까.
비끗 요새에 있는 그들의 두목 '라쇼'와 이야기하세.
하쿠로
도마가 넘기기로 한 제국군 장병의 관리는
한때 제국군에 있었던 내가 담당하고 있다.
너희는 나의 주인인 히엔 님께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
탄스이
여어, 요츠유를 어떻게 처리할지 정했나?
너희가 하기 힘들면, 해적 형제단에게 맡기는 게 어때?
기억이 있든지 없든지, 단칼에 베어버리겠어…….
라쇼
이게 누구야.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왔군.
도마의 영주께서 우리 같은 놈들한테 무슨 일이지……?
탄스이
제국 대신 도마에 복종하라는 말이나 하러 왔다면
단호하게 거절하겠어.
히엔
아하핫, 그거 괜찮은 생각이군!
그대들이 도마 산하에 들어오면 부흥 사업에 큰 도움이 되겠어.
농담은 그만하고, 여기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대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일세…….
라쇼
……사정은 알겠다.
하지만 우리들이 도마의 해방을 도운 건
해적 형제단의 존속이라는 절박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 이번 건은 우리들이 움직일 이유가 없다.
도마가 필요할 때에만 우릴 이용하려는 것도 곤란해.
주군과 가신의 맹세를 나눈 적도 없고 말이지.
히엔
물론 그럴 생각은 없네.
도마는 어디까지나 대등한 입장에서 협력을 요청하는 걸세.
탄스이
글쎄, 과연 그럴까……?
대등한 입장이라면 우리한테는 무슨 이익이 있지?
알리제
잠깐만…….
매번 꼭 그렇게 손익을 따져야 돼?
가끔은 선의로 움직여도 나쁠 거 없잖아.
탄스이
바다를 지켜주는 대신에 돛세를 받고
복종하지 않으면 약탈하는 것이 해적 형제단이다.
물에 빠졌다면 구해줄 순 있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지 마라.
히엔
진정하게, 알리제.
라쇼 공의 말이 맞네.
우리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하는 게 도리지…….
징집병 중에는 도마 출신 해적 형제단의 친족도 있을 걸세.
또 돌아온 자들 중에는 이미 고향에 있는 가족을 여의고
갈 곳 없는 이들도 있겠지…….
해적 형제단이 그런 이들을 받아줬으면 하네.
새로운 동료들을 맞이한다 생각하고 힘을 빌려줬으면 해.
해적 형제단도 인력이 부족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
라쇼
훗…… 역시 도마의 영주는 다르군. 제대로 봤어.
우리 해적 형제단의 상황까지 꿰뚫고 있다니…….
탄스이
도마에서 제국이 떠나고 홍옥해가 활기를 띠기 시작해서
왕래하는 선박도 늘어나고, 지금 우린 정신없이 바빠.
게다가 제국군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병사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군.
라쇼
좋다!
징집병을 피난시키는 역할은 우리가 맡지!
단, 세키부네를 빌려주기 전에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
도마 공성전에 나갔을 때 선체가 여기저기 파손됐거든.
수리를 하긴 했지만 최종 점검이 안 끝난 상태다.
지금은 문제없이 잘 뜨지만, 사람을 태우면 무게로 선체가 잠긴다.
그때 조금이라도 파손된 곳이 있으면 침수될 우려가 있어.
소중한 백성들을 태운 배를 침몰시킬 수는 없지 않겠나.
그래서 선체에 파손된 곳이 없는지 너희가 점검을 해줬으면 한다.
물론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하면서 살펴봐야 하는데……
도마의 영주께서는 그런 험한 일은 못 하시려나?
히엔
물론 할 수 있고말고!
셋이서 나누어 점검하면 금방 끝날걸세.
라쇼
대답 한번 시원하군…… 세키부네는 '줄행랑 부두'에 있다.
우리 조선공 견습생인 '이하나시'한테 말을 해둘 테니,
점검이 끝나면 갑판에 있는 그 녀석에게 알려주면 돼.
알리제
역시 히엔은 다르네요.
순식간에 설득하다니,
내가 올 필요도 없었군요…….
탄스이
이거 참, 주군 정도 되면 그릇이 다르구만…….
라쇼
'줄행랑 부두'에 정박해 놓은 세키부네의 선체에
파손된 곳이 없는지 점검해다오.
점검이 끝나면 갑판에 있는 이하나시에게 보고하면 돼.
탄스이
그릇이 큰 주군인 건 인정하겠는데,
대리 총독님이 제국으로 돌아간 건 어떻게 수습하려나…….
이하나시
안녕하세요. 두목님한테 들으셨겠지만,
제가 조선공 견습생인 이하나시입니다…….
점검이 끝나면 저한테 다시 말을 걸어주시면 됩니다.
히엔
하하핫, 이거 기분 좋은데!
홍옥해에서 헤엄치다니, 어렸을 때 이후로 처음이야!
이런…… 점검을 잊은 건 아니니 걱정 말게나!
[파손된 곳은 없는 듯하다…….]
알리제
유우기리가 없어서 다행이야.
그 사람이 여기 있었으면 해적 형제단하고 실랑이를 벌였을걸…….
[자세히 보니 작은 흠집이 있다…….]
이하나시
안녕하세요. 두목님한테 들으셨겠지만,
제가 조선공 견습생인 이하나시입니다…….
점검하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파손된 곳이 있었나요?
알리제
내가 조사한 곳은 문제없었어.
이하나시
그렇군요. 배의 좌현 쪽에 작은 흠집이 있었다고요.
중대한 사고가 날 위험이 있는지 자세히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수리해 두겠습니다.
히엔
늦어서 미안하네.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서 말이야…….
아무튼 내가 조사한 곳에는 파손된 부분은 없었네.
이하나시
다, 당신은…… 히엔 님 아니십니까?
영주님께 배를 점검하게 하다니!
저, 정말 죄송합니다……!
히엔
아니, 괜찮네.
그대는…… 혹시 도마 출신인가?
이하나시
네, 맞습니다…….
1년 전 반란 때,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버지가
제국으로 끌려갔고, 갈 곳 잃은 저를 해적 형제단이 받아주었죠.
그런데 징집병이 돌아온다면서요?
어쩌면 아버지도 거기 계실지 모릅니다.
저는 이제 해적 형제단에서 나갈 수 없지만…….
???
세키부네의 상태는 어땠나……?
이하나시
두, 두목님……!
좌현 쪽에 흠집이 있다고 하니
당장 가서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라쇼
점검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직접 들어서 알겠지만, 이하나시는 도마 출신이다.
1년 전에 부친이 징병되는 바람에 여기로 오게 됐지.
부친이 살아서 돌아온다면,
그 녀석을 해적 형제단에서 내보낼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협력한 대가로 그들을 돌봐주기 바란다.
히엔
해적 형제단에 들어가면 고향과 가족의 연을 끊어야 한다던데,
그렇게 쉽게 나갈 수 있는 건가……?
라쇼
두목인 내가 허락한다면 가능하다…….
저 녀석을 보고 있으면 25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
규율이라 해도, 고향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지 못했으니…….
나는 가족을 몰살당하고, 그 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이하나시는 아직 해적 형제단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도마에 미래가 있다면 그 녀석을 돌려보내고 싶다.
히엔
알겠네. 제국 때문에 인생을 망친 이는 많아.
얀샤든 홍옥해든 앞으로는 본인이 살고 싶은 곳에
살 수 있도록 협력하겠네.
라쇼
그래, 이견은 없다.
그럼 난 출항 준비를 하겠다.
히엔
이제 포로들을 배로 피난시킬 수 있게 됐다.
자, '귀연관'으로 돌아가지.
탄스이
그릇이 큰 주군인 건 인정하겠는데,
대리 총독님이 제국으로 돌아간 건 어떻게 수습하려나…….
라쇼
출항 준비는 잘 돼가고 있다.
포로를 교환할 때 다시 보자.
알리제
알피노랑 유우기리도 피난 경로 조사를 마치고 왔는데,
알피노가 어쩐지 불안해하는 것 같다더라……. 왜 그럴까?
유우기리
버려진 무인 시설은 어둡고 으스스한 곳이었다.
알피노 공이 좀 불안해하는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인가?
알피노
제국 시설에는 역시 아무도 없었네.
이, 이렇다 할 큰 문제 없이 피난 경로를 조사하고 왔어.
히엔
유우기리와 알피노는 이미 돌아왔더군.
제국 시설에서 피난 경로를 확보했다고 하네.
유우기리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경로를 조사해 두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그곳으로 포로들을 피난시키겠습니다.
히엔
우리도 해적 형제단이 도와준다는 약속을 받아냈네.
이제 포로를 교환하는 일만 남았군.
십육야의 달
히엔
자, 이제 할 일은 다 했네.
우리가 넘길 제국군 장병들의 이송은
하쿠로가 지휘를 맡아주고 있으니…….
우리는 먼저 출발하세.
카스트룸 플루미니스 부근의 강변에서
해적 형제단의 조각배와 합류하기로 했어.
알리제
아사히가 무슨 짓을 꾸미고 있든
뜻대로 되게 하지는 않을 거야.
알피노
아사히의 계략을 모르겠다는 게 좀 걱정되지만,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했으니 괜찮을 걸세.
유우기리
무슨 일이 일어나든 도마의 징집병은 무사히 데려오겠다.
우리 주군의 염원을 반드시 이루어 드리겠다.
히엔
포로 교환은 강 건너편에 보이는 저 시설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대사는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걸까…….
라쇼
드디어 포로 교환의 날이로군.
세키부네의 선장은 해적 형제단의 부두목인 탄스이가 맡았다.
해적 형제단 선장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 모이신 것 같군요.
히엔
음, 그럼 최종 확인을 하지.
포로 교환은 강 건너편에 보이는 저 시설에서 진행된다.
아마도 대사는 뭔가 일을 꾸미고 있을 것이고.
하지만 도마의 징집병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모두 무사히 데려오고 싶다.
만일의 사태가 벌어지면, 유우기리…… 그대에게 피난을 맡긴다!
유우기리
알겠습니다!
알피노
저희 '새벽'도 전력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라쇼
시설의 출구에 세키부네를 정박시키고 기다리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징집병들을 도마 도읍지로 보내주지.
히엔
좋아, 그대들만 믿겠네.
그럼 각자 철저히 준비해서 가자!
아사히
고대하던 날이 드디어 왔군요.
오늘 진행되는 포로 교환은 도마와 갈레말 제국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정말 기쁜 일이죠!
히엔
별일 없이 포로 교환이 무사히 마무리되었으면 좋겠군.
그런데 저 컨테이너에 뭐가 들어있는지 물어봐도 되겠나?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말이야.
아사히
아, 이거요?
지난번에 미처 못 드렸는데, 소소한 선물입니다.
도마가 부흥하려면 물자가 많이 필요할 테니까요…….
히엔
호오, 이렇게 황송할 데가…….
그런 배려까지 해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
교환 대상자는 이미 그쪽으로 넘어간 것 같지만……
사사로운 사건이라 치고, 굳이 토를 달지는 않겠네.
요츠유
그거, 날 두고 하는 소리야?
히엔
요츠유…….
요츠유
그래, 난 요츠유야.
나에우리의 내놓은 자식이자, 사시하이의 과부…….
그리고 도마의 대리 총독!
너희들을 다스리고 착취하는 사람이지!
히엔
……기억이 돌아왔다면, 그대 역시 포로 교환 대상이다.
대사와 함께 제국으로 돌아가겠다면 허락하겠다.
허나, 아직도 자기가 대리 총독이라고 하는 건
허락할 수 없어!
요츠유
큭큭큭…….
반란군 두목 주제에 허세 떨지 마라!
제국에 저항하는 자는 모조리 숙청하라…….
그것이 제노스 님께서 명하신 단 하나의 임무다!
나는 그 임무를 완수하고, 뻔뻔스럽게, 그리고 대담하게
이 진흙탕 같은 나라에 계속 군림하겠다!
이제 이 땅에는 아침이 오지 않으리라.
내 속에 넘치는 어둠에 삼키어, 끝없는 밤의 나라가 되리니,
그곳에는 나만이 빛나리라…… 저 차디찬 달처럼!!
히엔
이 빛은……!?
알피노
……야만신인가!?
아사히
도마인 여자가 야만신을 소환했다.
이건 명백한 협정 위반이니, 포로 교환을 중지하고
서둘러 철수할 준비를 해라…….
막시마
하, 하지만……!
아사히
황제 폐하의 대리인 전권 대사에게 반항하는 거냐?
철수할 준비를 하라고 했다…….
막시마
크윽…… 시행하겠습니다.
유우기리
히엔 님, 피하십시오……!
히엔
그럴 수는……!
여긴 나한테 맡겨!
>지금은 후퇴해야 한다
크윽…… 물러날 때를 놓치지 말라는 건가……?
송구하네…… 다시 한번 그대의 힘을 빌려주게!
우리는 후퇴한다……!
도마인 포로들을 탈출시키는 것도 잊지 마라!
이번에는 한 명도 버리지 않겠다!
유우기리
알겠습니다!
???
역시 네 녀석이 막아서는구나……
이제는 알겠어. 그 진저리나는 빛의 힘을…….
그런데 말이야, 지금 나는 밤의 신이거든…….
백동 거울에서 태어나, 밤과 달을 다스리는
츠쿠요미라고 하지……!
츠쿠요미
이 힘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있어.
너무 미워서 미쳐버릴 것 같은 놈을 죽여버릴 거야…….
너도 그것만은 막지 못할걸.
자, 지난번 내기를 이어서 해볼까…….
도마에 아침이 올지 안 올지, 미래를 점치는 거야!
츠쿠요미
밤새도록 즐겨보자꾸나!
그럼, 장난감을 바꿔볼까…….
이 장난감은 질렸다…… 다음엔 이 녀석을 가지고 놀아봐야겠구나.
제법 하는구나……
하지만 나에게도 오기라는 게 있다!
윽…… 힘이…… 빠져……
아아…… 알겠어………….
내 원한이 아직 부족한 게로구나…….
기어나와라, 망자들아…… 증오스러운 나를 베어라!
그것이 원한의…… 내 힘의 원천이 된다!
[츠쿠요미의 고통이 원념을 불태웁니다……!]
양아버지의 환영
짜증 나는 계집애.
도대체가 도움이 안 돼…….
양어머니의 환영
얘는 재수가 없다니까!
요츠유
그래. 나는 재수가 없지.
저주하고 저주받아 너희를 밤의 나라로 이끄는, 악한 신이니까!
아사히의 환영
부디 화려하게 싸워 주십시오, 누님.
절 위해서요…….
요츠유
비열한 녀석…….
여기가 어디라고 뻔뻔하게 나타나다니…….
밉다…… 모든 것이 밉다!
이곳에 피어나는 월하미인은 나의 적을 데려갈 저승꽃이니……!
제노스의 환영
네 악운도 드디어 끝이 보이는구나…….
요츠유
나를…… 심판하러 왔느냐…….
할 수 있으면…… 해 봐……!
고우세츠의 환영
츠유야, 뒤로 물러나라……!
요츠유
아니……!?
어째서……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고우세츠의 환영
츠유야, 살아야 한다!
살아 있어야 속죄도 하고 은혜도 갚을 수 있어!
요츠유
…………그렇구나.
하지만…… 이미 늦었어…….
이곳에 피어나는 월하미인은 나의 몸을 데려갈 저승꽃이니……!
츠쿠요미
저승꽃이여 어두운 이 세상에 홀로 피어라…….
사람이길 버리고 악한 신이 되어라!
빛이 섞이어 달이 춤춘다!
빛이 차올라 달이 웃는다!
빛이 가려져 달이 흐느낀다!
아아, 나는 아직…….
아직 끝날 수 없다!
이 더럽혀진 손으로 해야 할 일이 있어!
내 악운도…… 여기까지구나………….
아사히
이럼 안 되죠. 마무리가 확실해야지…….
코우진족의 신기와 저희가 선물로 가져온 크리스탈로
즉석에서 불러낸 야만신이지만, 그래도 신은 신이니까요.
왜 그렇게 노려보세요?
야만신은 제국한테도 적이니까
당연히 처치해야 하지 않습니까!
혹시 감정에 이끌려서 절 죽이시겠습니까?
적이었던 여자 하나 때문에, 전권 대사를 죽이려고요?
그건 못하시겠죠!
그런 짓을 했다간, 제국과 도마의 평화는 끝장이니까요!
……아, 이미 끝장났지.
도마인 여자가 야만신을 소환했으니까!
야만신을 소환하지 않는다는 협정을 위반한 거잖아요?
원래 내 자리였어…….
내가 제노스 님의 대리가 돼서 도마를 통치하기로 했었어!
나였으면 실패하지 않았어! 도마를 뺏기지도 않았다고!
제노스 님의 기대를 받을 만한 사람은 나뿐이란 말이야!!
그런데 네까짓 게 감히!
쓰레기! 쓸모없는 것!
너 때문이야!
요츠유
아사히…… 고맙구나…….
복수할 기회를…… 만들어줘서…….
선량함 뒤에 도사리는 사악함…….
구린 일은 덮어버리고…… 더러운 건 따돌리면서……
같잖은 평범함을 지켜온 이 나라 작자들…….
아사히…… 너는……
내가 어떤 일을 당하든, 본 척도 하지 않았지…….
그래서…… 내가 처음으로 증오한 도마 사람이 너야……!
아아, 즐거워라…….
내 뱃속은 텅 빈 줄 알았는데……
이제 조금…… 채워졌나봐…….
해냈어……. 끝냈어……. 복수를…….
너한테 쓸…… 마지막 힘…… 남겨두길……
잘했어…….
표정이…… 왜 그래…….
도마 사람들을…… 실컷 괴롭힌…… 악당이 죽는데……
더 기뻐해야…… 하잖아?
>고우세츠가 슬퍼할 거야
기쁘긴 한데……
그…… 영감 말이야……?
아아…… 그 감…… 맛있게…… 먹었을까………….
허억……헉…… 제노스 님…….
아사히
실례하겠습니다!
부르셨습니까, 제노스 전하!
제노스의 얼굴을 한 남자
아사히, 너는 도마 출신이었지.
아사히
앗, 예!
제 이름을 기억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뭐든 명령만 내리십시오!
제노스의 얼굴을 한 남자
음.
너를 황제 폐하의 대리인 전권 대사로 임명하겠다.
도마로 가서 평화 협상을 지휘해라.
아사히
펴, 평화……라고 하셨습니까?
제노스의 얼굴을 한 남자
그렇다.
그리고 거기서 대리 총독 요츠유를 찾아내야 한다.
아사히
누님이 살아 있습니까?
명령이시라면, 반드시……!
제노스의 얼굴을 한 남자
지금부터 네게 신을 소환하는 비법을 전수하겠다.
요츠유를 찾아서, 그 비법을 가르쳐라.
그 여자에게 신앙심이라고는 조금도 없겠지만,
수많은 신이 살아 숨쉬는 동방 출신이니 매개체로는 쓸 수 있을 거다.
붉은등의 신기와,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으면 신 하나쯤 불러내겠지.
물론 실패하면 자기 몸에 깃든 야만신의 포로가 되어
소원에 사로잡힌 망자로 전락하겠지만 말이다.
아사히
전하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셨을 때부터
저는 은혜를 갚을 날만을 꿈꿔왔습니다…….
명령을 수행하는 데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습니다.
다만, 야만신을 한 마리 소환시킨다고 해도
도마 반란군에는 야만신을 잡는 영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전하께서 생각하시는 계획의 참뜻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제노스의 얼굴을 한 남자
흠…… 한탄스럽게도,
이 제도에서까지 민중파 같은 나약한 놈들이 세력을 넓히고 있다지.
놈들에게 야만신의 위험성을 다시금 알려줘야 하지 않겠나.
네가 나의 오른팔이 되어 경종을 울려라.
진정으로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할 수 있겠나?
아사히
제가…… 전하의 오른팔……!?
네……! 해내고야 말겠습니다! 반드시!
아사히
제노스 님…… 나의 주인……!
그분이…… 네 녀석을…… 반드시………….
히엔
무사한 것 같군!
고우세츠
……가……버렸구나…….
이것이 천명이라면, 너무…… 너무 가혹하오…….
히엔
요츠유와 함께 대사도 죽었다.
그대가 무사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이제 제국과의 평화는 물거품이 됐군…….
막시마
기다려주십시오!
히엔
흠……? 도망간 줄 알았네만…….
막시마
끝까지 지켜보는 것도 제 역할이기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아사히 대사는 아까 일어난 야만신 소환이 협정 위반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제가 보기엔………….
난 과거를 봤다
>제노스가 흑막이다
네……? 제노스 전하의 명령이었다고요!?
이게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초월하는 힘……
과거를 보는 힘입니까!?
히엔
잠깐, 제노스가 살아 있다고?
그자는 신룡이라는 야만신의 힘을 얻고도 결국 패배해서
알라미고의 공중정원에서 자결하지 않았는가……!
내 눈으로 직접 그자의 주검을 확인했네!
막시마
외람된 말씀이지만, 전하께서는 돌아가시지 않았습니다……!
제가 출발하기 전에 제노스 전하를 뵙고 왔습니다.
부상은 당하셨으나, 알라미고에서 귀환하셔서 지금 요양 중이십니다.
알피노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제노스는 분명히 죽었고, 매장까지 했는데!
막시마
……아무래도 절 속이는 것 같진 않군요.
가령 누군가가, 이미 숨진 제노스 전하로 위장하여
제국 중심부에 잠입해서 도마와의 평화를 방해하는 거라면……
이건 저희에게 있어서도 중대한 사건입니다.
히엔
그러면 포로 교환 건은 어떻게 할 텐가?
도마 징집병들은 벌써 탈출시키긴 했지만……
우리는 아직 제국인 포로들을 반환할 의사가 있네.
막시마
저는 평화를 바라는 민중파입니다.
아사히 대사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셨으니,
부관인 제게 포로 교환을 마무리 지을 권한이 있습니다.
히엔
그럼 당장 진행하세.
양국에 평화의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도록…….
막시마
감사합니다, 히엔 님.
그럼 저는 돌려받은 포로들을 비공정에 태우는 즉시
본국으로 돌아가서…… 이번 일의 진상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히엔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드네.
부디 조심하게…….
알피노
가실 때, 저도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
알리제
잠깐, 알피노!?
알피노
죽은 줄 알았던 제노스가, 아사히에게
야만신을 소환하는 방법을 전수했다면
거기에는 아씨엔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아.
아씨엔은 육체 없이 영혼으로만 이루어진 존재지…….
우리의 경험과 지식이 없으면 대항하기 어려울 거야.
안 그래?
막시마
그 아씨엔이라는 자들에 관한 지식을
저희에게 가르쳐주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면 물론 환영합니다만…….
히엔
위험을 각오하고 제안하는 것 같군.
목숨을 걸 만한 사명이다, 그리 생각하는 건가?
알피노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그와 함께하며, 모든 행동을 지켜보았습니다.
제가 가진 힘은 그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연을 맺게 하는 일이라면
저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한때 적이었던 상대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잘 다녀와!
>넌 할 수 있어
히엔
음, 그럼 이렇게 하지.
알피노, 그대를 우리 도마의 정식 사절로 임명하겠네.
그 신분이라면 그냥 여행자로 가는 것보다는 안전하겠지.
알리제
……알았어.
말려봤자 듣지도 않을 거고, 갔다 와.
그래도 너무 위험한 일은 하면 안 돼……!
알피노
고마워…….
그럼 다녀올게.
알리제
알피노도 참…….
한번 말을 꺼내면 안 듣는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어…….
유우기리
고우세츠는 아직 몸이 안 좋은데도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설마 죽은 요츠유를 보게 될 줄은…….
한심하게도, 난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더군.
히엔
대사의 꿍꿍이가 야만신 소환이었다니 꿈에도 몰랐지만
그대가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이었다.
야만신을 토벌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요츠유가 제 손으로 야만신을 소환하다니…….
고우세츠는 말없이 가버렸지만, 그 심정도 알 만해.
유우기리
고우세츠는 직접 저어온 조각배를 타고 도읍지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징집병들도 대부분 해적 형제단의 세키부네로 탈출시켰습니다만,
미처 피난시키지 못한 자들이 있어 강변에서 대기하라 일렀습니다.
히엔
좋다. 그들과 함께 도마 도읍지로 돌아가기로 하지.
다 함께 징집병들이 돌아온 기쁨을 나누자.
히엔
얼마나 기다려왔던 광경인가…….
이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다 그대 덕분이야.
고우세츠
다들 여기 계셨소이까…….
알리제
고, 고우세츠!?
유우기리
그 머리는 설마……!
고우세츠
칼도 제대로 들 수 없는 늙은 몸으로는
작은 주군을 보필하기도 힘들 테니 말이외다.
머리를 밀고 승려가 되어 여행을 하면서,
모든 희생자들의 혼을 애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오.
히엔
모든 희생자……라고.
>잘 다녀와, 고우세츠!
가지 마, 고우세츠!
고우세츠
핫핫핫!
그렇게 홀가분하게 보내준다면,
본인의 발걸음도 가벼워지겠구려.
히엔
알피노를 보내고 왔더니 이번엔 고우세츠 차례인가.
다들 자기가 나아갈 길을 잘도 찾아내는군그래.
이거,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는걸.
고우세츠
작은 주군이라면 좋은 나라로 가는 길을 찾아내실 겁니다.
말 한마디 없이 출가하는 길을 선택한 것은
이 고우세츠가 마지막으로 억지를 부린 것이라 여겨주시지요.
히엔
암, 그러지!
고우세츠……
나는 항상 백성들과 함께하면서
어린아이들이 웃으며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네!
고우세츠
그것이 남을 원망하기만 하다 간
그 애의 넋을 달래는 일이기도 하겠지요…….
그럼, 이만 가보겠소……!
알리제
고우세츠가 떠나서 적적해지겠네…….
아 참, 그 해적 형제단의 조선공 견습생 말이야.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온 것 같던데, 말 걸어보는 게 어때?
유우기리
고우세츠가 승려가 되겠다고 한 건 놀랐지만
무사장답게 당당한 마무리였다고 생각한다.
그가 빠진 자리는 내가 어떻게든 메워야겠지…….
이하나시
당신은 히엔 님과 세키부네를 점검해주셨던 분이죠?
덕분에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셨어요!
게다가 두목님께서 해적 형제단에서 나가도 된다고 하셔서……
저는 이제 아버지와 도마에서 살 거예요!
이런 날이 오다니 꿈만 같습니다……!
히엔
……후우.
가버렸군…… 고우세츠…….
그나저나 그대들한테는 정말로 신세 많이 졌네!
정식으로 감사 인사를 하고 싶으니 '귀연관'으로 와주게.
귀연관 문지기
히엔 님의 저택 '귀연관'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
알리제
이제 도마도 좀 조용해지겠지.
돌아가서 모두에게 이야기할 거리가 너무 많아.
유우기리
고우세츠는 히엔 님이 어릴 때부터 검을 가르쳤던 스승이다.
웃으며 떠나 보내시긴 했으나, 그 마음은 헤아리고도 남지.
히엔
그대들이 최선을 다해준 덕분에 징집병들이 무사히 돌아왔네.
이제 부흥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테지.
진심으로 감사하네……. 정말 고마워.
아사히 배후에 있는 제노스를 사칭하는 존재가 마음에 걸리지만,
이 건에 관해선 알피노의 연락을 기다릴 수밖에 없겠지.
당분간은 고우세츠에게 자랑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전념하겠네.
그가 떠났으니 하는 말인데,
고우세츠가 기억을 잃은 요츠유를
애지중지 보살핀 데는 남모를 사정이 있어…….
25년 전…… 고우세츠는 제국의 침공으로 부인과 딸을 잃었다네.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요츠유를 보고
죽은 딸의 모습을 떠올렸을 테지.
고우세츠는 가족을 잃은 뒤로
도마에 자기 인생을 모두 바쳐주었네.
알다시피 기력을 다해 쓰러질 때까지 말이야…….
세상을 떠난 딸 대신이 될 순 없겠지만
나는 고우세츠가 츠유와 함께
남은 생을 평화롭게 살았으면 했네…….
유우기리
요츠유의 죽음이 천명이었다고 한다면……
왜 하늘은 그녀를 살리고…… 기억을 앗아 갔을까요……?
히엔
…………글쎄…… 모르지.
하늘의 뜻을 어찌 알겠나…….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네.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츠유라는 여자가 분명 존재했었다는 것.
그리고 고우세츠와 츠유는
작지만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것을…….
그대들한테는 정말 신세를 많이 졌다.
도마에 관해서는 이제 걱정 말게나.
제국으로 떠난 알피노가 무사하길 빌겠다.
유우기리
고우세츠는 떠났지만, 마지막 작별이 아니니까.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월하의 꽃
알리제
자, 이제…… 도마도 안정된 것 같으니,
우리도 가볼까?
당신이 제노스를 봤다는 게 마음에 걸려.
일단 알라미고로 돌아가서
랄거의 손길에 있는 '리세'한테 알리자.
메나고
현재 칼리아나파에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습니다.
감시 체제를 구축하면서 전후 처리도
제대로 진행해야겠지요.
리세
리오넬! 알리제도 왔네!
동방에서 돌아왔구나.
어……? 그런데 알피노가 안 보이네?
알리제
다녀왔어, 리세.
들으면 놀라겠지만, 알피노는 제국으로 갔어.
죽은 줄 알았던 제노스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거든.
리세
뭐라고!?
잠깐만,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그럴 리가…… 제노스는 분명 우리 앞에서……!
그런데 제국에서 살아있다고……?
알리제
나도 내 귀를 의심했지만 사절단 사람도 제노스를 만났다고 하고……
리오넬이 초월하는 힘으로 과거를 봤을 때
그자의 모습이 있었대.
>분명히 제노스였다
제노스는 살아있다
리세
아무리 리오넬이 봤다고 해도……
그자는 죽었고, 그 시체는 묘지에 매장했어!
분명 다른 사람이 대역을…………
메나고
그, 그런데……
전에 제노스의 무덤이 훼손된 적이 있었잖아.
???
이봐,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리세
산크레드!
웬일로 여기에 왔어?
산크레드
알피노의 부탁으로
제염촌의 부흥 지원 사업을 돕고 있었거든.
돌아가는 길에 리세 얼굴이나 보고 갈까 해서 들렀는데……
제노스가 살아 있다고?
그런 의혹이 있다면 일단 그 자식이 매장된 무덤을
조사해봐야 하는 거 아냐?
리세
맞아. 살아있다는 걸 부정하더라도 확인은 해야지.
하지만 조사 목적이라곤 해도, 무덤을 파헤치는 일이니까
오가는 사람이 없을 때 하는 게 좋겠어.
메나고
제노스가 매장된 곳은
기라바니아 호반지대의 '핏빛골 묘지'야.
민심을 고려해서 묘비명도 없고 눈에 잘 띄지도 않아…….
리세
그럼 우리가 가서 확인하고 올게.
나고는 내가 없는 동안 이곳 지휘를 부탁해!
메나고
제노스가 매장된 곳은
기라바니아 호반지대의 '핏빛골 묘지'입니다.
민심을 고려해서 묘비명도 없고 눈에 잘 띄지도 않아요…….
알리제
무덤이 많이 있지만, 제노스의 무덤만큼은
꽤나 외딴곳에 만들었구나…….
산크레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지만……
어디 확인해보자고.
리세
이게 제노스의 무덤이구나…….
전에 훼손돼서 묘석이 더럽혀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깨끗하게만 해놓으라고 지시했었어.
산크레드
그 말은, 당시에 관을 열어서 속까지 확인했는지는 모른다는 거군.
역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 어쩔 수 없어.
어찌 됐든 사람들 눈에 띄어서 좋을 건 없어.
주변을 잘 살펴보면서 열어보자…….
산크레드
이거, 장난이라기엔 너무 심한데…….
관 속이 텅 비어 있어…….
알리제
이럴 수가…….
그럼 역시 제노스는…….
리세
시체가 없다니…….
정말 제노스가 부활이라도 했다는 거야?
산크레드
……아직 단정 지을 순 없어.
대역을 미리 준비해놓고 살아있다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공작원한테 시체를 처분하라고 시켰을지도 모르니까.
무엇보다 알피노가 의심했던 것처럼
배후엔 아씨엔이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녀석들은 내 몸을…….
리세
아씨엔이 제노스의 몸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지?
산크레드
그래, 맞아…….
난 무덤을 원래대로 해놓고
제노스를 매장한 사람을 찾아서 물어볼게.
이렇게 되면 매장할 때 시체가 있었는지도 의심스러워…….
그리고 애당초 정말 죽었는지도 철저히 파헤쳐 봐야겠어.
리세
난 라우반 님에게 이 건을 보고할게.
랄거의 손길에 있을 테니, 뭔가 알아내면 바로 연락해줘…….
알리제
도마 쪽이 해결된 줄 알았더니
빨리도 새로운 문제가 생겨버렸네.
'새벽' 사람들한테도 보고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까
오랜만에 '돌의 집'으로 돌아가자.
알리제
일단 위리앙제한테는
링크펄 통신으로 정보를 공유했어.
야슈톨라도 바로 이쪽으로 온대.
야슈톨라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그럼, 무슨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줄래요?
그랬군요.
증거가 없으니 추측밖에는 할 수 없지만,
저도 아씨엔이 제노스의 시체를 차지했다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알피노도 참 과감하군요.
적진일 뿐만 아니라 아씨엔이 있을지도 모르는 제국에
혼자서 갈 생각을 하다니…….
알리제
무모하다는 점에서 남 말 할 입장은 아니지만,
역시 걱정돼…….
……하지만 지금은 무사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어.
그저 바랄 수밖에…….
[한편 갈레말 제국, 제도 마도성]
바리스 조스 갈부스
……야만신의 존재는 허용할 수 없다.
분명 그렇게 말했을 텐데?
제노스의 얼굴을 한 남자
물론 기억하고 있고말고…….
하지만 야만신은 그 영웅이 처리했다.
소환자는 죽고, 다시 소환될 염려도 없지.
다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
사태는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으니 아무 문제 없다.
걱정할 것 없다…….
내 소원은 별을 구원하는 것이니까…….
루가딘족 투사
응?
이런 폐기 병기 집하장에서 뭘 하고 있나?
대답해! 수상한 녀석 같으니…… 넌 누구냐!
아니, 이봐……!
으악!
외날검을 든 투사
누구냐고……?
글쎄, 과연 나는 누구일까?
미래 따위는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난 죽음조차 초월한 것 같군.
그렇다면 모든 것을 되찾고,
더 강한 힘을 얻어, 다시 그 녀석과………….
알리안
할아버지도 참……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도마 사람들이 조만간 귀향할 거라고 생각하시고는
울적해지신 모양이야.
리올
나는 에오르제아에서, 알피노는 동방에서
제국의 내부 사정을 살피고 있었는데 별다른 성과가 없었어…….
외부에서 정보 수집을 하는 데에 한계를 느끼던 참이야.
그렇다고 제국 본토로 가다니 무모한 것도 정도가 있지…….
그런 점이 싫지는 않지만 말야.
빛바랜 바위
요즘 꽤 힘든 임무가 많아서요…….
살아 돌아와서 이렇게 평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큰 보상이지요.
에페미
임무를 나갔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왔어요.
오랜만에 돌의 집이 떠들썩하네요.
애노어
지금 이질도르 씨 앞에서는 신나게 떠들 수 없죠.
뒤에 있는 황토 바위한테서 뜨거운 형제애가 느껴지지만……
크으, 참아야 하느니라……!
클레멘스
저희는 임무에 나가느라 이곳을 자주 비워요.
누군가 새로운 말상대를 찾게 되면 좋으련만…….
이질도르
호우메이 공이 웃으며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쁘지만 묘하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오…….
머지않아 헤어질 거라 생각하면…….
황토 바위
혼자서 제국에 들어가다니,
알피노 씨도 빛바랜 바위 형님 못지않은 '사나이'군요!
쿨테네
알피노 씨는 대담한 결단을 내린 모양이군요.
저도 '새벽'의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야슈톨라
알피노도 참 과감하네요…….
그런 게 바로 젊음……이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