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동방
선주와의 거래
알리제
지금의 내가 할아버지가 하신 것과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흉내는 낼 수 있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서 묶어주는 일 정도는…….
그런데 유우기리의 고향인
도마는 멀리 동쪽 끝에 있는 동주 오사드 대륙이잖아.
거기까지 대체 어떻게 가려고?
알피노
내게 생각이 있어.
이미 내 연락을 받고 타타루가 움직이고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내게 맡겨.
문제는 원정 멤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인데
에오르제아 동맹군과 알라미고 해방군을 지원하는 일도 그렇고
아직 혼수상태인 야슈톨라도 걱정이 되는군……
쿠루루
그럼 내가 남을게.
어차피 처음부터 나를 지명할 생각이었지?
알피노, 굳이 상대방이 먼저 말하게 해야겠니?
난 이미 '새벽'의 일원이자 네 동료야.
솔직하게 부탁하는 편이 이 누나는 마음이 편하단다.
알피노
미, 미안합니다. 그럼 야슈톨라를 잘 돌봐주세요.
지원 임무는 아렌발드 일행과 협력하면서
그때그때 대응해 주시겠습니까?
쿠루루
나만 믿어.
그러니까 너희는 걱정 말고 동방에 잘 다녀오렴!
알피노
네, 감사합니다.
그럼 리오넬, 리세, 알리제.
우선 '림사 로민사'…… 해양도시가 우리의 다음 목적지다.
리세
림사 로민사는 야슈톨라 담당이어서
나는 임무로도 거의 와 본 적이 없어.
알리제
산크레드와 위리앙제에게는
오는 길에 링크펄 통신으로 정보를 공유해 뒀어.
두 사람 다 놀라긴 했지만 우리의 선택에 찬성했어
알피노
자, 다 모였나.
타타루가 배 주인을 데려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군…….
리세
배 주인이라면…… 역시 바다를 통해서 갈 생각인가 보네.
아, 멜위브 제독님께 부탁해서
흑와단의 배를 빌리려는 거구나?
알피노
그래, 그래서 배가 필요하네.
비공정으로는 동방까지 너무 멀어서 갈 수 없어.
항로 대부분이 제국 지배령이라 연료 보급도 못 하고.
다만 배를 빌리는 건 흑와단이 아니네.
림사 로민사의 군선이 동방으로 출항하면
쓸데없이 제국군의 주의만 끌게 될 테니.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타타루가 배 주인을 데려왔군.
타타루
다들 기다리셨죵?
배 주인인 카르발랭 님을 모셔 왔습니당!
알리제
카르발랭이라고!?
림사 로민사의 3대 해적인 '백귀야행'의 두목이잖아!
알피노, 해적과 손을 잡겠다는 거야!?
카르발랭
그 유명한 '새벽'이 나한테 무슨 볼일인가 와봤더니
아직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가 봅니다……?
이래서는 거래는 커녕 아무 얘기도 못 하겠는데요?
알피노
제 동생이 결례를 범했군요…… 카르발랭 '경'.
알라미고 해방을 지원하기 위해
저희 '새벽의 혈맹'은 동방 원정을 검토 중입니다.
먼저 저희 사정을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카르발랭
그랬군요……. 하긴 저희 '백귀야행'은
향신료 무역을 위해 동방의 바다를 수없이 드나들죠.
동방 항해 경험은 우리가 제일 많을 겁니다.
알리제
향신료 무역은 무슨…….
실제로는 무역선을 덮치는 해적질이겠지.
카르발랭
오 이런, 저희는 사략선 면허를 가진 합법적인 조직입니다.
사업으로서 위험을 감수하여 이익을 얻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새벽'에 협조하면 저희가 득 볼 게 있나요?
타타루
후후훗…… 이 타타루가 우연한 계기로
오랫동안 성도 이슈가르드에서 지낸 적이 있었는데용.
그때 사대 명가에 계신 분들과 친해졌답니당.
귀족 사회에는 소문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용.
저도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용.
예를 들면…… 명문 귀족의 후계자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소문이라든가…….
카르발랭
크크크크크……
……하하하하하!
재미있는 아가씨군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셨으니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새벽'에게 은혜를 베풀어 둬도 나쁠 건 없죠.
제국의 관할 아래에 있는 도마에 직접 입항할 순 없겠지만
가까운 항구 도시…… '동쪽 나라'의 무역항 '쿠가네'까지는
제 배 '고난호'로 모셔다드릴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먼 바다로 나간다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출항하기 전에 여행 준비를 단단히 해 두십시오.
타타루
20년 전에 성도의 명문인 뒤랑데르 가의 후계자가
견문을 넓히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가 실종되었대용.
만약 그 아이가 살아 있다면?
그런데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뭐 그런 거예용.
리세
잠깐, 뭐야…… 이게 무슨 상황이야?
무슨 해적이 저렇게 고분고분해?
알리제
어이없어…… 대해적의 약점을 잡고 이용하겠다는 거야?
알피노랑 타타루가 이슈가르드에서
귀족 뺨치는 권모술수를 배워 온 모양이네.
알피노
이슈가르드에서 모은 정보가
이런 곳에 쓰일 줄은 몰랐지?
그저 할 얘기가 있으니 불러달라고 부탁했을 뿐인데
천하의 대해적을 순한 양으로 만들다니…….
타타루의 무서운 일면을 본 것 같군…….
도마의 이야기꾼들
알피노
아무튼 동방까지 타고 갈 배를 확보해서 다행이군.
출항하기 전까지 카르발랭 씨가 말한 대로
긴 여정에 대비해서 우리도 준비를 해 두세.
우선 나와 타타루는 필요한 물자를 사 두지.
알리제는 위리앙제에게 연락해서 정보를 공유하면서
동방 원정을 간 동안 지휘 체계를 어떻게 할지 다시 확인해줘.
알리제
알았어.
나한테 맡겨…….
그럼 리오넬이랑 리세는?
알피노
두 사람은 망자의 종소리로 가주게.
개척단에 소속된 도마 난민들에게 물어서
그들의 고향에 대해 정보를 모아주었으면 하네.
도마를 비롯한 동방 지역은 우리에게 미지의 땅이다.
기본적인 지식은 갖추고 가는 편이 낫겠지.
각자 맡은 일을 끝내면 여객선 부두에 모이세.
리세
알겠어!
그럼 가자, 리오넬.
리세
그럼 정보를 모아 보자.
망자의 종소리 개척단에 있는 도마 난민은
한두 명이 아닐 테니까…… 흩어지는 게 좋겠다.
난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랑 로웨나 기념회관 쪽을 맡을게.
리오넬은 '돌의 집'을 맡아줘.
끝나면 다시 여기서 만나!
이질도르
호우메이 님의 고향이 평화를 되찾으면
함께 온천 순회라도 하고 싶다네.
호우메이
아이고, 도마 해방을 위해 동방 원정을?
그래서 우리 고향에 대해 알고 싶단 말이지…….
그래, 이 호우메이가 도마에 대해 알려주고말고.
도마는 동주 오사드 소대륙의 내륙부에 있지.
'무이강'이라는 큰 하천이 흐르는 얀샤의 땅을 다스리는 나라라네!
하지만 25년 전에 제국이 침공하면서…… 으으음.
한때는 수많은 배가 웅대한 무이강을 오갔다만
지금은 제국군이 봉쇄해서 강물만 하염없이 흐르고 있지.
에페미
타타루가 자리를 비웠을 땐 내가 연락 담당이야.
책임이 막중하니까 자연스레 힘이 들어가네.
히기리
오랜만입니다, 리오넬 님.
오늘은 어쩐 일이세요?
네? 새벽 여러분이 동방 원정을 떠나신다구요?
그래서 도마에 대해 물어보고 다니시는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간략하게 말씀드릴게요.
제국은 25년 전에 도마를 침략했습니다…….
그때부터 식민지로서 지배를 받아왔지만 제국의 내란을 틈타
저희 닌자와 무사들은 옛 주군 밑에 모여 맞서 싸우기 시작했지요.
파죽지세로 반격해서 한때는 도마 성까지 탈환했습니다만
적장 제노스가 이끄는 제XII군단이 파견되자 전세가 뒤집혔죠…….
그리고 지금 우리 고향은 여전히 제국의 탄압을 받고 있습니다.
도우와레
나도 동방쪽 싸움에 참가하고 싶어.
하지만 유우기리 님께서는 개척단 사람들을
지키라고 명령하셨지…….
호우잔
아이고, 이게 누구야…….
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그렇군, 유우기리 님의 뒤를 쫓아 도마로 간다고…….
동방에 처음 가 보면 당황스러운 일도 있을 거야.
나 같은 사람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말해 주지.
우리 나가에 가문의 조국인 도마는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지.
나라의 상징인 도마 성에는 식민지 총독부가 들어서서
수많은 마도 병기를 배치한 제국의 거점이 되어 버렸어.
즉, 반란의 성패는
도마 성의 탈환 여부에 달린 셈이지.
리세
나도 마침 정보 수집이 끝났어.
어르신들께서 도마에 관한 얘기 말고도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끊임없이 말씀하시더라.
아무래도 동방에서는 예의범절이 중요한 모양이야.
젓가락 쓰는 법도 배우고 가라는데 겨우 빠져나왔어…….
……그쪽은 성과가 있었어?
그렇구나……. 큰 강이 기른 무사와 닌자의 나라…….
상징인 도마 성은 제국군이 들어앉아 거점으로 삼았다고.
유우기리네가 되찾으려는 나라는 그런 곳이구나…….
대양으로 출정하다
리세
어쨌든 도마에서 온 사람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정보 수집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제 '림사 로민사'로 가자.
'여객선 부두'에서 다시 모이기로 했었지?
백귀야행 갑판원
우리 배의 이름은 '고난호'다.
목표로 정한 배에 반드시 고난을 안겨 주는 최강의 배지.
아무도 이번 항해를 방해하지 못할 거다.
타타루
옷부터 식량까지 긴 여행길에 필요한 물건은
전부 다 사 왔습니당!
이 타타루가 '새벽' 최초의 동방 원정을 성공으로 이끌게용!
리세
타타루는 이럴 때 참 믿음직스러워.
알리제
보급품 없이는 승리도 없다. 전투의 상식이지.
타타루는 말하자면 '새벽의 혈맹'에서 생명선 같은 존재야.
알피노
수고했네, 리오넬.
망자의 종소리에서 정보를 많이 수집한 모양이군.
입수한 정보는 선상에서 들려주게.
경유지인 '쿠가네'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리니까
천천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걸세.
출항 준비도 끝난 모양이군.
거기 있는 '백귀야행 갑판원'에게 말을 걸면
배까지 안내해 준다고 하니 어서 배를 타세.
백귀야행 갑판원
그래, 출항 준비는 다 됐다.
우리 배 '고난호'는 이쪽이야…….
부두까지 따라와라.
위리앙제
늦지 않아 다행이군요…….
알리제
어? 위리앙제.
배웅하러 와줄 줄은 몰랐네.
위리앙제
머나먼 동방으로 대항해를 떠나는 여러분께
시를 하나 선물해 드리고자 찾아왔습니다.
"해 돋는 곳에서 태어난 붉은 빛은 열화가 되어
해 지는 곳에서 태어난 푸른 빛을 삼킬지니"
알리제
왠지 불길한 시인데…….
위리앙제 특기인 예언시야?
위리앙제
동방에 전해내려오는 오래된 시의 한 소절입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재난을 피할 수도 있다지요…….
그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알리제
빙빙 돌려 말하는 데엔 선수라니까…….
그래도 뭐, 위리앙제 식 선물이라고 생각할게.
위리앙제
알리제 님, 당신께는 다른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동방 여행길에서는 이것을 쓰시지요…….
알리제
예쁜 세검이네……. 이걸 나한테 준다고?
위리앙제
에테르 검은 무기로서는 훌륭하지만,
성장 중인 당신의 몸에 주는 부담도 큽니다.
특별히 제작한 물건이니 호신용으로는 충분할 겁니다.
알리제
마법으로 내 에테르 파장에 맞춘 거구나?
손에 착 감긴다……. 고마워.
카르발랭
자, 승객 여러분, 슬슬 출항했으면 합니다만…….
지금 불어오는 좋은 바람을 놓치고 싶지 않군요.
알리제
이제 가야겠다…….
그럼 또 봐, 위리앙제……. 뒷일을 부탁할게.
산크레드한테도 안부 전해주고.
카르발랭
바람도 파도도 아주 좋습니다.
우리 사랑스러운 '고난호'도 상태가 좋군요…….
동방까지는 긴 여행이 될 테니
긴장 푸시고 선실에서 푹 쉬십시오.
이 흔들림은……!?
백귀야행 갑판원
두목…… 이상합니다…….
바람도 잔잔하고 조류도 멈춰 있는데
배가 끌려가고 있습니다!
카르발랭
끌려간다고!?
백귀야행 갑판원
네. 그래서 혹시 '그것'이 나온 게 아닌가 하고
선원들이 하도 떠들어대서…….
카르발랭
그럴 리가…….
어쨌든 갑판으로 올라가지요.
영웅님, 당신도 와주시겠습니까?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군요…….
백귀야행 갑판원
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카르발랭
이 해류는…….
알피노
무슨 일인가요?
카르발랭
……배가 말을 안 듣습니다.
바람도 거의 없고 해류도 멈춰 있는데
뭔가에 끌려가기라도 하듯 배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알리제
이 배에는 청린기관이 실려 있죠?
누군가 동력을 멋대로 조종하는 건 아닐까요?
카르발랭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청린기관은 멈췄습니다…….
동력을 써서 원래 항로로 돌아가고 싶은데
지금 상태로는 수리조차 불가능합니다.
백귀야행 갑판원
두, 두목. 이거 혹시 정말로 그놈이…….
알피노
잠시만요, 아까부터 말씀하시는
'그놈'이 대체 뭡니까?
카르발랭
아, 그냥 시시한 미신입니다.
'바다늑대족' 뱃사람들에게 알려진 전설인데, 죽은 여자의 영혼이
사내들을 유혹해서 배를 유인한 후에 난파시킨다나 뭐라나…….
알피노
마, 마, 마, 말도 안 돼……!!
알리제
질렸다…… 바보 아냐……?
자연 현상도, 조종에서 실수한 것도 아니라면
어떤 생물 아니면 그 비슷한 존재가 개입했다는 말이잖아.
죽은 자의 영혼은 둘째치고
사령술이나 매료술에 통달한 세이렌족 생존자나
정신 조작 마법이 특기인 요마를 의심해봐야 하지 않아?
그렇다면 해결책은 단 하나!
이대로 얌전히 끌려간 다음
도착한 곳에서 범인을 찾아 쓰러뜨리면…… 만사 해결!
카르발랭
흠, 논리적인 추측과 정확한 전술이군요.
하나만 덧붙이자면 범인이 누구든 배를 빼앗기지 않도록
'고난호'를 지킬 사람도 필요하다는 점일까요…….
알리제
그렇네……. 배는 나랑 리세가 지킬게.
리오넬은 배후의 정체를 밝히고 해치워줄래?
좋아, 결정됐어!
누군지는 몰라도, 우리 앞길을 방해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백귀야행 갑판원
나도 진짜로 전설을 믿는 건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 배가 이상하게 움직이면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되잖아?
카르발랭
저 엘레젠족 아가씨는…… 알리제 양이라고 했던가요…….
아직 젊은데 지력과 담력을 겸비한 분이군요.
지금부터 갈고닦으면 좋은 해적이 될 겁니다.
리세
타타루한테는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고 말해 뒀어.
전투가 벌어지면 위험하니까.
알리제
알피노는 옛날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해.
다 컸는데도 저러니 너무 웃기네.
알피노
나, 난 동요한 적 없어!
아주 침착하다고!
[세이렌 호 공략 완료]
알피노
무사했구나!
카르발랭
괴물을 처리해주셨군요.
'고난호'도 무사히 수리를 마쳤습니다.
이제 다시 항해할 수 있을 겁니다.
알피노
어휴, 더는 바다의 괴담 같은 건 겪고 싶지 않아.
어서 이 섬을 떠나도록 하지.
머나먼 동쪽의 오사드 소대륙
그 동쪽 바다에 위치한 섬나라, 동쪽 나라――
오랜 세월 쇄국을 이어온 이 나라에서
유일하게 바깥 나라와 통하는 항구 쿠가네
화려하게 꾸며진 아름다운 항구 도시에서
우리는 다시 한 걸음 나아가게 된다
알리제
그나저나 굉장한 풍경이네.
알록달록한 게, 마치 색깔이 홍수를 일으킨 것 같아.
리세
항구도시라길래, 림사 로민사 같은 곳을 상상했는데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어.
타타루
배 위에 너무 오랫동안 있었더니
지금도 흔들거리는 것 같아용.
알피노
휴우…… 역시 바닥이 흔들리지 않아서 좋군.
오랜만에 육지에 올라오니 새삼 감사하게 되네.
백귀야행 갑판원
로렐라이 건으로 신세를 졌군.
너의 무용담은 뱃사람들에게 대대손손 전해질 거다.
카르발랭
드디어 도착했군요.
여기가 쿠가네…… 쇄국 정책을 펼치는 '동쪽 나라'에서
유일하게 외국 선박에게 개방된 항구도시입니다.
예상치 못한 방해꾼이 도중에 나타나긴 했지만
당신 덕분에 '고난호'는 침몰 위기를 넘겼습니다.
이렇게 무사히 도착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해서 다행이지만
저는 선장으로서 돌아갈 일도 생각해야 합니다.
쿠가네에서 기다리는 자
알피노
자, 머나먼 동방까지 이렇게 왔다만……
한가하게 관광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네.
어서 도마 해방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야 해.
알리제
도마와 이곳 사이에 내해가 있는 걸로 아는데.
바다를 건널 방법부터 찾아볼까?
알피노
카르발랭 공.
저희보다 먼저 도마로 떠난 동료가 있습니다.
혹시 다른 뱃길이 또 있습니까?
카르발랭
흠…….
요즘 같은 정세에 도마로 가려면
이 쿠가네는 반드시 경유해야 합니다.
알피노
그렇다면 도마로 갈 수단을 알아보면서
유우기리 공과 고우세츠 공의 흔적도 같이 찾아야겠군.
해방 운동에 가세하려면 반드시 그들과 합류해야 하네.
문제는 어떻게 그들을 찾느냐인데…….
타타루
정보 수집은 이 타타루만 믿으세용!
이슈가르드에서 쌓은 경험을 제대로 활용할 때가 왔네용!
카르발랭 님, 이 근처에 혹시 주점이 있나용?
카르발랭
주점이라면 바로 옆의 큰 건물에 있지요.
쿠가네에서 가장 유명한 '시오카제 정'…….
배를 타고 온 사람이든 타러 갈 사람이든
저기서 잠시 쉬어 가는 게 이곳의 관습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쯤에서 실례하겠습니다.
물과 식량을 다시 채우는 대로
돈을 벌어야 하니 말입니다…….
알리제
그 '향신료 무역' 말이죠?
카르발랭
그럼요,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잖습니까.
이번 경비를 때울 만한 짐을 실은 먹잇감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럼…… 즐거운 여행이 되길…….
알피노
카르발랭 선장님, 감사했습니다.
고난호의 항해에 해신 리믈렌의 가호가 있기를.
자, 우리도 움직이세…….
타타루
알겠습니당!
알피노
이슈가르드에 처음 갔을 때도 놀랐지만…….
'동쪽 나라'의 문화는 다른 외국과는 또 다르군.
이렇게 화려한 도시일 줄이야…….
타타루
훗훗훗…….
외국이든 어디든, 주점에서 할 일은 정해져 있지용.
어서 정보 수집을 해볼까용……!
???
오오~ 잠시 실례합니다…….
'새벽의 혈맹' 분들 맞으시죠?
여러분을 모시러 왔습니다.
알리제
……당신이 누군데 우릴 모시러 와?
행콕
오오~ 제가 또 실례를 범했군요…….
제 이름은 행콕, 동부 알데나드 상회의 지배인입니다.
로로리토 회장님을 대신해서 여러분을 저희 무역상관으로 초대합니다.
알피노
로로리토 회장이라고!?
……동부 알데나드 상회라면 동방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상회이니
거래처인 쿠가네에 세력이 있을 법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동쪽 지역에서까지
울다하 상인이 우리를 반길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행콕
오오~ 그렇게 돌려서 말씀하실 것까지야.
크리스탈 브레이브 사건 때문에 뒤끝이 남으셨군요?
저희 회장님한테 또 이용당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계시죠?
알피노
뭐……!
초면에 너무 무례하군……!
행콕
오오~ 혹시 기분이 상하셨습니까?
실례가 많습니다……. 신속 정확한 것이 울다하 사람들의 기질이라…….
이 나라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제 나쁜 버릇입죠.
아무튼 저희 무역상관으로 이동하시지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건 너무 무방비하거든요…….
알피노
그럼 이쪽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신뢰할 수 없는 자의 건물에 들어가는 것도, 무방비한 건 마찬가지야.
왜 우리를 초대하려는 건지 확실히 밝혀주게.
행콕
하아~ 역시 소문난 신동이셔서 보통 까다롭지 않으신데요.
설명드리죠. 이곳 쿠가네는 쇄국을 고수하는 동쪽 나라에서
유일하게 타국에 개방된 무역항입니다.
그 때문에 다른 나라 무역상관도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이 항구 도시에 볼일이 있는 게 상인뿐만은 아니거든요?
정치나 군사와 관련된 분들도 계시단 말씀입니다…….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이곳 쿠가네에는 각국의 대사관이 있다는 사실…….
물론 갈레말 제국도 말이죠…….
알리제
……그렇다면, 이 도시에는 제국 사람들도 있겠네.
그 중엔 당연히 첩보원 같은 것도 있을 테고…….
행콕
바로 그렇다는 말씀!
화려한 무역항처럼 보여도, 쿠가네는 정치와 첩보의 최전선이죠…….
그러니까 더 깊은 이야기는 저희 무역상관에서…… 하시죠?
알리제
뭐, 맺힌 게 있는 줄은 알지만
여기서는 순순히 초대를 받는 게 좋겠어.
괜찮지?
타타루
행콕 님…….
만만치 않은 분이네용…….
알피노
……미안하네, 동부 알데나드 상회와는
사연이 깊었던 만큼 잠시 이성을 잃었군.
하지만 괜찮아……. 이제 괜찮네.
알리제
크리스탈 브레이브를 둘러싼 사건 때문에
알피노가 정말 힘들긴 했나 봐.
리세
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이 주점에도
제국의 첩자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지…….
행콕
오호, 당신이 혹시……
리오넬 님입니까?
오~ 역시 그랬군요!
말로만 듣던 영웅님을 만나다니 영광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자, 우리 울다하 무역상관으로 안내해드리면서
이곳의 명소도 소개해 드리지요!
여러분, 저를 따라오세요!
타타루
앗, 저건 찻집인가용……?
왠지 정보의 냄새가 나용!
리세
에테라이트도 모양이 좀 다른 것 같아!
알리제
당연한 일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복장도
에오르제아와 완전히 다르네…….
알피노
장식도 꽤 흥미롭군…….
행콕
자~ 여러분 주목하세요!
여기가 '전혼탑 광장'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혼탑, 즉 에테라이트가 놓여 있지요.
알피노
내가 보기에는 샬레이안인이 재현한 것과
양식이 다른 것 같은데…… 우리도 쓸 수 있나?
행콕
와우~!
역시 신동은 보는 눈도 남다르군요!
이곳의 에테라이트는 예로부터 동방 지역에 존재하는
'오니시슈'라는 장인 집단이 만들었습니다.
수수께끼에 싸인 그들이 대대로 내려온 비술로 만들어 관리하지요.
구조적으로는 에오르제아의 에테라이트와 같으니
교감만 하면 충분히 쓰실 수 있습니다!
황금을 낳는 항구도시
행콕
자, 에테라이트와 교감은 마치셨나요?
그럼 다음은 시장으로 안내하겠습니다~!
타타루
물건이랑 가격대랑…… 확인해 둬야겠어용!
알피노
역시 '동쪽 나라'의 유일한 무역항답군…….
상업이 번성한 모양이야.
리세
흐음~ 오가는 사람들을 살펴봤는데
유우기리나 고우세츠는 보이지 않았어…….
알리제
건물이 굉장히 화려하네…….
혹시 극장일까?
행콕
이곳은 쿠가네 최대의 시장이 있는 거리……
일명 '코가네 상점가'입니다~!
쿠가네라는 지명은 동쪽 나라의 옛말로 '황금'이란 뜻입니다.
황금을 낳는 항구도시에서 푼돈, 즉 '코가네'를 낳는 상점가…….
이곳 언어를 아는 사람에게는 아주 절묘한 이름이지요.
타타루
왠지 이곳이
벌써 좋아지려고 해용.
행콕
오오~ 멋지군요!
아가씨는 저랑 정말 잘 통할 것 같습니다!
상인으로 보이는 덩치 큰 남자
아이고, 동부 알데나드 상회의 행콕 씨 아니십니까!
오늘은 일행이 많으십니다그려!
행콕
오오~ 케이텐 씨!
이분들은 에오르제아에서 오셨습니다!
쿠가네에 막 도착하셔서 안내해 드리고 있었어요!
여러분, 이쪽은 케이텐 씨입니다.
이곳 '코가네 상점가'의 얼굴 같은 분이지요.
케이텐
반갑습니다, 하쿠우치 가문의 케이텐입니다.
이곳 상인들을 두루두루 살피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워낙 외국 손님이 많은 곳이라 화폐는 길도 받습니다.
천천히 구경하십쇼.
행콕
이 거리에는 무기, 방어구에서 식재료, 약까지
웬만한 물건은 다 있으니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장소로 갈까요?
케이텐
코가네 상점가에 어서 오세요.
동쪽 나라의 물건부터 수입한 물건까지
갖가지 물건을 골고루 갖춰 놓았습니다.
타타루
가게 위치는 제가 잘 외워 뒀어용!
알피노
저 앞은 거리 분위기가 좀 다르군…….
알리제
이곳을 보니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새삼 실감이 가네…….
리세
다음은 어디를 보여주려는 걸까……?
행콕
자, 여러분. 잠시만 주목해 주세요.
여기서부터는 '외국인 거리'입니다…….
즉, 저희처럼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모이는 구역이지요.
알피노
그럼 아까 말한 갈레말 제국의 대사관도 여기에……?
행콕
그렇습니다.
즉, 제국인들과 수시로 마주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말과 행동은 당연히 조심해야 하고 싸움은 절대 안 됩니다.
이곳 쿠가네에서 칼부림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치안을 담당하는 '적성조' 무사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국외 추방 수준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베일 수도 있어요.
리세
그 자리에서 바로……? 농담이지!?
행콕
농담……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나라의 무사에게 우리의 상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외국인이 술김에 이 나라의 귀인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칼 한 방에 말 그대로 '두 동강'이 난 적도 있습니다.
리세
세, 세상에…….
행콕
여러분을 만나자마자 그 텔레지 아델레지 씨처럼
두 동강이 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군요.
부디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지요?
그럼 말이 나온 김에 조금 돌아서
실제로 갈레말 제국 대사관을 보고 가죠!
걱정 마세요. 당당하게 행동하면 괜찮습니다!
페스투스
어이,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라, 야만인놈…….
타타루
정보를 둘러싼 싸움…… 지지 않을 거예용!
알피노
동방의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참 멋이 없는 건물이야.
알리제
적국의 대사관 앞에서 당당하게 대화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
리세
저게 제국의…….
행콕
여기가 그 유명한 갈레말 제국의 대사관입니다~!
경비를 서는 병사들의 군복을 자세히 보세요.
에오르제아에서 보시던 것과 다르죠?
동방의 기후에 맞춰서
식민지인 도마인들을 시켜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뒷골목에서는 이 옷을 입은 병사를 조심하시길……!
울다하 무역상관에 잘 오셨습니다
행콕
자, 이 밖에도 최고급 온천여관과 풍류가 넘치는 거리 등
안내해 드릴 곳이 많기는 합니다만……
다들 배를 타고 오느라 피곤하시겠죠?
슬슬 저희 동부 알데나드 상회의 동방 지점인
'울다하 무역상관'으로 가볼까요.
타타루
돈 냄새가 폴폴 풍기네용…….
리세
제국의 대사관도 그랬지만
울다하 양식의 건물도 어쩐지 겉도는 것 같아…….
알리제
과연 울다하에서도 손에 꼽는 상회다워.
알피노
동부 알데나드 상회가 먼 동쪽 섬나라에
이런 거점을 구축해 뒀을 줄이야…….
행콕
'새벽의 혈맹' 여러분…….
정식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울다하 무역상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건물이 바로 동부 알데나드 상회의 동방 지점입니다.
그럼 응접실로 안내해 드리지요!
이곳은 저희 무역상관에서도
특히 중요한 회의에 쓰이는 방입니다.
전속 주술사가 심혈을 기울여서 보안 마법을 걸었지요.
그러니 비밀 이야기도 마음 놓고 하실 수 있습니다.
'새벽' 여러분의 활동 거점으로 제공해드릴 테니,
쿠가네에 머무르시는 동안 부담 없이 이용하시지요…….
알피노
고마운 제안이기는 한데,
왜 그렇게까지 우리의 편의를 봐주는 거지?
나중에 대가를 요구하려는 거라면, 받을 수 없네만…….
행콕
오오~ 이상하게 생각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저 저희 회장님의 사과 표시라고 생각해주시지요.
승전 축하연 때 여러분께 막대한 피해를 끼치지 않았습니까…….
회장님께서는, 말로 하는 사죄는 의미가 없다고 보시거든요…….
성의 표시는 돈이나 편의로써 하는 것이다…….
회장님은 그렇게 생각하십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동방에 오신 건
도마 해방을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그렇다면 우리 울다하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거든요.
알피노
거기까지 파악하고 있다면 굳이 숨기지는 않겠네.
그 말대로 우리는 도마의 반란군을 지원하기 위해
유우기리 공과 고우세츠 공을 찾으러 온 것일세.
행콕
울다하에 오셨던
도마의 닌자 아가씨와 루가딘족 무사 말씀이시죠?
그분들이 이곳 쿠가네에 오신 것은 맞습니다.
리세
어, 정말!?
행콕
네, 저희 상회의 상선을 타고 오셨지요.
여기 도착하신 후에는 '홍옥해'를 건널 수단을 찾느라
한참 고생하시던 것 같습니다만…….
리세
왜?
뭐가 문젠지 잘 모르겠는데…….
행콕
오오~ 실례했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설명해드리지요.
우리가 있는 곳은 여기.
섬나라인 '동쪽 나라'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한
무역항 '쿠가네'입니다.
그리고 도마가 있는 곳은 여기…….
동쪽 오사드 소대륙의 얀샤라는 지역이죠.
즉, 쿠가네에서 도마로 가려면
이 사이에 낀 '홍옥해'를 건너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하필 지금, 이 바다 상태가 좋지 않아서요.
예로부터 홍옥해에는 도마에도 동쪽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해적 형제단'이라는 독립된 세력이 위세를 떨치고 있었거든요.
항해술이 뛰어난 그들은, 홍옥해를 오가는 배로부터
'돛세'라는 이름으로 통행료를 받는 대신에
바다의 치안을 지켜주었는데 말이죠…….
25년 전에 도마가 갈레말 제국에 점령된 후에도
제국은 바다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해적 형제단은 그간 자유롭게 지내왔습니다만…….
최근에 취임한 도마의 대리 총독이 갑자기 방침을 바꿔서…….
해적 형제단을 적대하기 시작한 데다, 그들과 거래하는 자는 모두
제국의 적이라고 선언했지 뭡니까!
동쪽 나라는 압력에 굴복해서 돛세를 내지 않게 됐습니다.
안 그래도 대륙에선 동란이 끊이지 않아 접근하기 어려웠는데
바다 치안까지 나빠졌으니…… 아주 난장판이죠!
알리제
그렇구나…….
바다에서 언제 공격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니,
배가 다니지 않는 것도 당연하네.
행콕
네……. 그래서 여러분이 찾는 분들도
쿠가네에 도착한 후 열심히 배를 수소문하신 모양입니다.
알피노
그럼 우리도 배를 알아봐야겠군.
유우기리 공과 고우세츠 공이 벌써 대륙으로 건너갔다면
따라갈 수단이 필요하기도 하니.
만약 그들이 아직 쿠가네에 발이 묶여있다 해도,
같은 목적으로 움직이다 보면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행콕
가실 만한 곳은 짚이는 데가 있으니
몇 군데 알려드리지요…….
최대한 편의를 봐드리라는 것이 회장님의 분부이기도 하고요…….
울다하의 특산품은 물론이고 제가 쿠가네에서 사 모은
동방의 명품과 진귀한 물건들을 전시했답니다~!
마음껏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타타루
어디로 보나 울다하 양식으로 꾸며진 방이네용.
예전에 제가 일하던 보석상의 응접실이랑
은근히 비슷해용.
알리제
듣고 보니까 확실히 마법의 힘이 느껴지기는 해.
아주 미약한 흔적만 남긴 걸 보면 이 결계를 친 사람은
상당한 실력자일 거야.
리세
동쪽 나라에서 에오르제아 양식의 건물에 초대를 받으니까
좀 이상한 기분이 들지 않아?
알피노
일단 당초 목표는 정해졌군.
동쪽 끝까지 와서 로로리토와 얽히게 될 줄은 몰랐지만……
지금은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다 활용하세.
기라바니아 땅에서 싸우는 콘래드 대장님과 라우반 국장님,
그들의 고난을 생각하면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으니 말이네…….